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글쓴이: 책이란? | 2013.09.15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009년에 출판된 책이었고, 그 당시에 책을 구입해놓고 읽지 않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읽은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회라는 단어를 상당히 많이 들어왔는데, '사회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에 생소함을 느꼈다. 거기에 '괴짜 사회학'이라는 괴짜 시리즈중 하나인 이 책을 보았을 때, 구입을 망설였다. 솔직히 이러한 제목들의 책은 교양서로서 다소 깊이가 얕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사회학'이라는 분야에 대하여 처음 접하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이 시작되었다면 나는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표현을 보는 순간 너무나 많이 본 표현이기에 책의 내용이 진부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소 신선한 시도로 책을 썼다. 책의 저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현재 아이비 리그 중의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그가 대학원생 1학년 때에 논문을 쓰면서 경험한 내용을 쓴 책이 바로 '괴짜 사회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논문은 전문 서적 및 각종 자료들을 분석하여 지도 교수의 지도하에 쓰는 것이 원칙인데, 수디르는 시카고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시카고의 흑인 빈민촌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는 책상에서 자료나 논문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백인들이 꺼려하는 시카고의 빈민촌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논문에 대한 자료를 찾고자 하였다.(참고로 수디르는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인도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빈민촌의 흑인들은 그가 생각하는만큼 단발성의 인터뷰로서 논문의 자료를 얻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시카고의 황폐한 공영 주택 단지인 로버트 테일러 홈스라는 거대한 흑인 빈민 주거 구역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는 갱의 한 조직의 우두머리인 제이티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료를 얻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게 된다. 비록 백인은 아니지만, 중산층의 인텔리 계층이 코카인과 매춘, 폭력이 난무한다는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서 그것도 갱 조직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었던 것이었다. 일단 그 주거 지역의 1인자인 제이티(대학까지 나온 갱 조직 우두머리)의 협조로 인하여 그는 점차 흑인 빈민 주거 지역에서 그가 원하는 논문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즉, 로버트 테일러 홈스를 하나의 작은 사회로 보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수디르가 목격한 사실들을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그 지역에서 마치 정부처럼 제이티의 조직이 코카인과 같은 마약 거래라든지 그 밖에 수익이 발생하는 거래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나름의 질서 유지의 대가로 일정 세금을 수금하는 모습이라든지 2인자인 거주민들의 단체인 베일리 부인이 거주민들과 주택 공사의 사이에서 중계 역할을 하는 모습, 그리고, 거기에서 살고 있던 빈민들이 나름의 자경단이라든지 제이티가 만든 규칙의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하여 빈민 사회의 모습을 묘사해주고 있다. 거기에 갱 조직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악질 경찰의 일까지 로버트 테일러 홈스는 애초에 수디르가 빈민들의 사회로 설정하였으나, 점차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임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실제적인 경험과 목격을 통하여 언급되는 내용을 토대로 독자들에게 '사회학'이라는 개념에 간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제목은 '사회학'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 책에서는 사회학의 정의라든지 내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사회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논문을 쓰기 위하여 자료 수집을 위한 경험담을 적은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직설적으로 사회학에 대한 내용이나 강의를 생각했다면 이 책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분명 내용은 수디르 벤카테시라는 대학원 생의 10년간의 흑인 빈민 구역 체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미국에서 버림 받은 지역인 흑인 난민들의 생활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기에 가볍게 넘길만한 책은 아닌것 같다.


 예를 들자면 책의 마지막 부분의 흑인 난민 지역이 철거되고 새로 재개발이 되는 일을 언급하고 있는데, 거주민들의 대표인 베일리 부인은 나름 협의회를 만들어서 주택 공사로부터 자신과 주위의 세력들의 몫을 일단 챙겨두고 사람들을 재개발에 대하여 받아들이도록 하는 모습은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한때 일었던 재개발 열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인간들이 모여서 이룬 사회는 그 규모나 성격이 어떠하든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특징들이 이 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하여 수디르 벤카테시의 경험을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사회학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인지 몰라도 주목을 받게 되어, 결국 오늘날의 아이비 리그의 교수라는 지위까지 얻게 된다. 책에서는 이 점에 대하여 수디르의 불편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빈민들의 모습을 조사하고 이용한 것은 아닐까라하고. 실제 수디르에게 협조하였던 제이티는 수디르가 자신의 전기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이에 대하여 수디르는 원만한 협조를 얻기 위하여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디르는 명망있는 교수가 되었지만, 흑인 난민 지역은 결국 재개발로 인하여 그 나름의 사회가 붕괴되었기에 수디르는 거기에 대하여 불편한 마음을 회고하고 있다. 


대학 학위는 생물 공학을 전공하였으나, 대학원을 사회학으로 바꾼 그였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여 논문을 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도를 하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솔직히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이다.(물론 의학대학원으로 바꾸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도전하는 전공에 대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흑인 빈민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사회학 관련 내용들을 발굴해내는 그의 이야기를 통하여 사회학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전체목록보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