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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글쓴이: denamo님의 블로그 |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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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샘터 刊


 


고양이를 주소재로 하는 화가의 성장 에세이다. 고양이를 자신과 의인화 한다든가 이입
하든지 간에 외롭긴 마찬가지다. 외로움은 처연함이다. 외로우면 작은 생명체들에 기대
어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들을 구사한다. 읽는 이들을 가슴 뛰게는 하지못해도 우울하게
는 할 수 있는 것이 저자의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적 아픔이겠다.


 


그림과 사색의 결을 살린 이 여류화가의 성장 에세이는 통속적인 고독과 멜랑꼴리한 이
야기가 서린 책이다. 지금이사 작품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는 남편과 실리콘밸리의
근처 소도시 산타클라라에 머무는 여류화가의 당찬 에세이는 그립감도 아담하지만 도톰
한 질량감이 느껴진다. 어려서 성장기에 엄마의 호구지책이 하필 한복집이였다. 한복 색
깔의 아름다움으로 저자의 미학적 의식이 자연히 배였으리라.  모든 일상이 미쟝센으로,
오브제로 삼을 수 있어서 현재의 해피한 화가를 누리잖나?


 


삶이 여의칠 않아서인지 폭음을 일삼는 아버지는 성장기 여린아이에게 트라우마를 입혔
다. 곱게 한복을 지어 입히던 엄마는 가출했고, 그녀는 다섯 살때 이미 아버지 행상을 졸
졸 따라 다녀야 했다. 어리길 망정이지 얼마나 의기소침했을까. 알콜중독에 걸린(것이 어
머니의 가출이 이유가 됐든, 아니든) 아버지가 술취해 잠자는 곁에서 혼자서 그림을 그리
며 놀았단다 민들레랑 냉이랑 고양이들이랑. .


 


채 다섯 살도 안된데다 엄마까지 없는 감수성 예민한 여자 아이가 받은 신산한 기억뭉치
들을 담담하고 건조한 내러티브에 먹먹해진다. 꽤나 고급하고 예술적인 최루성 에세이다. 
그 아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어른이 돼 쓴 서양화가의 자전전 에세이다. 홍익대학교 판화
과와 서양화과를 나와서 고양이를 단골 소재로 하는 개인전도 그룹전도 숱하게 열었고.
화가가 글조차 조형미(207p) 넘치게 써댔으니 한 두번 읽고 말 책은아니다.


 


판화가의 성장 에세이가 결코 클리셰cliche 하지 않아서 독서감이 좋아서 기쁘기도 하다.
근래,  롱텀으로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음률이 살아있는 책이 어디 몇 개나 되야 말이지.
어떤 장르를 다뤘든 간에 책의 본령은 재미다. 여행의 본령은 낭만이듯. 산타클라라에서
머묾이 창작의 허기짐을 채워서 다음 번 문학적 유희를 또 읽게 해주길. 참 좋았습니다 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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