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R&B 가수라는 영광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휘성이 얼마 전 군입대를 했습니다. 입대 전 마지막으로 미니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그의 뛰어난 보컬 실력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실력파 여성 가수들의 신보가 나왔습니다.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원년 우승자, 켈리 클락슨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휘성 < 놈들이 온다 >(2011)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Want, Can, Must. 음악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미 160곡 이상의 곡에 이름을 선명히 새겨 넣었지만, 잠시 보금자리를 떠나 군대로 터를 옮기기 전 남기는 앨범에도 어떤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 갈등과 고민은 끊임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것: 10년 간 다듬고 정리해둔 보컬법은 「놈들이 온다」에. 특히 버스(verse) 부분 9마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보컬의 점층법과 가사 밀착력을 통해 아우라를 부과한다. 불과 1,2년의 연습 및 트레이닝에서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오랜 시간 다양한 곡을 연구해 나온 깊이 있는 해설. 그것을 담았다.
해야만 하는 것: 정제된 리듬과 음색에서「Insomnia」를 소환하는 「UUU」는 기존 음악 스타일을 응집해 두었으며, 「Oh lonely」는 휘파람, 양순음 등의 비트박스로 오프닝 리본을 커팅하며, 레게 기타 리듬과 어우러지는 금관악기들이 피에스타의 열기 속으로 인도한다.
하고 싶은 것: 나만의 오렌지주스의 약자인 OJ를 소재로 한 「OJ」는 가사의 고정적 진부함을 덜어내고 감각으로 터치했다. 3분 동안의 규칙 없는 놀이인 음악에 대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적어 정리한 업템포의 「Music」은 자신감, 솔직함, 포부를 표출한다.
< 놈들이 온다 >에는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혼재되어 있다. 국내 흑인 음악의 뿌리를 더듬어 그 형태를 파악해 본인의 음악적 정체성과 엮었다. 뿐만 아니라 10년간의 음악들, 「안되나요」, 「With me」를 시작으로 「주르륵」, 「사랑 그 몹쓸 병」,
< Vocolate >까지의 흐름도 집어냈다.
글 /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파이스트(Feist) < Metals > (2011)
예기치 않은 그리고 기대치 이상의 성공은 안도와 더불어 적잖은 부담을 동반한다. 1976년 생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의 이름을 다수의 아이팟 세대(애플의 아이팟 나노 CF 배경음악)와 연결해주고 급기야는 빌보드 싱글차트 8위에 오른 곡 「1234」는 어느덧 4년 전의 일인데도, 그 기간 내내 파이스트는 고민과 갈등을 반복했던 것 같다.
신보로 내린 그의 처신은 ‘난 그런 주류 뮤지션은 아니다!’라는 선 긋기. 2007년의 전작
< The Reminder >의 「1234」만을 알고 자신의 세계를 파고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했다. 음악은 더 무거워졌고 듣기에 따라서는 더 얽혀있는 느낌이다. 미디어의 구름과 아레나의 소란에 떠다니지 않고 자신을 독자적, 비주류적 세계로 천착시키기 위해 (무수한 아티스트들이 통상적으로) 소환해내는 강공(强攻)법이다. 타이틀이 메탈이다.
뜯는 것 같은 피치카토 리듬으로 흐르다가 불현듯 강력한 남성 코러스를 배치, 마치 두 곡을 붙인 듯한 「A commotion」을 비롯해 「The bad in each other」, 「Graveyard」등은 꼭 어느 순간 폭발하고야 만다. 타이틀곡 「How come you never go there」만이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포크의 서정성과는 꽤 거리가 있다. 「Bittersweet melodies」가 말해주듯 처연히 읊조리다가도 코러스 부분에서는 조금이라도 강도를 올린다(코러스는 그렇게 몸부림을 치기 위해 각종 악기 배치와 함께 신보에서 즐겨 동원한 수법이다).
