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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와 동시에 살림을 차린 여성

<아내가 결혼했다>, 신여성이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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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소유하고 아내의 의무와 기대를 강요하는 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결혼이라는 제도권 밖의 일탈

동명의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소유하고 아내의 의무와 기대를 강요하는 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줄거리만으로도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은 물론 우리 사회의 일반적 기대와 고정관념을 한 번에 전복시키는 힘을 가진 영화다. 줄거리를 마음 편하게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건 모두 영화고 소설일 뿐이라며 “여자가 손예진 정도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한다. 이들의 말마따나 여주인공 인아는 매력적이다. 깜찍발랄하고 대책 없는 히피면서 한없이 사랑스럽다. 세상 모든 여자를 연애할 여자와 결혼할 여자로 나누는 남자라면 짧은 연애 정도는 기꺼이 해볼 만한 대상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결혼 후 남녀의 구도가 완전히 뒤바뀐다. 흔히들 생각하는 아내와 남편의 모습은 이러할 것이다. 여자는 잔소리하고 불평하고 요구하고 남자를 변화시키려 하는 반면, 남자는 여자의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마지못해 떠밀려 무언가를 하는 등 관계의 중심에 적극적으로 들어서려 하지 않고 겉돈다. 그럴수록 여자는 더 집착하고 더 잡아매려는 욕망에 고통스럽고, 남자는 남자의 길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통스럽다. 둘 다 관계 속에서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구도를 전복시킨 영화를 보면서 남성들이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듯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마냥 해방감을 느낄까? 완전히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던 많은 여성들도 불편함과 동시에 ‘아무리 영화라지만 정말 저래도 될까?’하는 조바심을 느꼈다고 하니 말이다. 주인공 인아가 너무 솔직하고 대담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기대하는 확고한 틀 내에 묶여 살면서 속으로만 일탈을 꿈꾸거나, 일탈을 하더라도 숨기려 하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인아는 불편할 만큼 솔직하다.

그녀는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두 남자와 동시에 살림을 차린다. 결혼을 하고도 ‘내가 더 나 자신 같이 살고 싶어서’ 또 결혼을 하고 싶단다. 참으로 ‘막 나가는 여자’가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일부일처제의 신화를 깨다

이 영화는 우리가 진리라 생각했던 일부일처제라는 관계의 법칙에 ‘굳이 지켜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믿고 행하는 일부일처제와 가부장제는, 우리가 제도권 내에서 성장하고 사회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심리학적인 틀이다. 여러 이론과 도덕, 훈계와 규율, 상식과 고정관념은 이런 심리학적 틀을 떠받친다. 우리는 이런 견고한 틀을 자연적이고 당연한 절대 법칙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깨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여긴다.

한편으로는 하나의 사회가 일부일처제라는 체제를 존속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 제도만이 참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따라서 일부일처제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을 때는 직간접적인 위협과 처벌을 가한다. 그런 실험적인 시도는 이미 그 체계를 따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체계 속에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 그 틀을 깨보고 싶어 하지만,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 자유를 얻는 대가로 그 안에서 누리던 소속감과 안정을 뺏기는 것이 두렵기에 도발을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이렇게 소심한 소시민들은 영화 속 인아가 반듯한 울타리를 무참히 깨버리고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찔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틀을 깨는 모든 실험에 대해 한편으로는 불편함을, 또 한편으로는 통쾌함이라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인생

영화 속에서 인아는 발칙하게도 우리 머릿속의 가장 견고한 틀을 깬다. 이 영화를 그리 유쾌하게 감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우리가 틀을 포기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우리를 보호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지하는 절대적 법칙과 규칙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돕는다.

한마디로 일부일처제는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며 관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계의 마지노선이다. 그렇기에 두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거침없이 공식과 틀을 깨던 인아도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은 있다. 그녀는 성실하고 똑 부러지는 며느리였고, 애정 넘치는 엄마였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인아의 한계라고 지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점이 그녀의 전복적인 본질을 상쇄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선을 넘는다는 것은 아예 관계를 포기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몸서리쳐지도록 섹시한 여성이자, 함께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매력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영화는 현실을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렇게도 짜릿하고 통쾌한 현실 속 인아를 실제로 만날 날도 머지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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