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와 함께 일본에서 유명한 명탐정 시리즈인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책을 구입한 지는 1년이 넘어가지만 그동안 손에 잘 가지 않았다가 최근에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고장의 전설이나 만담 혹은 괴담을 이용한 추리소설이라는 점이 상당히 끌렸다. 다른 작품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들을 활용해서 현대와 잇는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이 책의 저자인 우치다 야스오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능력은 감탄할 수준이다.
최근 나오고 있는 작품들이 잔인한 면을 부각시켜 시각적인 극대화를 노린다거나 아니면 추리나 트릭보다는 서술형 전개로 캐릭터의 심리나 행동,혹은 사건의 동기나 원인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들이 주로 나오고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나온 지 올해로 30년이 넘어가는 작품이자 우치다 야스오의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첫 작품이어서 명탐정의 등장이나 호흡이나 혹은 추리 방식이 조금은 어설펐을 지 몰라도 그의 다음 작품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나온 것처럼 일본에 알려져 있는 유명한 설화인 '고토바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토바 전설'은 책에도 나온 것처럼 중세 일본에 초대 쇼군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시기에 고토바 법황을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키지만 막부에 의해 진압되는데,막부가 고토바를 유배한 경로가 실제 역사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고토바 전설'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그 '고토바 전설'에 나오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가던 여성이 한 시골역의 구름다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노가미 형사를 포함한 수사팀은 조사를 시작하지만 범인의 윤곽은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는다. 상부와의 갈등으로 중요 수사에서 제외된 그는 그러던 중 피해자의 소지품에서 사라진 '고토바 전설'과 관련된 고서를 찾는 것으로 8년 전 피해자의 과거 이야기에도 주목하기 시작한다. 이때 8년 전 함께 한 피해자 친구의 오빠인 아사미가 사건에 합류하여 노가미와 활약을 하게 되지만 그 사이에도 연속해서 사건이 발생하고,이들 피해자 사이에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아사미의 등장 전후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아사미의 등장 전까지는 노가미와 관련된 일들에서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수사와 노가미가 하는 탐문 수사를 포함한 것으로 나눠지는데,전반부는 이렇게 노가미 형사의 단독 수사와 상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점점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되지만,노가미가 합류하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지만 그 와중에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골치아프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침착한 노가미의 모습과 다소 엉뚱한 노가미 형사의 콤비 플레이는 비록 이 작품에서 첫 호흡을 맞추는 것이고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첫 작품이라 삐걱거리는 면도 없진 않았지만 첫 등장치고는 제법 괜찮은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 괜찮은 결말에서 쉽게 범인이 주인공인 노가미 형사와 아사미와 관계있는 주변 사람임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과 다소 약한 추리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쉬웠다. 중반부까지 사건의 전개와 또다른 연속 살인사건의 등장까지는 나름대로 스피드 있는 전개와 함께 또다른 사건의 등장으로 추리에 대한 시원한 결말과 고전 설화와 관련되어 나오는 여러 장소가 등장하는 것으로 다양한 배경의 등장으로 인한 풍부한 스토리에다 두 캐릭터에 대한 비교 부분까지 나름 기대를 모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하나하나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캐릭터 간의 갈등과 나름 꼬이게 만들었던 사건 전개에 대한 설정 자체는 충분히 읽는 재미를 가지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전설이 들어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하면 대체로 잔인하거나 동기가 조금은 슬프고 씁쓸한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그 강도가 약했고 동기도 비교적 약해보인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이 작품이 가지는 장점일 것이다. 이후에 나온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는 아사미가 어떠한 활약을 펼칠 지 궁금해진다.
201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