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할 게 없으면 선생이나 하지 뭐.'라고 말하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교사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고, 배우는 긴긴 시간 동안 '교사가 저런 사람이라면 나도 하겠다'라는 생각도 쉬이 해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랬나, 너무 쉽게 교사를 할 수 있겠다고 떠들었던 벌이라도 주려는가, 이 책을 읽는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착한 학생이라고 믿었다.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책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되는 단순한 가르침이기도 했다. '왜'라든가 '어찌'라든가 '아닌데'라는 생각조차 갖지 말라고 배웠던 어린 날의 절대적 가르침, 아직까지도 내 의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 학생이 교사의 의견에 반대를 하고서도 교사로부터 보복을 받지 않을 것을 믿을 수있는 관계를 세우는 일. 작가는 미국의 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나는 자꾸만 우리의 현실을 읽는다. 우리와 너무 비슷한 탓이다. 가능할까, 작가가 제안하는 그런 바람직한 상황을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기는 할까. 읽고만 있는 내 마음도 이렇게 무거운데.
나는 못하겠으니 다른 사람이 할 때까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상황에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지금 여기서, 바로 내가' 시작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자각이 바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게으름과 용기 없음과 소신의 부족함.
교사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는 절대 말할 것이 아니다.
35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관례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미덕은 감정의 절제와 신중함, 그리고 합의이다. 이런 관습은 정의의 비전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중학교에 가기 오래전부터 교실 문을 열기 전에 열정부터 버리는 법을 배운다. 39-40 교사 자신의 진정성과 살아 있는 신념은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인 셈이다.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 47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과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공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줘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학생이 교사의 의견에 자유로이 반대할 수 있으려면 그것 때문에 보복을 당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82 다른 이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권력을 은밀히 즐기며 학부모와 학생의 환심을 사려는 악덕 교사들은 결국 모든 이의 신뢰를 잃게 된다. 성숙하지 못한 교사들은 간혹 이런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공립학교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런 교사들이 아니다. 사려 깊은 저항자들은 흔히 더 천천히 움직이고, 사소한 싸움은 우회하고, 다른 이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결국 진정한 싸움에서 승리한다. 우리가 바라는 동료는 바로 이런 교사들이다. 90 가르치는 일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우리 자신은 물론 아이들도 전혀 생각 못한 놀라운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잇다는 것이다. 114 불공정한 체제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장소는 바로 우리가 서 있는 곳이다. 어떤 경우든 ‘더 큰 상황’을 조용히 인식하면서 바로 지금, 바로 여기부터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우리가 꿈꿀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수단을 써가며 노력해야 한다. 126 ‘자유세계’는 세 가지 의미로 귀결된다. 미국 기업들이 거액의 이윤을 얻는 자유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 미국 군대가 부지 및 항구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곳, 이기적인 상류층이 군사력과 긴밀히 공조하여 아무런 제약 없이 빈민을 착취할 자유로운 기회를 갖는 곳. 이 세력들은 대체로 미국 정부와 공조하며 자금을 지원받는다. |
교사로 산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