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창세기전 외전 : 서풍의 광시곡>을 하면서,
이 게임이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에는 게임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빠져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소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보고 싶어졌다.
장편 소설이었고 오래 전에 읽었던 터라 이제는 기억이 아득하다.
근래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나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
"인생도 졸병이 아니면 왕이죠."
엘바섬에 표류한 단테스와 페르난도.
그 섬에는 시대의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유배되어 있었고,
영국 군인들은 그를 감시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재기를 위하여 단테스에게 비밀 문서를 전달하고,
페르난도는 그 모습을 목격한다.
귀항 후 페르난도는 절친한 친구를 반역자로 모함하고,
단테스는 진실을 말하지만 경비대 빌레포르트는 그를 샤또디프 감옥으로 보낸다.
결국 단테스는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와 한 때 절친한 친구 페르난도를 뒤로한 채,
1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신은 나에게 정의를 주실 것이다."
남자가 봐도 멋진 외모를 지닌 제임스 카비젤(James Caviezel).
그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 역을 맡았고,
<프리퀀시>에서 죽은 아버지와 교신하는 아들 역을 맡았다.
두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영화의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열연했다.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Guy Pearce)는 독특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비록 악역이었지만 가장 남성미가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축소된 스토리에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아쉽다.
<칼리토>의 루이스 구즈만(Luis Guzman)이 출연했다.
<워터월드> 이후로 오랜만에 본 케빈 레이놀즈(Kevin Reynolds) 감독의 영화였다.
그러나 약 2시간 10분으로 명작 소설을 요약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저는 신을 안 믿어요."
"상관없어, 신이 널 믿어."
영화를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복수"를 주제로 하는 거의 모든 영화들의 원작인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이렇게 개연성 없이 허술하게 만들다니!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좋았지만 스토리가 아주 엉성했다.
차라리 3편까지 만든다는 계획으로 제작했다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서풍의 광시곡>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저는 신입니다."
구약 성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는 나를 도장 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 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 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아가 8장 6절
사랑에서 시작된 질투는 불과 같다.
그리고 질투가 얻은 사랑은 불행하다.
억울한 누명으로 1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단테크는,
자신의 죄가 반역죄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절친한 친구 페르난도의 질투와 권력에 눈이 먼 빌레포르트의 합작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단테크는 결국 복수를 위해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불행이 남의 행복이 되었다는 사실이 "복수"의 시작이다.
체념만으로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 시킬 수 없다.
냉철한 사람은 분명 자신의 불행에 대한 원인을 찾을 것이고,
그 원인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면,
복수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시작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귀결될 수 없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수도 있고,
복수 자체가 실패로 귀결 될 수도 있다.
삶은 변수가 많이 있고,
변수에 따라 삶은 계획된다.
"신은 공평하고 정의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들이 말하고 행하는 "공평"과 "정의"가,
신의 "공평"과 "정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복수에 실패했다고 복수가 완전한 실패로 끝나지 않고,
복수에 성공했다고 해서 복수가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떠한 "행위"든지 그에 따른 "결과"가 어디선가 일어나게 되고,
여기에는 인과율과 신의 법칙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위는 곧 심판의 시작이다.
그 행위에 대한 판결과 처벌의 집행자가 신이든 인간이든,
삶의 어디에서나 심판의 그림자가 항상 따라온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고통과 죽음을 영구적으로 이길 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