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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글쓴이: 책이란? | 201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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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제노사이드'의 저자인 다카노 가즈아키에게 관심이 생겼는데, 그의 초기 작품인 이 책 '13계단'이 재미있다고 하여 읽게 된 책이다. 2001년에 이 작품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일본 추리작가협회에서 만든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니 상당히 오래전에 발표된 작품이고, 이 책은 국내에 2005년에 인쇄된 책이다. '제노사이드'의 이야기를 고려해보면 추리소설로 등단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초반 모습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하여 저자의 초기의 작품은 어땠을까라는 호기힘과 함께 읽게 되었다.




 상해 치사죄로 2년형을 받고 석방되는 준이치,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낀 난고. 이 둘은 같은 교도소에서 만나게 되고, 준이치가 가석방되어 출소되던 날, 난고는 준이치의 기록을 보면서 그가 석방된 이후에 반드시 갱생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와 함께 일을 하고자 한다.그 일이란 한 독지가로부터 사카키바라 료라는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해 달라는 의뢰를 말한다. 난고는 교도관 일을 그만두고, 그 일을 함께 하자고, 준이치에게 제안을 하고, 준이치 또한 자신으로 인하여 피해자와 화해를 하느라 빚을 진 부모님에게 도움을 주고자 흔쾌히 수락을 하게 된다.




 사형수인 사카키바라 료는 그가 이전의 범죄로 가석방이 된 채로 그를 관할하던 보호사 부부를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카키바라 료는 그 살해 현장 근처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인하여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변호사를 통하여 최근에 '계단'을 보았다는 기억이 난다는 말을 한다. 그 단서 하나로 난고와 준이치는 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준이치는 사카키바라 료가 살인을 저지른 도시가 자신이 10년전 여자친구 유리와 가출했던 도시였으며, 또한 2년전 그가 상해 치사로 죽인 남자가 아버지와 함께 살던 도시임을 알고 공황에 빠지기도 한다. 석방 후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그에게는 무언가 모를 숨막힘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난고는 교도관으로서 2번이 사형을 집행하였다. 그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형에 처한 것이라고 하면서 자위를 하였지만, 2번째 사형 집행 때에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심지어 피해자 가족도 사형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한 사형수를 죽인 것에 대하여 혼란을 느끼고 그로 인하여 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하여 그동안 믿어왔던 가치관이 흔들리게 된 사연이 있었다. 




 이러한 두 인물은 사카키바라 료가 기억해냈다는 계단이라는 단서와 함께 사라진 피해자의 통장에 초점을 두고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결국 사카키바라 료가 무죄임을 밝힐 증거와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절정을 치닫으면서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약간의 반전과 함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쓰여진지 10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던 작은 사건들이 책의 결말에서는 이 커다란 흐름과 다 연관이 있었다는 체계적인 짜임새와 함께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외의 트릭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은 추리소설로서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제목의 '13계단'은 일본에서 사형의 집행을 위하여 거치는 단계(인물)가 13임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사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작가의 제안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잔혹무도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보면 당연히 사형을 옹호하지만, 인간이 인간의 죄를 판결하는데 있어서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단 이 책은 후자에 초점을 두고 쓰여진 책이라고 보여진다. 




 예전에 영화에서 사형 폐지론자가 스스로 사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하여 타살로 가장한 자살을 하고, 그 동조자가 마치 범인인 것처럼 꾸며서 사형 판결을 받고, 그의 사형이 집행되고 나서 자살이었음을 알리는 내용이 있었다. 이 책도 그러한 점을 교도관이었던 난고의 고뇌와 또한 준이치의 마지막 부분의 모습을 통하여 그러한 부분을 제기하고 있다. 신인 작가로서 등단하기 위해서는 좀더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요소를 강화하여 쓸법도 하지만, 다카도 가즈아키는 이 시절에도 책을 통하여 사형에 대하여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모습은 지금의 작품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단순한 재미만을 주는 책도 많이 있지만, 다카노 가즈아키는 그런 범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작가중 한명이다. 출간된지 시간이 지난 책이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읽어봄직한 책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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