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년 미국의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창간 125주년을 맞아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에 관한 가장 중요한 125개의 질문을 선정했다. 아마도 해가 거듭될수록 의문점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의학이 발달되면서 질병이 늘어나듯, 과학 전반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는 넓고 깊어질 것이다.
2.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솔 펄머티 교수, 존스홉킨스 대 애덤 리스 교수,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의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 등 세 명에게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관계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의의 경쟁 끝에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3. 이들의 공통 연구과제는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이렇게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것은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에너지보다 큰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73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에너지를 우주론자들은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4. 여기서 '암흑'이라는것은 '밝혀지지 않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우주에는 이처럼 '암흑물질'이라 불리는 물질이 23퍼센트, '암흑에너지'라는 더 신비한 물질이 73퍼센트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고 밝혀진 물질의 정체는 오로지 4퍼센트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5. 이 책 [4퍼센트 우주]는 바로 나머지 우주, 미지의 96퍼센트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파넥은 컬럼비아대 부교수로 재직중이며, [뉴욕타임스], [디스커버] 등 다양한 매체에 과학과 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는 베테랑 작가라고 소개된다.
6. 이 책은 정통 과학서적으로 분류될 성질은 아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우리가 발견한 우주가 고작 4퍼센트 밖에 안된다는 겸허한 진실을 알아내고 받아들이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기록한 르포 형식의 책이다.
7. 그렇다면 미지의 96퍼센트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둬야 할까? "그들이 종종 '근본적인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고감도 검출기들이 이미 도달했거나 결코 도달한 적이 없는 어떤 가설적 입자의 포착을 기다리는 지하 광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에스프레소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다중 우주를 생각해내는 상아탑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망원경들이 빅뱅의 잔존 복사를 추적하는 남극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미 미지의 영역과의 만남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스톡홀롬에서, 편안한 거실 소파에 앉아 수백 광년 떨어진 별들의 실시간 자기소멸을 관측하는 전 세계 포스트닥터 연구원들의 컴퓨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혁명은 건강한 공동 연구로, 또한 우주는 본질적으로 다윈주의적 장소이기 때문에, 경력을 다투는 경쟁으로 일어나고 있다." (pp. 12~13)
8.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많다', '어찌된 일인가', '심부의 얼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적다'. 겨우 4퍼센트만 간신히 밝혀낸 인간 지식의 한계를 두고 우주가 한 마디 할 것 같다. "애쓴다~"
9. 대부분의 학문 분야가 그러하지만 특히 과학분야는 평생의 과업이 그저 한 발 내디딘 흔적으로 그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길을 뒤따라가는 후학들에겐 더없이 귀한 발자욱이다. 아울러 인간이 우주와 인간, 인간의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다면 더욱 겸손해질 일이다. 어깨의 힘을 빼고, 난 척하지 말아야한다.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 나는 인류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무엇을 남기다 갈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P.S 1번에 언급한 과학의 의문점(난제)들을 국내의 과학자들이 답안지를 작성해 본 책이 있다.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 / 정재승 외 / 낮은산]
http://blog.yes24.com/document/7077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