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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연애사정

글쓴이: Panis Angelicus |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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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시도가 재미있다. 대충의 스토리라인을 먼저 공유하고 각자 맏은 부분의 세부적 심리 및 상황묘사를 담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는 순서대로 써 나갔지 싶다. 그리곤 먼저 쓰여진 글을 읽고 거기에 입장과 개성, 그리고 관점이 다른 또 하나의 캐릭터의 독백을 덧붙여나가는 형태로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갔을 것이다. 마치 계주(Relay) 경기 처럼 바통(bâton)을 서로 넘겨가듯.


 


이야기는 다소 황당하다. 서른 한 살의 바람둥이 남자(대개의 바람둥이가 다 그렇듯 이 남자 역시 핸섬하고 우유부단하다. 여자들이 핸섬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본능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우유부단한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착하다는 이미지를 풍겨서일까..?)를 놓고, 열아홉, 스믈아홉, 서른아홉의 세 여자가 펼치는 로맨스와 그 위태로운 로맨스의 아찔한 귀결에 대한 이야기다.


 


칫릿소설같이 가벼운 느낌의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이지만,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각각 열살 터울의 캐릭터들의 독백은 무척 매력적으로 흥미롭게 읽힌다. 독자의 나이 대에 따라 캐릭터 별로 공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소간 다를 것 같다. 내 경우는 남자여서인지, 아니면 이미 그 나이의 범주를 벗어나서인지 별다른 공감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다만, 세 여인 중 스믈 아홉살의 여인이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나머지 둘은 쫌..


 


번듯한 외모에 괜찮은 직장, 또래 중에서는 확연히 우월한 경제적 능력을 가진 남자에게 끌리는 건 여성의 관점에서 인지상정일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러한 장점을 오남용(誤濫用, 악용까지는 이닌 듯 싶다),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지 못하는 이기적이고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선택만을 무책임하게 해나가는 남자 캐릭터는 정말 아니란 느낌이었다.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질 정도. 뭐.. 이걸 질투하는거 아니냐는 반문에 스스로 아주 떳떳하진 못할지도 모르겠다만.


 


세상의 모든 책들을 좋은 책(Y축 위쪽)-나쁜 책(Y축 아래쪽), 재미있는 책(X축 오른쪽)-재미없는 책(X축 왼쪽)의 두 가지 척도로 나눈다면, 아마 이 책은 오른쪽 X축 선상에  위치(그저 재미만 있는 책)하지 않을까 싶다. 삶에 다소간의 무료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 눈에 뜨이거나 손에 잡힌다면, 그리도 당장 두세 시간 정도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때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의미없는 무표정으로 TV 채널을 마냥 돌려대는 것보다는 더 값진 시간을 선사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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