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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남는 장사를 하는 그들

글쓴이: 하늘로 기어간다 |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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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파는’사람과 ‘물건을 사는’사람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치밀한 계산, 합리적인 협의와 조정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이것은 작금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정부나 국가는 되도록 시장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긴다.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등락의 폭이 현격하지 않으면 시장은 잘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차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힘이 세고 크면 정부나 국가의 간섭조차 배재된 시장경제에서 홀로 왕노릇을 할 수 있다. 누구의 간섭과 견제도 받지 않는 한쪽의 일방적 시장가격 결정은 다른 한쪽에게는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허구한 날 두들겨 맞지만 찍 소리도 낼 수 없다. 저 쪽은 그 누구도 대들 수 없는 절대국가 ‘미국’이니까.


 


한국도 숱하게 맞아 왔다. SOFA 재협상을 그토록 울부짖어도 ‘어느 집 개가 짖나~’라며 애써 모른 체하고 무시해 왔던 한국의 처사는 어찌 보면 불쌍하고 애처롭다. 얼마나 힘이 없고 때린 놈이 무서우면 ‘아예 모른 체하고 말겠다~’라고 체념해 버리겠나.


미군에서는 퇴물로 여겨지는 F-16전투기를 최신 전투기라고, 최신 전투기라고 떠들어대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오는 예의쯤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자세다.


 


 


“군수산업계는 새천년을 맞아 돈도 없고, 무기도 필요 없는 제3세계 국가를 상대로 값비싼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생산 라인을 유지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p.81)


 


미국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슈퍼볼도 할리우드도 월스트리트도 아닌 군수산업체이다. 이것은 기존의 여러 책에서 확인한 바다. 하지만 군수산업체와 네오콘, 그리고 미의회의 삼위일체 결합이 어떤 매개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이 책 「전쟁을 팝니다」읽으며 이러한 불분명한 추정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군수 업체가 워싱턴 정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선거 자금을 대 주기도 하고, 거액을 들여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 국방부와 군수업계 사이에 긴밀한 연관 관계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난 군 장교 출신자나 국방부 고위 인사를 영입하는 게 특히 유용하다.” (p.242)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는 분명히 상실되었지만 방만하고 거대하게 운영되던 군수산업은 쉽게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또 다른 ‘대상’이 필요했다. ‘전쟁을 팔 수 있는’ 대상이다.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현실적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전쟁과 군사적 긴장은 무기 업체에 희소식이다. 소련의 붕괴는 전 세계 무기중개상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했다.” (p.37)


“‘군사적 위협 부풀리기’가 주요 업무인 국방부 평가국” (p.49)


 


국방부나 군수산업체가 운영하는 안보집단에서 잠재적인 위협을 들먹거리면 바로 언론에서 부추김을 한다. 그 부추김에 편승해 다시 안보집단에서 소설을 만들어 낸다.(이를테면 북한의 재래식 노동미사일이 대륙을 넘어 하와이와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등의) 미 의회에 포진한 군수산업체와 밀접하게 연관된 의원들이 정부를 압박한다. 결국 국방부 예산은 대폭 증강한다. 그 돈은 여럿이서 나눠먹는다. 그리고 소화가 다 되기도 전에 눈에 불을 켜고 또 찾는다. ‘전쟁을 팔 수 있는 대상’을


 


 


책의 저자인 실버스타인은 탐사전문 언론인이다. 책에 소개된 여러 인물과 사건들이 신문을 읽는 것처럼 신속하고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군수산업체가 미국 정부의 눈가림 아래 전 세계에서 행해 온 파렴치한 짓들을 상세히 알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무기 로비스트들 중 많은 수가 나치출신의 군인들이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전범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자들이 막강한 실력의 로비스트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었다.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동유럽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의 쿠데타에 간섭하고 실질적인 무기 제공과 판매 또는 용병 파견을 통해 장사질을 했다. 물론, ‘공산주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또는 ‘그 나라 국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위해’등의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웠지만 모두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저 퇴물이 되어가는 수십, 수백억의 무기들을 처분해 줄 말 잘 듣는 애완견 같은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것은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예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좌파 정권이던 인도보다 파키스탄을 선호해 엄청난 양의 무기를 지원하고 팔았다.(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금 파키스탄은 완전히 불량국가 아닌가) 그런데 아쉬움이 있었는지 인도 군부와 몰래 만나 자신들이 파키스탄에 무기를 팔았다는 사실을 일부러 발설한다. 그리고는 또 무기를 팔아치운다.


이 얼마나 꼼꼼하고 성실한 장사꾼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민간 군사 업체가 미 정부로부터 한 해 따내는 계약만 적게는 100억-2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재건 공사를 미국 업체가 따 내며 막강한 이득을 챙기는 사이, 재건 복구의 수혜자여야 할 이라크 인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p.9)


“이라크 재건 복구 과정에서 민간 업체가 따 낸 대규모 계약은 거의 모두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니라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p.10)


 


대단한 승리의 전쟁이라 떠들어대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쟁은 쓸 곳이 없어 방치되던 첨단 무기들을 소모하는 전쟁 놀이터였다. 빠짐없이 완전하게 부숴놓고 ‘재건’을 한다는 명목으로 또 군수산업체에 돈을 얹어준다. 그리고 콩고물은 두루 챙긴다.


아~ 아름다운 순환 고리~!!


 


 


애초부터 군, 정부, 의회와 결탁한 군수산업체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힘을 지닌 독불장군이 되었다.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전히 그들은 전 세계에 두루 자신들의 무기를 팔아치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전력이 어떻든 상관없이 영입한다. 그리고 반공·테러의 위협을 들먹이는 상·하원 의원들에게 뇌물을 먹여 포섭한다. 그래야 끊임없이 압력을 가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군은 그 올가미에 늘 걸려드는 손쉬운 구매자다. 애써 설득하기도 전에 지갑부터 열고 있으니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저자인 실버스타인도 국가 공조나 경제블럭처럼 군사블럭을 만든다거나 세계기구를 통한 제어나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민간차원에서 계속해서 문제제기하고 보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한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근신하여 깨어라 너의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베드로전서 5장 8절)]


 


 


물론, 이 책의 상황과는 딱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텍스트만 놓고 보면 잘 적용해 볼 수 있는 구절인 듯하다.


먹이를 찾아 두루 다니는 사자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잘 알아야 한다. 그 사자가 다니는 길에는 얼씬도 하지 않아야 한다. 사자를 피할 수 있는 도피처를 마련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FTA다 SOFA다 내줄 거 다 내주고 도대체 뭘 얻어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남의 나라 해군기지 만들어주느라 제 나라 국민들 잡아 족치는 꼴이니 말해 무엇 하나 싶다.


다시 한 번 동북아시아의 전쟁 분위기를 고취시켜 주는 장단에 덩실덩실 칼춤을 추고 있다.


아~! 해군기지 만들어지면 이 책에 등장하는 군수산업체는 늴리리 꽃춤을 추며 잔치를 벌이겠다.


눈치도 보지 않고 경쟁 구매자들보다 앞서 지갑을 열고 ‘사라’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달려드는 구매자는 판매자에게는 완전한 호구일 뿐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전쟁을 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여론을 조작하고 거짓으로 실험결과를 떠벌리고, 불필요한 군사적·정치적 긴장을 조성하며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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