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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인 한국

글쓴이: 나님의 블로그 | 20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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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 문화 그리고 언어가 사람의 생각과 그 구조를 결정한다. 같은 환경과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미 머릿속에 굳어진 생각의 구조와 관계들 덕분에 자신들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종종 같은 생각의 구조를 인물이 아닌 타인에게 우리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은 러시아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를 동시에 접한 박노자 교수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국적상 이미 한국인이지만 인생의 절반이상을 러시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방인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눈에 한국의 문제점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박노자 교수가 바라는 앞으로의 한국의 모습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라는 무리 속에서 살아간다. 영어에서는 ‘I' 라는 말이 자주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우리 엄마는, 우리 아빠는...‘등 처럼 주로 우리는 말을 쓰면서 무리 속의 자신을 강조한다. 이 ’우리‘라는 단체 속에서는 당연히 서열이 존재하게 되고 그 서열 속에는 권력과 복종이라는 종속적인 개념이 삽입된다. ’나=우리‘ 라는 등식은 존재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 책은 크게 국가, 종교, 군대, 대학의 4부분으로 나누어 위와 같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




1. 국가: 민족이라는 말에 강한 애착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은 민족을 대표하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충성을 해야 한다고 은연중에 배워왔다. 국가에 의한 개인의 삶의 파괴는 정당화되어 왔으며, 그 속에서 개인의 피해는 스스로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었다.


“역사적 진화를 교실의 붕괴나 사기저하, 국가관의 위기로 보는 파쇼적 국가주의자 일부는 학생들에게 단군 숭배를 강요함으로써 어린 뇌리에 국가와 권력에 대한 공포와 무조건적 존경을 주입하려 한다....... 그들에게 민족과 단군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민족과 단군의 이름으로 어린이들에게 국가, 즉 국가의 지배층에 맹종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p.54-55"




2. 종교: 관용과 이해가 존재해야 할 종교라는 곳에서조차 같은 생각과 같은 믿음만이 진리요 그 외의 것은 사이비, 옳지 않음으로 간주하는 종교의 패거리 문화는 붕어빵의 틀처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다루기 편하고 말 잘 듣는 이들을 찍어내고 있다. “올바른 종교를 위해서라면 타종교인과 무신론자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강요의 악습과 ‘우리 모두 다 같이’ 식의 ‘집단 동질성’만 강조하는 전근대적 패거리주의는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p.88"




3. 군대: 군대라는 조직에서 생활하면서 제대 이후의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지혜를 배운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의무라고 배워온 한국인에게 저자의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많은 공감이 간다. “보수정치인이 다스리고 재벌이 소유하는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 군대라는 것은 ‘보스’에 맹종할 ‘충견’을 기르고 훈련시키는 일종의 ‘양견장’ 역할을 한다. p.111".




4. 대학: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배움과 자유의 집합체인 것 같은 대학에서도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존재한다. 선-후배 관계가 그렇고 교수-학생이라는 관계가 그렇다. 대학입학 초기마다 존재하는 후배에 대한 선배들의 군기잡기, 회식자리에서의 술 강요, 그리고 성적에 목매여 교수들의 방 청소, 커피심부름, 타이핑작업 등 수직적인 신분관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대학은 군대만큼이나 서열적이고 권위적인 곳이다.




상명하달식의 수직적인 조직에서의 개인은 ‘무리’ 속에 속한 일종의 부품이다. 무리를 위해 다 쓰여진 부품은 다룬 부품으로 교체되면서 무리의 존속을 위해 언제나 열심히 희생해 간다. 저자는 말한다. ‘너와나’ 라는 대립적이고 상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공생이라는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의 나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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