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연휴 기간이면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여행 패턴은 아직도 한정된 몇몇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꿈꾸는 유럽만 해도 서유럽 여행에서 그칠 뿐이니 말이다.
나는 몇 년 전에 15일 일정으로 동유럽 7개국(독일-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짤즈캄머굿, 체코-프라하, 헝가리-부다페스트, 폴란드, 슬로바키아)을 여행했다. 페키지 여행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주요 도시를 찍고 다녔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의 주요 도시를 살펴보면 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다. 그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이 동유럽을 매력 있는 여행지로 만드는 포인트이다. 거기에 경제적으로 아직 부유하지 않기에 소박한 인심이 남아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역시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이젠 북유럽을 여행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던 차에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해가 지지 않기도 하고, 해가 뜨지 않기도 하는 이상한 땅, 하룻밤 새, 창밖의 모든 세상이 하얗게 뒤바뀌기도 하고 신령처럼 불쑥 나타나 빤히 바라보고 서 있는 순록 떼와 마주치기도 한다. 밤마다 하늘에서는 수천가닥 빛의 눈부신 오로라가 쏟아져 내리고, 또 세상에서 가장 크지만 약한, 그래서 우리들의 꿈과 꼭 닮아 있는 고래들이 사는 곳….
북유럽의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신비한 마법을 건다. 그래서 북유럽에 닿은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안에서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과 아직 잊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애끓게 떼어놓고 떠나야 했던 꿈과 추억까지도.
이 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인 학문일 ‘광고홍보학’을 공부하고 대기업 홈쇼핑 회사에 들어가, 이왕이면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쇼 속에 나오는 억대 연봉의 MD로 이름을 날려볼까도 싶었지만 1년도 안 돼 개인의 영리나 이득과는 거리가 먼 ‘국제자원봉사 NGO’로 몸을 옮겼고, 지금은 ‘인권’을 공부하고 있는 저자 양정훈 씨가 북유럽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서 보낸 330일 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가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바다와 숲과 눈, 마음과 그리움의 노래다.
돈을 벌러 아주 멀리, 스웨덴 예테보리의 어느 초밥 집까지 와서 맛 좋은 초밥을 만들어내는 몽골 형님. 자신은 아주 나약한 생물이라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낼 수가 없어서 여행을 떠나 왔다는 이상한 남자 에드몬드. 어릴 적 시력을 잃었지만 가끔은 꿈속에서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세상을 본다는 시각장애인 시부. 푸르고 커다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아이슬란드로 모여든 13인의 청년들. 바다를 닮아 파도 냄새가 나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의 아이들. 노르웨이 북쪽의 작은 마을에서 퓨전 스타일의 추석 상을 차리고 허기짐과 외로움을 달랬던 한국인 친구들, 그가 펼쳐낸 이야기들을 읽다가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 책은 북유럽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