그 때문에 수록곡은 더욱 날과 촉이 서 있다. 순간순간 아이슬란드 출신 뷰욕 같기도 하고 「The circle married the line」은 토리 에이모스 같이 들리기도 한다. 자신은 대중가수가 결코 아니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못 박는다. 이 말은 한편으로 신보에 어떤 곡도 「1234」가 없다는, 다시 말해 수록곡들이 대중적 소구력을 제공할 소지가 약하는 뜻이기도 하다. 파이스트가 다수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물론 비기너들에게는 건조하지만 묘한 흡수성 때문에 한번 그의 세계에 빠지면 광팬이 된다. 신보는 그 흡수성을 전혀 잃지 않고 있다. 비록 처음 느끼는 각별함이나 독자성은 아닐지라도 이제 주류음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격조 있는 서정성과 개성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수에게 위로를 주는 게 맞을 상황에서 반대로 자신에게 진정으로 위로를(「Comfort me」) 요청하지 않는가. 누가 볼까 두려워하는 듯한 일기장 같은 앨범. 까딱하면 올지 모를 배제와 망각 그리고 추방을 겁내지 않는 이런 자기 고백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 Stronger > (2011)
이제 켈리 클락슨은 싱어 송라이터이자 록커다. ‘< 아메리칸 아이돌 >의 원년 우승자’라는 간판은 더 이상 족쇄가 되지 않는다. 숨 가쁜 격정을 담은 2집
< Breakaway >의 당돌함과 욕심이 들어간
< My December >의 부작용 그리고 자신의 색깔을 되찾은
< All I Ever Wanted >의 여유까지, 켈리 클락슨은 모두 4장의 음반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잡았다. 2011년에 공개한 다섯 번째 앨범
< Stronger >는 제목처럼 그를 좀 더 강하고 단단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준다.
2009년, 월드투어 도중에 곡을 쓰기 시작한
< Stronger >의 수록곡들 중에서 몇 트랙은 여전히 이전 히트곡의 성공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것이 이번 음반의 가장 큰 약점이지만 곡의 완성도와 새로움에 대한 고민, 무엇보다 켈리 클락슨의 가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노력은 위벽을 보호하는 위장약처럼 그 예민한 부분을 감싸 안는다. 그래미 트로피를 선사한 대표곡 「Since you've been gone」이나 넘버원 싱글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와 닮아있는 「What doesn't kill you (Stronger)」와 세컨드 싱글로 정해진 「I forgive you」는 앞에 언급한 취약점의 적절한 예시다.
“이번 앨범에는 프린스(Prince), 티나 터너(Tina Turner),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라디오헤드(Radiohead) 그리고 컨트리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클락슨의 인터뷰처럼
< Stronger >는 록의 기본 골격 안에서 1980년대의 팝록과 알앤비, 팝 펑크, 모던 록, 컨트리 등 많은 스타일을 직렬과 병렬로 촘촘하게 실타래를 엮어놓았다.
싱글 차트 10위권에 진입한 리듬 앤 블루스 넘버 「Mr. know it all」은 그가 언급한대로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핑크(Pink)가 결?된 곡이며 이펙터 걸린 드럼 소리가 비트를 강조한 「Dark side」와 「You can't win」, 뉴웨이브의 그림자가 드리운 「Hello」, 포리너(Foreigner)의 보컬리스트 루 그램(Lou Gramm)이 1990년에 발표한 「Just between you and me」의 리듬 파트를 부활시킨 「You love me」의 잠재력은 음반의 시계추를 1980년대로 되돌린다.
켈리 클락슨의 가창력을 판단할 수 있는 「You love me」는
< Stronger >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랙. 또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가 연상되는 록 댄스 곡 「What doesn't kill you (Stronger)」의 리듬 기타와 파워는 켈리 클락슨을 신세대 디바로 상향조정한다.
「Standing in front of you」와 「Breaking your own heart」에서는 서정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만 이런 발라드 곡에서조차 그의 목소리는 호두처럼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 자기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켈리 클락슨의 옹골찬 성격은 과시나 꾸밈없이 부르는 보컬 스타일만으로도 그 계산이 가능하다.
손으로 큰 제스처를 하지 않아도, 심한 바이브레이션이 없어도, 얼굴을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켈리 클락슨은 여전히 아름답고 충분히 강하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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