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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데스노트를 줍는다면... - 『데스 노트』

사신의 데스 노트가 세상에 던져진 이유, 그저 따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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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을 걷다가 ‘데스 노트’를 주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데스 노트에 얼굴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적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데스 노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데스 노트’를 주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데스 노트에 얼굴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적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데스 노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당신이 미워하는 자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데스 노트를 불태워버릴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신은 어떤가.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데스 노트로, 이 썩은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 되는 것이다.

사신 류크가 인간계에 내던진 데스 노트를 주운 것은, 17살의 야가미 라이토다. 야가미 라이토는 데스 노트의 힘을 알게 된 후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세상에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범죄자들을 하나둘씩 죽여 나가면, 언젠가 세상 사람들은 알게 된다. 누군가가 범죄자를 죽이고 있고,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자가 있다는 것을. “그럼 누구도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되고, 세계는 확실하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거야. 내가 인정한 성실하고 착한 사람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지. 그리고 난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된다.” 라이토는 그 엄청난 계획을 정말로 실행에 옮기고, 눈치를 챈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

『고스트 바둑왕』의 작가 오바타 타케시의 신작인 『데스 노트』(글:오바 츠구미) 는 추리만화의 형식을 띤 도발적인 작품이다. 사신의 데스 노트가 세상에 던져진 이유는, 그저 따분했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데스 노트에 사람의 이름을 적는 사신들. 사신계의 따분함이 지겨웠던 사신 류크는 데스 노트를 인간계로 내던진다. 라이토가 데스 노트에 이름을 적기 시작한 것 역시 따분함 때문이다. 이 세상은 썩었고, 수많은 악인과 예의도 없는 자들이 기세등등하게 살고 있다. 그걸 바꾸자. 그래서 데스 노트가 세상에 나타나고,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라이토의 살인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키라’라는 이름으로 그를 추앙한다. 여기까지가 발단이다.

『데스 노트』가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은, 천재 탐정인 L과의 싸움이 시작되면서다. 인터폴은 과거에도 L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고,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L과 협력한다. 묘하다. 라이토는 범죄자만을 죽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L과 경찰은 키라를 범죄자라고 부르고, 악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자신이 정의라고 믿고 있었던 라이토에게, 공권력을 등에 업고 이 썩은 세계를 지키려는 L이야말로 악이었다. 키라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현존하는 세계를 지키려는 악. 그 때부터 라이토는 무고한 사람까지 죽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뒤쫓는 FBI 수사관을 죽이고, 애인의 죽음을 추적하던 여인까지 죽인다. 라이토와 L은 서로 자신이 선이라고, 정의라고 확신하며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간다.

오바타 타케시는 적절하게 라이토와 L의 균형을 잡으며,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전개시킨다. 데스 노트를 가진 L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L의 얼굴과 이름은 알지 못한다. L에게는 전 세계의 경찰력과 정보력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라이토는 사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간계의 모든 물리적인 힘은 L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라이토에게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우월할까? 아니 어느 하나의 허점을 노려, 누가 기선을 잡을 것인가. 그 머리싸움이 어떤 추리만화 이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데스 노트와 L을 둘러싼 수많은 단서들도 하나씩 제시한다.

이를테면 데스 노트의 능력은 이렇다. 얼굴을 알고 있는 자의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 40초 이내에 사인을 적으면 그대로 죽는다. 안 적으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데스 노트를 만지면 사신이 보인다. 사신의 눈에는 모든 인간의 이름과 수명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그의 남은 수명이 사신에게 간다. 만약 남은 수명의 반을 준다면, 라이토 역시 사신의 눈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류크에게는 원래 데스 노트 두 권이 있었다, 는 말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변수가 되고, 미래의 사건을 암시한다. 『데스 노트』는 정말 치밀하게 구축된 게임이다.

『데스 노트』는 라이토와 L의 대결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주인공은 명백하게 라이토다. 라이토가 짊어져야 할 것은 단지 L과의 싸움만이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그가 비록 범죄자라 해도, 데스 노트에 적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생명을 빼앗았다는 죄책감만으로도 무너져내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정신력이다. 류크는, 이렇게 말한다. “대가는 그 노트를 사용한 자만이 갖게 되는 고뇌와 공포. 데스 노트를 사용한 인간이 천국이나 지옥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마라. 그것뿐이다. 그건 죽은 다음에 기대하도록 해.” 그 공포를,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인간이라면, 아주 미치거나 이미 인간을 넘어선 신일 것이다.

『데스 노트』는 인간이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라이토는 과연 정의인가. 아니면 L이 정의인가.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대결하는 것인가. 그들의 싸움 와중에 죽어가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인가. 라이토는 정말로 인간을 구원하여 새로운 낙원을 만들려는 것일까? 그런 세상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데스 노트』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심오한 질문을 던진 후, 치열한 추리 게임으로 전개되면서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아직 2권만으로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라이토와 L의 대결은 단순한 추리게임 이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토의 승리를 기원한다. L의 승리는 결국 이 세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겠지만, 라이토의 승리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원한 미래가 무엇인지 보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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