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하며 읽기엔 좀 으스스할 수 있는 책이었지만 여행 중엔 또 이런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챙겨갔던 책,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여행을 가면 사실 너무 바쁜 일정에 잠깐 쉰다고 해도 책을 읽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아이 엄마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이는 수영하자 놀아달라 하고, 부모님과 같이 가서 교대로 놀아주신다 해도 책 한권에 완전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썬베드에 누워 책을 보거나 잠을 청하거나 하는 식의 휴식이아주 익숙한듯 하였다. 그들도 뭔가 만만한 장르소설을 읽는 듯 하였는데, 나 또한 옆에서 분위기 좀 내보며 이렇게 책을 보았네~ 하면서 말이다.
아이 엄마인 내가 읽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제목의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니콜 키드먼 주연, 제작으로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는데 워커홀릭이면서 자녀를 사랑하는 매력적인 30대 여성 역할로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돋보이게 될 작품 같았다. 뉴욕 명문 사립학교의 잔인한 속사정이라는 이야기에 사실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몰입도도 상당한 책이었다.
몇달전에 읽었던 세이브 미와 이야기 자체는 다르지만 학교내 딸의 왕따와 자살, 내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 또 엄마의 매력과 변호사라는 직업 등이 겹쳐져 세이브미를 떠올리게도 했던 작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케이트와 아멜리아.
케이트는 싱글맘으로 외동딸 아멜리아를 나름 훌륭하게 키워온 워킹맘이다. 직업은 변호사, 자신의 부모님 역시 대학에서 유명한 약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일 정도로 배경도 탄탄하지만 그녀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아멜리아 역시 엄마를 닮아 똑똑하고 아름답고, 운동선수로 활동할정도로 학교에서도 여러모로 두각을 발휘하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비해 또래들과 달리 남자아이들에게 관심이 아직 없었고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책에 묻혀 사는 그런 딸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보면 엄친딸이라 볼 그런 아멜리아가 요즘 엄마에게 부쩍 퉁퉁거리는 날이 많아졌고, 엄마는 사춘기 딸의 그런 모습에 신경이 쓰이면서도 직장 일 또한 병행을 해야했던 지라 아이가 일부러 자기를 괴롭히는 건가 싶은 아쉬움이 들기도 하였다. 직장에서 회의를 맡아 진행하던 중, 아이의 학교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단 한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자신의 딸이 정학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란 케이트는 당장 학교로 간다고 하고, 최선을 다해 출발했음에도 약속한 시간보다 더 늦게 학교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놓인건 사랑하는 외동딸 아멜리아의 시체.
미안해요 라는 말과 영어 과제 표절로 정학을 맞을 상황이었던 것, 등등으로 경찰은 아멜리아의 죽음을 자살로 판명을 지었다. 그런데, 어느날 도착한 문자 한통에 아멜리아가 스스로 자살하지 않았다라는 문자가 도착하고, 그제서야 뒤늦게 케이트는 아멜리아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유난히 그녀에게 날을 세우며 비협조적이던 경찰은 경찰직을 그만두고 새로이 그녀를 담당하게 된 경찰관 루의 도움으로 아멜리아와 그녀의 학교 삶에 대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한 케이트.
뉴욕 명문 사립학교. 교내에 존재하는 비밀 클럽.
아멜리아는 모범적인 아이로 비밀 클럽 따위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10대들의 특성상 굳이 초대를 거절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모범생인 아멜리아와 남자관계가 복잡하기로 소문난 실비아가 단짝이라는 것은 좀 안 어울리는 조합이긴 했지만 어찌 됐건 둘은 어려서부터 친했고 그렇게 단짝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 아멜리아에게만 조심스럽게 비밀 클럽 맥파이스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었다. 아멜리아를 끔찍히 싫어하는, 그래서 대놓고 욕설을 내뱉다시피하는 제이디가 주축인 비밀클럽. 그런데 놀랍게도 아멜리아를 초대하자고 한 것이 바로 그 제이디라 하였다.
아멜리아는 클럽에 가입하기 위한 말도 안되는 조건들을 수행해나간다. sns에 거의 나체에 가까운 속옷 차림으로 사진 찍어서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많이 받기, 선생님 가방을 넥타이로 묶어놓는 등의 제이디식 장난을 따라하기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일이 많이 바빴지만 아멜리아 역시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엄마는 딸의 휴대폰 문자 등을 관리해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딸을 믿어 왔었는데, 딸의 죽음 이후에 엄마가 몰랐던 사실들이 너무나 많았음에.. 그리고 딸의 죽음이 비단 그녀의 잘못때문이 아니라 그 애초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음에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이미 아이가 죽고 나서 시작된 이야기였기에, 이야기가 파헤쳐지면 얼마나 파헤쳐지랴 싶었는데 끝으로 갈수록 놀라운 이야기들이 베일을 벗고 있었다. 그런 것이었구나. 애초에 이유없이 잘해주는 사람 없고, 찜찜함을 주는 사람은 꼭 뒷끝이 있고 등등 만고의 진리를 다시 되새기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재미나게 읽었지만, 10대들의 무모함에 안타까움 역시 한없이 치밀어오른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