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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룬 경쾌한 매력을 흩뿌리다, Maroon5 첫 내한공연

처음 마룬5 내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게 꿈은 아니냐’며 자기 귀를 의심하는 팬들이 많았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시점에 내한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마룬5는 이미 국내 팬들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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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부터 속속 도착한 관객들은 어느덧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미국 출신 5인조 모던 록 밴드 마룬5의 첫 내한공연. 마룬 5는 지난해 5월 발표한 2집 <It's Won't Be Soon Before Long>으로 올해 제50회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팝 그룹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잘나가고 있는 세계적인 밴드다. 그래서 처음 마룬5 내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게 꿈은 아니냐’며 자기 귀를 의심하는 팬들이 많았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시점에 내한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마룬5는 이미 국내 팬들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모여든 만2천여 명의 팝 팬들이 체조경기장을 점령했다. ‘현재 진행형 밴드’임을 입증이라고 하듯 여느 내한공연장보다 객석의 평균 연령이 낮아 보인다.

사진 제공: 옐로우나인

드러머 맷 플린이 드럼 연주로 등장을 알린다. 사실 약속한 공연 시작 시간에서 15분이 지났지만 아직도 채 입장을 마치지 못한 관객들이 있었기에, 서둘러 본격적인 무대가 열리기 바라는 마음과 조금만 더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장 안팎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긴장감을 톡하니 터트린 첫 무대는 2집 수록곡 ‘Little Of Your Time’. 단출한 무대에 지극히 평범한 차림으로 나타난 마룬5는 그렇게 열띤 환호와 터질 듯한 반가움 속에서 한국 팬들과 처음 만났다.


바로 이어진 노래는 역시 2집에 실린 ‘Makes Me Wonder’. 특유의 경쾌한 연주에 보컬 애덤 리바인의 달짝지근하게 휘감는 음색이 더해지자 체조경기장은 이내 폭발 지경에 이른다. 스탠딩인 플로어는 물론이고 이미 2~3층 관객들도 모두 일어서 ‘Harder To Breathe’ ‘The Sun’ ‘Can't Stop’으로 이어지는 무대 내내 함께 노래한다. 반짝이는 야광막대 물결 사이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에 겨워 리듬에 몸을 맡기는 관객들의 신나는 몸짓이 보인다.


‘Nothing Last Forever’ ‘Shiver’ ‘Wake Up Call’ 등 마룬5의 히트 곡 행진이 이어진다. 음반보다는 다소 템포가 느리게 편곡된 라이브 무대는 여느 록 밴드의 공연에서처럼 머리를 내흔들며 저돌적으로 내달리는 것은 막았지만, 덕분에 리바인의 섬세한 음색은 물론 제임스 발렌타인의 현란한 기타 연주, 제스 카마이클의 리드미컬한 키보드,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미키 매든의 베이스, 파워풀하고 경쾌한 맷 플린의 드럼 연주를 꼼꼼히 챙겨 보고 듣게 만들었다.


조명이 객석으로 향한 채 ‘Sunday Morning’이 흐른다. 환한 조명에 미디엄 템포의 연주가 흐르자 마치 호숫가 조각배 위에 나른하게 팔을 궤고 누워 있는 기분이다. 이어 맑고 상큼한 ‘Won't Go Home Without You’이 흐르자, 관객들도 앙증맞은 몸짓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해외 뮤지션의 내한공연이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객석에서 이렇게 노래를 따라 부를 때면 무대 위 가수의 표정이 바뀐다. ‘한국’이라는, 어쩌면 그렇게까지 잘 알지 못했던 나라의 작고 검은 머리를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으러 와서 환호하는 것도, 그리고 해맑은 표정으로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르는 것도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리바인 역시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마이크를 객석 쪽으로 돌린다. 멍석 깔아주면 더 잘하는 객석에서는 더 큰 소리로 열창했고, 리바인은 끝내 “Beautiful”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This love’로 본 무대를 마친 공연은 객석의 열띤 환호에 바로 앙코르 무대로 이어져 ‘If I Never See Your Face Again’ ‘She Will Be Loved’ ‘Sweetest Goodbye’까지 뜨겁게 달렸다. 그러나 여전히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발을 구르며 환호하자, 마룬5는 다시 무대에 올랐고, 프린스의 ‘Purple Rain’을 끝으로 선사했다. 이 노래는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그래서 다른 국가에서는 부르지 않았던 곡으로 당일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선사한 무대라고 한다.


젊음이 만들어내는 함성이라서 그럴까? 공연 내내 이어진 관객들의 함성은 정말 귀와 가슴을 울리는 커다란 환호였다. 정말이지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올 때까지도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웅성거림이 컸다. 물론 이렇게 뜨거운 열기를 만드는 데는 마룬5 특유의 경쾌하고 밝은 음악, 보컬 리바인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착착 감기는 감칠맛 나는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음반에서 들을 수 없는 현란한 라이브 연주도 일품이었는데, 리바인은 한참 질주한 뒤에 항상 공중으로 크게 뛰어 오르며 연주를 마무리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객석의 열기를 달군 또 하나의 결정타가 있었으니, 바로 리바인의 유창한 우리말 실력! 그는 해외 뮤지션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에 그치지 않고, 팬들의 반응과 분위기에 적절하게 ‘최고예요.’ ‘우리 보고 싶었어요?’ ‘분위기 좋아요?’라며 생각지도 못한 우리말을 꺼내 객석의 열기를 배가했다. 한국 팬들을 생각하며 준비했을 그의 작은 배려가 팬들의 마음에 큰 불을 지핀 것이다.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온전히 음악만으로 채워진 마룬5의 첫 국내무대. 특별한 영상이나 특수효과, 이렇다할 무대 연출은 없었지만, 마룬5와 그들의 음악,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의 뜨거운 열기만으로 충분히 멋졌던 공연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마룬5의 노래를 들을 때면 리바인의 ‘우리 보고 싶었어요? 최고예요.’라는 말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이렇게 마룬5와 우리 사이에는 정겨움과 친숙함이 형성된 것이다. 단 한 번의 라이브 공연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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