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의 와퍼 하나는 670 칼로리, 더블와퍼는 900칼로리나 된다. 여기에 청량음료나 프렌치후라이까지 곁들인다면 1500칼로리가 훌쩍 넘어간다. 하루 한 끼 식사가 일일 섭취 칼로리를 웃도는 격이다. 미국식 패스트푸드 음식이 우리 사회를 점령해나갈수록 비만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이노세 히지리 지음, 작은 책방)는 우리에게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시사해 준다. 누군가는 뚱뚱한 게 죄가 될 수 있는가? 반문하겠지만, 그것으로 인한 개인적 건강의 위협, 사회적 의료비와 제반 서비스 비용의 증대는 무척 심각한 문제가 된다.
‘비만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자동차나 비행기의 연비를 악화시켜 지구 온난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p.21)는 조사 결과도 있다. 10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비행기에 타게 될 때 옆에 앉는 사람이 불편함은 물론, 전체 무게의 증가로 항공사의 연비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생길 수 있음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비만 문제였다. 미국의 소방관들은 너무나도 뚱뚱하여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수백 킬로 그램에 육박하는 비만환자들 때문에 구급의료현장에서의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미국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별로 심각성이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인 저자 이노세 히지리는 미국식 식생활이 점점 전세계로 확산되어가면서 심장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늘어나는 것을 지적한다.
영국, 프랑스 여성들도 점점 뚱뚱해지고 있고 아시아의 중국도 비만화가 빠르다. 일본 내에서도 크리스피 도넛, 맥도날드, 버거킹의 특대 사이즈 음식들로 인해 비만아가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사실 뚱뚱한 것을 개인의 식생활 문제로 일단락짓기에는 너무 사회구조적, 경제적 시스템이 개입되어 있다. 특대 사이즈 콜라나 패티가 두세장씩 들어간 맥도날드 햄버거, 크림이 듬뿍 들어가 있는 스타벅스 대용량 커피... 이러한 것들을 제조하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미국식 다국적 기업들이다. 전세계에 체인망을 두고, 미국식 식생활을 지배하고 저렴한 가격과 매력적인 맛으로 사람들을 점점 옭아매고 있다. 누구나 콜라와 햄버거의 맛, 달콤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에 한번 길들여지면 잊기 힘들다.
패스트푸드의 문제 하나만 들어봐도 그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도시문제이기도 하고, 농업문제이기도 하다. 비만 문제는 미국 사회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p.236
이 책의 내용과 함께 최근 미국에서 만들어진 식품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슈퍼마켓의 진실’ 동영상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영상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하여 싼 고기와 감자들이 만들어지고,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이 저렴해지는 이유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먹을 수록 건강해지는 음식들은 현대화된 사회에서 찾기가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먹을수록 우리의 건강이 황폐해지는 음식들이 넘쳐난다. 우리의 몸은 매우 정직하여 먹은 대로 몸이 이루어진다. 이것을 이해할 때 내 몸에 쓰레기를 넣을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목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 그대로 책의 내용은 뚱뚱한 미국만 조명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아쉬운 지점은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라는 반응일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말 상세히 보여주고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음식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가 모호하다. 마지막에 전통식을 주장하고,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내용으로 급히 마무리 짓고 있다.
지구 한 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200~ 400킬로가 넘는 뚱뚱한 거구들이 너무 먹어서 죽어간다. 비만이든 기아이든 이는 사회, 국가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세계를 움직이는 부의 편중에 대한 문제다. 이 책과 함께 ‘왜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지음) 를 함께 읽는다면 명확하게 좀더 시스템의 문제를 알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