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책 사재기>
출판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사재기'가 줄줄이 드러났다. 특히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서 열풍이 몇 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 분야 1위 책까지 명단에 포함돼 파장이 클 전망이다. - 2013. 11. 29 한겨레신문. 임지선 기자.
사재기 해당 책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의 힘> - 한경비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 한경비피
<콰이어트> - 알에이치코리아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알에이치코리아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는 빌 게이츠의 추천도 있고 해서 유명한 책이었다(빌 게이츠의 자녀교육 7계명). <콰이어트>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도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조직도 성공으로 이끈다는 내용이었다. 위의 책 4권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좋은 책이다. 그런데 사재기 파문으로 그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 5월에도 출판사의 사재기 뉴스가 있었다(베스트셀러 사재기). 한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판매에 힘이 붙어서 한동안 판매 실적이 올라간다. 출판사가 사재기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재기 기본적인 상도덕 문란행위이며, (신성한) 출판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책을 앞에 두고 창피한 일을 했다.
올해의 책이 내년, 후년에도 독자들이 찾는 책이 될 것인가. 저자와 출판사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가 사재기에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재기의 책임은 순전히 출판사가 물어야 한다. 출판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서 이런 편법을 쓴다지만,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그 점을 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저자와 독자가 만든다. 독자(리뷰어)는 좋은 책을 찾아 읽고, 또 여러 사람에게 책을 소개해줘야 한다. 그것은 독자의 의무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의 1975년 작 <행복의 충격>은 한때 절판되었다가 최근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2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한때 반짝하는 책보다는 이렇게 오랜 시간 독자들이 찾는 책이 좋은 책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