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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의 절제된 변주와 김민희 재발견 [화차]

글쓴이: 기분 좋은 기다림 |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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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충무로로 귀환한 변영주 감독,, 그녀의 복귀작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원작소설 화차였다. 왠지 진중하면서도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영혼의 감독인데다, 매번 다음 작품에 대한 결과물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인지라 <화차>를 손아귀에 쥐고 어떤 작품을 만들까에 대한 기대감은 마구마구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선균과 조성화, 김민희를 주연으로 내세운 화차를 개봉하였다. 결과는 역시나!!! 대박!!! 날렵함을 자랑하는 미미여사의 원작소설에 감복하고 있었을 때라,,, 실망하면 어쩌나 싶었었는데,,, 소설과는 사뭇 다른 줄거리와 함께 적절히 가지치기와 분배의 힘을 보여주며 원작의 맛을 고스란히 담았다고나 할까? 아니, 어떤 면에선 원작보다 더 나은 감칠맛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1995년 영화 ‘낮은 목소리’를 내놓은 지 꼭 10년, 그동안 시대와 사람을 담은 상업영화를 만들어 소통하고자 했던 감독이었지만, 실상,,,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변감독을 사로잡은 <화차>는 갈망과 욕망이란 면에서 어쩌면 그녀의 고뇌와도 맞닿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3년 간 20고를 넘기며 애써 풀어낸 작품이었기에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왔음일 것이다. 영화 <화차>의 첫 번째 감상 포인트,,, 그것은 바로 7년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고 돌아온 변영주 감독, 그녀가 만들어낸 묵직한 두근거림이었다.


 


 


 




 


 




영화 <화차>는 결혼을 앞둔 문호(이선균)의 약혼자 선영(김민희)이 부모님 댁에 내려가다 문호가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선영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사촌형인 전직 강력계 형사 종근(조성하)에게 의뢰를 하지만 지문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약혼녀,,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약혼자 선영이 가짜였다는 사실,,, 그렇다면 진짜 선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가짜행세를 하던 선영은 누구인가? 줄거리의 전체 골격은 원작과 다르지 않지만, 소설 속에선 문호의 역할이 거의 없고 형사 종근의 수사가 중심인 반면, 영화에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문호이며, 종근과 그 주변 인물들이 적재적소에서 치고 빠지는 배분이 아주 훌륭했달까? 전체 줄거리의 흐름은 해치지 않는 과감한 가지치기와 결코 많은 씬에 등장하진 않지만 극의 중심이 선영을 둘러싸며 돌아가고 있단 사실을 관객이 놓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결국 감독의 의도 하에 관객은 촉은 영화를 보는 내내 선영에게 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문호의 시선도, 종근의 시선도, 관객의 시선도,,, 그 종착점은 선영이었단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영의 욕망어린 분출에 담겨 있는, 타인의 인생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행복할 줄 알았고, 행복 속에 살고 싶었던 선영의 눈에 담긴 소망을 통해 느끼게 만들었단 점이다. 소설에서나 느껴지는 인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미스터리가 가진 장르적 매력을 놓치지 않은 탄탄한 구성,,, 이 영화의 두 번째 감상 포인트이다.


 


 


 




 


 



“민희씨 같은 경우는 정말 즉흥적인 캐스팅이었다. 실제 시나리오상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분량이 적어 고민하고 있었다. 그 찰나 민희씨 소속사에서 제작사로 보내 준 달력을 봤다. 거기에 김민희 얼굴이 있었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김민희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슬픈 과거가 있고 그 슬픈 과거는 가난한 여인의 얼굴인데 김민희를 이런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피팅을 할 때 100벌이 넘는 옷을 입혔고, 제일 마음속으로 두려웠던 게 여고 체육복을 김민희가 입었을 때 과연 어떻게 보일까?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두려움과 달리 정말 시골 애처럼 체육복을 소화하는 김민희에 한 번, 쑥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김민희에 두 번 놀라 ‘어머나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 이 친구는 된다, 이 친구는 강선영이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변영주 감독


 


 


 




 


 


 



배우의 색다른 모습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변영주 감독이 선택한 김민희,,,


가끔,,, 그녀를 보면,, 참 멍 때리는 모습조차 이리도,,, 그 뭐랄까? 자극적이랄까? 도발적이랄까? 백치미도 좀 흐르는 듯 하면서 말이다. 속마음을 도저히 간파하기 힘든 얼굴,,, 무덤덤하면서 시크한,, 하지만 히죽거리며 웃을 땐 천진난만한 아이 같기도 하고, 무슨 질문을 던졌을 땐, “음,,,”이라며 뜸을 들인 후 동요치 않고 또박또박 답하는 그녀는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랄까?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이지 제 개인에 대한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선균, 조성하 선배님이 잘했기 때문에 제가 칭찬받을 수 있는 것이니 결국 모두가 잘했다는 이야기로 생각해요 서로 포지션이 달랐을 뿐이에요. 너무 시크하다고요? (웃음) 제가 사는 방식이 원래 그래요. 욕심을 많이 내지 않고 쉽게 자만하지도 않아요.” - 배우 김민희


 


 




 



 


사채 빚 때문에 남의 인생을 훔치고 생존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역할을 그녀가 어찌 해 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왠지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 시크하게 자신 만의 색을 보여줬을 거란 믿음 아닌 믿음이 있었달까? (음,, 누가보면 김민희씨 대땅 좋아하는 줄 알겠다. 쩝,,,) 여린 듯 강렬하고,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섬뜩한 인생을 훔친 여자,,, 김민희의 새로운 모습에 반할 수도 있다는 것,,, <화차>의 세 번째 감상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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