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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의 2인조가 돌아왔다! - 다이나믹 듀오, 티 페인, 양방언

최자와 개코로 이뤄진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지난해 데뷔 십 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거침없이 10년을 내달린 그들은 여전히 명랑하고 쾌활합니다. 시대의 고민도 녹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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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와 개코로 이뤄진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지난해 데뷔 십 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거침없이 10년을 내달린 그들은 여전히 명랑하고 쾌활합니다. 시대의 고민도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새 음반 < Dynamic Duo 6th Digilog >에서 확인해 보시죠. 흑인 뮤지션 티 페인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의 신보도 소개합니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Dynamic Duo 6th Digilog >

신을 이끌어가는 맏형의 고충은 역시나 만만치 않다. 게다가 돌아가는 모양새가 예전 같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여느 때보다 이번 앨범을 내놓으면서 극심한 고민을 거쳤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이들의 귀환을 기다려온 시선들은 사실상 메시아의 재림을 염원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았고, 워낙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숙명도 떠안았을 터였다.

물론 컴백작이 실망을 안겨 준 앨범은 아니다. 파트 1, 2로 나눌 정도로 2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개코와 최자의 놀음을 즐겨왔던 팬이라면 기시감을 느낄 만한 요소를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익숙한 맥락이 표정하나 안 바뀌고 다시 출현한다. 웃고 즐기고는 있는데 다음 스테이지는 어떤 깜짝쇼가 나올 지 흥분되지 않는 복잡한 심사다.


자, 이제는 CD장에 꽂아두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전집을 꺼내볼 시간. 단골 트랙이 늘어난다. 스스로 걸어온 궤적을 되짚어보는 1번 트랙은 「살발해」가 꿰찼고, 이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였던 요부 콘셉트의 곡은 「혹으로 알아」에서 빼먹지 않는다. 놀 땐 놀아야 한다. 「불타는 금요일」, 「제끼자」는 ‘진짜’부터 시작해서 가깝게는 ‘퉁 되는 brothers’까지, 즉 “날밤 까자”는 기조를 충실히, 그것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수질검사 들어가고, 2차가고, 토하고, 다음 날 머리가 깨지는 만취의 내러티브에서 약간의 수정만 가한 것이 아닐까. UV의 가세도 의외성보다는「이태원 프리덤」의 연장선상, 서울 주요 관광명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근 몇 년 간 눈에 띄는 변화는 개코의 보컬 전향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거기서 거기」, 「해뜰 때 까지만」에서 특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보컬의 운신 폭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며, 개코의 음색이 적절하게 쓰일 수 있는 콘셉트도 다변화시킬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30대가 상징하는 여러 의미의 총합을 담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입대 전 「잔돈은 됐어요」가 88만원 세대의 넋두리였다면 「막잔하고 나갈게」는 말단 김대리의 무거운 한숨이다. 이제는 술 먹고 헤어진 여자 친구의 미니홈피를 들여다보는 「참고 살아」보다는 덜컥 가장이 되어 아들에게 바치는 「남자로서」가 더욱 어울리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두 곡예사들의 랩 아크로바틱 쇼가 벌어지는 것도 여전하다. 때에 따라서는 사마귀 유치원의 쌍칼을 대입하며 ‘예뻐’ 라임으로 초토화시키고, 인터넷의 키워드, 트렌드를 대변하는 고유명사를 어렵지 않게 끼워 넣으면서 스마트 세대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스스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악기를 섞은 개념으로 < Digilog >라는 앨범 명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디지털 + 논법(Logic)을 섞은 < Digilog(ic) >가 아닐는지.


분명한 사실은 시간은 흘렀고, ‘똘끼’와 ‘아버지’라는 상반된 개념이 앨범 내에서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다듀라며 손가락을 쳐 올릴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앨범이다. 무적의 2인조에게는 결코 부과되지 않을 것 같았던 과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티 페인(T-Pain) < rEVOLVEr >

국내에서도 티 페인에 대한 논쟁이 불붙은 것을 보면 하나만큼은 분명해진다. 오토튠이 한 때 전 세계를 뒤덮었으며, 이 만능도구로 덕을 본 뮤지션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민도 될 법하다. 신드롬 뒤의 찾아 온 비수기에도 자신의 고유성을 고수할 것이냐는 문제다. 이제는 현란한 기계음성이 귀에 물린 대중을 충족시켜야 하고, 어쭙잖게 노선을 수정했다가는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감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주축 메뉴를 포기하는 것은 상업적인 성공의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진화를 의미하는 ‘Evolve’를 내포하며 < rEVOLVEr >라는 앨범 명을 선택한 것은 그의 의도를 충분히 예상케 한다. 제이 지(Jay-Z)가 굳이 ‘D.O.A(Death Of Auto-tune)’를 천명하지 않았더라도 위기의 순간은 예상되었던 수순이다. 사실상 생존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의 타개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컨버전스”였다.

