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문학 시리즈가 100권씩 나오려면”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90회)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4.04.25)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윤희영 팀장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윤희영: 안녕하세요,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월간지 <현대문학>과 ‘핀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윤희영입니다.
불현듯(오은):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현대문학 출판사의 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최근 출간된 이장욱 작가님의 소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과 구현우 시인의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입니다.
이장욱 저 | 현대문학
구현우 저 | 현대문학
불현듯(오은): 윤희영 편집자님을 모신 이유는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핀 시리즈가 어느덧 100권을 맞이했기 때문이에요. 먼저 핀 시리즈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윤희영: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서 신작 시와 소설을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9개월 후에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시리즈입니다. 처음에는 시와 소설로 출발을 했는데요. 지금은 에세이와 장르 소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요. 좀 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지금 한국 출판 시장의 중편 소설과 소시집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명실상부한 한국 문학 시리즈의 대표적인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현듯(오은): 아마 책 좀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핀 시리즈 몇 권씩은 다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처음에 소개하신 내용 중에 현대적이면서 첨예한 작가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여러분, 거기에 제 시집도 한 권 있습니다.(웃음) 저를 칭찬하는 건 아닌데 제가 여기 속해 있다고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지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가 시작된 게 2018년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요?
윤희영: 월간지에 처음 실린 것은 2017년 여름부터였어요. 9개월 후에 책이 나왔으니까 책 출간은 2018년이 맞습니다.
불현듯(오은): 그렇다면 6년 동안 100권을 내신 거잖아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고요. 아마 윤희영 팀장님은 휴가도 많이 반납하셨을 것만 같아요. 그만큼 100권을 낸 소회도 궁금합니다. 100권이라는 건 어쨌든 한 시리즈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를 보여주는 증표 같거든요.
윤희영: 요즘 창비나 문지 시선이 500권, 600권 가는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에 비하면 저희의 100권이 그렇게 많이 나온 건 아니라고 보실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25일에 무조건 책을 출간하겠다고 약속을 했던 거였어요. 그것을 한 번도 어긴 적 없이 지금까지 책이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사실 중편 소설이나 소시집 형태의 출판물이 많지 않았을 시기라 청탁을 하는 저희 입장이나 청탁을 받는 작가분들의 입장에서 어려운 것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청탁을 하면 그 어떤 분도 그게 뭐냐고 묻지 않거든요. 그냥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세요. 그런 식으로 저희 핀 시리즈가 성장을 많이 했다는 게 뿌듯한 지점입니다.
불현듯(오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핀 시리즈가 나온 다음 소설 분량이 줄어들어서 중편 소설이나 경장편 소설로 출간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핀 시리즈가 일종의 트렌드를 이끈 시리즈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시집도 마찬가지예요. 시집은 보통 쉰편에서 60편이 담긴 빽빽한 책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핀 시리즈를 보면서 뭔가 여유를 가지고 읽어볼 수 있는 시집을 묶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거든요.
캘리: 그게 독자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긴 분량을 읽을 때의 만족감도 있지만요. 책을 많이 안 읽는 입장에서는 핀 시리즈 덕분에 책의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시리즈가 있다는 게 핀 시리즈의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핀 시리즈 소설선의 첫 번째 책을 내신 분이 편혜영 작가님이에요. 『죽은 자로 하여금』이라는 소설이었고요. 50번째가 오늘 이야기 나눌 이장욱 작가님의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입니다. 핀시리즈 시인선 첫 번째는 박상순 시인의 『밤이, 밤이, 밤이』 라는 작품이고요. 50번째 작품은 오늘 이야기 나눌 구현우 시인의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이라는 작품이죠. 보니까 정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한 데 모여 있어요. 왠지 핀 시리즈 청탁을 할 때도 작가 분들이 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좋아하실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지 궁금합니다.
윤희영: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제가 미리 준비했던 답이 바로 청탁의 순간입니다, 였어요. 왜냐하면 처음 저희가 핀 시리즈를 시작할 때도 시리즈라는 것이 계속 가야 시리즈지, 중간에 가다가 엎어지거나 하면 더 이상 생명력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많은 작가분들이 시리즈에 들어갈 때 이게 얼마나 나올 것인지, 중간에 내 책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고민하시는 걸 너무 많이 봤어요. 때문에 처음에는 청탁을 과연 받아주실까 걱정도 했죠.
그런데 저희는 <현대문학>에서는 저희가 자랑하는 잡지도 있고요. 늘 한국 문학에서 어떠한 중심을 잡고 계속 책을 내고 있다, 그러니까 최고의 라인업으로 가야 된다는 자부심도 있었어요. 그러한 소명이랄까 그런 것이 있어서요. 핀 시리즈의 시작에는 더 좋은 라인업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편혜영 선생님이나 박상순 선생님께 청탁을 드릴 때, 과연 한 번에 수락해 주실까 하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편혜영 선생님께서 곧바로 하겠다고 대답하시고는 그 다음 질문이 “근데 뭘 해야 된다고요?”였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현대문학에 대한 믿음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한편 이게 300매 분량이잖아요. 전에 없던 분량이에요. 그랬더니 좀 고민이 되셨던 것 같아요. 경장편도 아니고, 단편도 아니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핀 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드리니까 알겠다고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어요. 그렇게 박상순 선생님이나 편혜영 선생님께서 첫 번째로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 덕분에 이후에도 청탁이 수월하게 잘 됐어요. 저희가 한 큐레이션으로 여섯 분씩 간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볼륨 1, 볼륨 2, 하는 식으로 임의로 나눕니다. 그런데 볼륨 1 시리즈가 끝나고 난 다음부터는 정말로 긴 설명 필요 없이, 청탁을 드리면 “그 시리즈 하고 싶었어요”라고 작가분들이 많이들 응해 주셔서요. 청탁하기가 많이 수월해졌어요.
불현듯(오은): 매달 25일에 출간하는 게 목표라고도 하셨는데요. 제가 얼마 전에 핀 시리즈 100권 기념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윤고은 작가님과 같이 나갔었는데요. 윤고은 작가님이 25일에 발간되는 핀 시리즈의 전통을 처음으로 깰 뻔했던 당사자라고(웃음) 밝히셨어요. 실제로 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매달 책이 나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잡지 같은 경우 하루 이틀 늦어도 사람들이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요.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25일이든 26일이든 반드시 나와야 되는데 원고가 안 들어오면 얼마나 조바심이 나겠어요. 편집자 입장에서 그런 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100권 중에 적어도 일곱 권은 힘들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윤희영: 훨씬 많아요.(웃음) 당연히 여기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책을 써주시는 선생님들이나 그것을 가지고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내는 편집자들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일단은 선생님들께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진짜로 25일에 책이 나온다고?’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10권, 20권을 냈을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저 이번 달에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다음 달에 내면 안 될까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긴 있어요.(웃음) 그럴 때는 저희가 한 큐레이션 안에서 순서를 바꿔 드리거나 하기도 한데요. 그래도 대부분은 이때 무조건 내야 됩니다, 말씀을 드리면 기존에 계속 그렇게 나오고 있었는데 자신이 펑크를 내는 첫 번째 주자가 될 수는 없다는 약간의 부담감을 갖게 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첫 번째 주자가 아직은 나오지 않고, 매달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25일 판권으로는 무조건 나가지만 책이 26일이나 27일에 나오는 경우는 있어요. 급하게 나올 때는 빨리 내달라고 인쇄소를 재촉하는 경우도 있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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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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