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중국관련 일을 할 때의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중국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투자를 검토 하였다. 나 역시 회사의 중국투자 관련 일을 하면서, 그들에 관해서 너무나 몰랐기에, 정보가 될만한 것이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중국에 가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회사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교민들을 만나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었기에 늘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중국관련 책을 읽는 것이었다. 제목에 중국자만 들어가면 그것이 역사서이건, 경제서이건, 에세이건, 소설이건 가리지 않고 읽었다. 때마침 투자열풍이 대단했기에 투자관련 서적도 한없이 출간되고 있었다. 투자검토를 하던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렇게 읽은 책이 거의 200권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일을 하면서 중국전역을 헤매고 다닐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중국관련 일에서 손을 뗀지도 오래 되었고, 그저 중국경제에 관한 일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할 정도에 그치고 만다.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일정부분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더라도, 중국투자에 관한 책에 손이 안가는 것은 스스로가 그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읽을까, 말까 조금은 고민을 했지만, 예전 생각이 나서인지 흥미로 생겼다. 그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 지금의 중국 비즈니스에서 맥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제목과는 달리 무엇인가 조금씩, 조금씩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 각론이 아닌 총론적인 이야기기, 좀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중국에 주재한지가 2-3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혹 중국에 처음 투자하려는 사람, 아니면 중국에서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다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중국을 이제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경제와 중국시장을 해부하며, 중국진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중국경제는 매년 8%대의 고도성장을 이루어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졌을 때도 세계는 오직 중국의 성장에 기대어 근근이 그 맥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그토록 강조하던 8%대의 성장은 중국경제의 마지노선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7%이하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중국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던 다수의 국유기업이 적자에 시달리고, 세수부족은 지방정부의 채무상환 능력을 현저하게 감소시켜, 그들의 성장동력을 급격하게 약화시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2012년 그간의 8%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자 중국정부가 당혹해 했던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 이기도 했다. 이에 중국정부는 경제운용방향을 수정하였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위주에서 내수위주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방식이 낳은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빈부간, 도농간 격차해소가 시진핑시대, 향후 10년간 중국경제의 최대과제가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부터 중국을 시장으로 보지 않고,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공장으로 생각하고 진출한 기업들은 지금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것은 끝이 보이는 단기전략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세계 500대기업의 대부분이 진출해 있는 중국, 세계 자동차메이커 대부분이 진출해 있는 중국에서, 과연 그들 기업은 단순히 중국을 생산공장으로 생각하고 진출했을까? 그들은 처음부터 14억 인구의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했다. 2000년대 초, 내가 중국 일을 했을 때도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짝퉁이 범람하고, 그들이 만든 제품이 조악해 보여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 아니면 중국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임은 그 당시에도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은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그들이 G1으로 굴기하기 위해서는 경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에서도 한국과의 협조가 필요하고, 우리 역시 중국시장을 떼어 놓고서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좀 더 아쉬운 쪽이 우리라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자가 주장하는 한중 양국이 서로의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가는 비즈니스 전략은, 우리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그것은 결국 우리가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세상에서 상술이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유대인을 꼽지만, 중국인들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화교들을 보아도 그렇고, 중국에서 직접 부딪쳐본 그간의 경험을 보아도 그렇다. 그러기에 중국을 보다 잘 이해하고,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우리가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은 언제, 어디에서든 유효한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