사실 그는 “내려놓음”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에서는 상당 부분의 비중을 외부 프로듀서에게 양도했다. 영 파이어(Young Fyre) 뿐만 아니라, 빌보드(Billboard)나 티-마이너스(T-Minus) 등 캐나다 프로듀서진들도 눈에 띈다. 허나 이 같은 인적 자원 교체로 밀어붙이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쇄신을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하다. 티 페인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외부 프로듀서들도 기존의 뉘앙스를 크게 해체하지 못한 것이다. 스파크가 터지고 잘게 난도질하는 비트 위에, 프로그램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고음이 여전히 돌출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자신감 있게 내놓았고 반응도 좋은 트랙은 역시 「5 o.`clock」이다. 릴리 알렌(Lily Allen)이 읊조리는 고요한 인트로부터 예상을 뒤엎으며 이번 앨범의 반전이 시작된다.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이 체온을 담은 릴리 알렌의 보컬이 0과 1로 나눠지는 티-페인의 기계음과 아이러니하게 어울린다.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한 「Default picture」, 피아노 라인이 곡을 리드하는 알앤비 성향의 「Rock bottom」,「Drowning again」도 아날로그적 악기와 디지털 도구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그 자신이 추구하려는 음악은 언제나 랩 송(Rap Song)이라는 개념이었다. 오토튠이라는 도구가 ‘노래’의 표현방식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냐는 문제에서 결격사유가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대중이 일반적으로 따라 부를 수 있다고 인식하는 ‘노래’의 원형에 상당부분 접근했다고 본다. 그리고 어느 알앤비 가수보다 뒤지지 않는 ‘감미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양방언 < Floating Circle >

양방언이 2년 만에 대중에게 선보이는 스페셜 앨범 < Floating Circle >은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전 방위적인 음악 소통 안에서 또 다른 세계로의 도약을 다시금 확인 시켜준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참여한 세션진의 면모는 명성만큼이나 화려하다. 기타리스트 후루카와 노조미와 베이시스트 타나베 히토시, 드럼에 이시카와 마사하루, 퍼커션 주자로 가케하시 이쿠오 등이 가세했다. 자타공인 일본 내 최고의 연주자들로 인정받는 이들의 합류는 세계 시장을 향하는 항해의 훌륭한 조타수 역할로 손색이 없다.

퓨전 음악하면 뭇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질감이 느껴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양방언은 단순한 융합만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과 연결함과 동시에, 그것을 난해하기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귀와 심중을 꿰뚫는 대중적 접근을 취한다. 그의 창작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새 앨범의 키워드는 ‘희망’이다. 첫 번째 수록곡 「Our steps」의 아이디어는 음반의 주제의식 전체를 관통한다. 서로 같은 곳을 보고, 함께 걸어 나가며, 희망을 갖고, 서로의 힘이 되어주자는 의미를 전달한다. 세계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그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곡의 진행도 역시 행진곡 형식으로 경쾌한 드럼 리듬과 관현악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Circle limits」에서 건반과 바이올린, 그리고 다른 세션들과의 유기적인 어울림은 곡의 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이어지는 「Nylon heart」는 양방언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신시사이저, 타악기를 사용해 곡을 진행하다가 들려오는 스트링 섹션의 강렬함은 퓨전재즈적 무드를 전한다. 「Uguisu」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단순한 악기 배치만으로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연출해냈다.


10년 이상 구축해온 양방언의 뮤직월드는 완성형에 가깝지만, 그 창작의 불씨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음악의 크로스오버나 퓨전은 제약이 없어야하며, 그 안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그 ‘균형’을 잃지 않는 다는 것. 그의 선율에서는 장르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유일무이함이 있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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