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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만 태양을 볼 수 있다면...

글쓴이: 검댕소년의 낙서 |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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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는 우리는 프랑스 칸에서 반갑고 또 의아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에게는 2004<올드보이>이후 칸 영화제에서 두 번째 쾌거였다. 이 소식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국감독이 해외영화제에서 명예로운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반갑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너무 의아했다. 국내에서 개봉한 <박쥐>를 본 관객들, 평론가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고 많은 논쟁을 남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보던 신부 상현(송강호)는 아프리카로 보이는 해외에서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원인 발견과 치료를 목적으로 자신의 몸에다 그 바이러스를 주입한 후 그의 온몸에는 문둥병처럼 수포생기고 그는 사경을 헤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봉의 피를 수혈 받은 후 놀랍게도 그의 병은 말끔히 시라진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점점 알 수 없는 목마름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니라 피가 필요했다. 그는 결국 뱀파이어가 된 것이다.


 


뱀파이어가 된 후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는 라 여사(김해숙)의 부탁을 받는다. 그녀의 아들 강우(신하균)을 찾아간 그는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과 강우가 자신의 어릴 적 친구였단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틈틈이 라 여사 집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와 마작을 하게 되는 상현은 태주를 향한 욕정의 목마름을 느낀다. 라 여사의 등쌀과 강우의 어린애 같은 떼씀에 지쳐가던 태주 또한 상현을 통해 억눌려있던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유로워진 그들의 욕망은 서서히 그들을 파국으로 이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에 맡겨진 인간의 애처로운 운명을 이 영화를 통해서 바라보게 된다. 상현은 거듭 나는 좋은 일 하러 거기 갔던 거잖아요’,‘내가 그 피를 일부러 수혈 받은 거 아니잖아요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는 계획했던 모든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버린 자신의 현재모습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상현의 욕망에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 그의 죄 저지름에 면죄부를 부여하려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그것은 아마도 상현과 같이 운명을 통재하지 못하고 매순간 우연에 내던져진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참 난감하다. 분명 박찬욱 감독이 B급 감수성을 표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지만 <박쥐>는 정말로 B급 영화스럽다. <박쥐>의 이야기는 박찬욱스럽게 전형적 갈등구조에서 벗어나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갈등구조는 아마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영웅이 되거나, 뱀파이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거나, ‘이 되어 인 어떤 사람이 그를 무찌르거나 하지 않았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박찬욱 감독은 이런 점에서 우리를 실망시키진 않은 것 같다.


 


"나 부끄럼 타는 그런 여자 아니에요"


결국 <박쥐>는 감춰진 욕망이 봇물처럼 터져버릴 때의 인간의 모습을 담은 듯하다. 신부로서 지켜야했던 윤리적 인간의 모습 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자신을 하녀처럼 대하는 라 여사와 강우가 막아놓은 태주의 욕망의 댐이 터져버린 후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연약한 윤리적 방어벽을 우리는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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