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아무리 읽어도 오리가 안 나와요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89회)
그냥: 이 책의 부제가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이잖아요. 저도 오리와 관련된 환경 파괴 문제가 중심 내용이겠거니 하고 읽다가 마지막에 책을 덮으니까 제목을 '오리들'이라고 지을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4.04.18)
케이트 비턴 저/김희진 역 | 김영사
한자(황정은): 이번 주에 저희가 같이 읽고 온 책은요. 케이트 비턴이 쓰고 그린 『오리들』이라는 그래픽노블이죠. 김희진 번역가가 옮겼고요. 김영사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이 책을 같이 읽자고 권한 사람이 저이므로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를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이 책의 표4에 ‘걸작 그래픽노블’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 때문에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그 아래 보시면 세 컷의 그림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얼굴이 나와 있는데, 이 표정이 궁금했어요. 이게 어떤 표정일지 너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을 했죠.
단호박: 택배로 아마 (책을) 받으셨을 텐데 분량이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자(황정은): 네, 부담스러우셨습니까?
단호박: 아니요. 부담스럽지는 않고. 표지의 촉감이 되게 특이하잖아요. 그게 첫 인상으로 남아 있어요. 뭐라고 해야 될까요, 스톤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자(황정은): 네, 약간 광물질 느낌이 나죠. 그리고 표지의 색감이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이런 식의 표지 디자인이 저는 좋더라고요. 그리고 한 꺼풀 벗겼더니 샛노란 표지에 오리 한 마리가 날아가는 그림이 은박으로 그려져 있지요. 덕스(DUCKS)라고 그려져 있네요.
단호박: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케이트 비턴의 비턴이라는 성이 새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검색을 해보니까 비턴은 새랑 아무 연관이 없더라고요. 이상하게 비턴이 새 이름 같지 않아요?
그냥: 그건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인 것 같아요.
한자(황정은): 그러게요. (단호박 님은) 그런 생각을 하셨구나. 저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고요. 『오리들』이라는 제목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소개 문구를 보면 ‘노동, 환경, 젠더, 인간의 부조리함을 담은 그래픽노블’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제목이 『오리들』이라서 무슨 내용일지 되게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환경 얘기가 많겠거니,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주인공 인물이 일하는 사업장이 오일샌드라는 사업장 아닙니까?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산업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오긴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있었고요. 또 연결이 되기도 하죠. 어떤 착취랄지 이런 면에서는 그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환경 파괴에 대한 부분은 큰 줄기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이 그래픽노블의 제목으로 『오리들』이 적절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맞아요.
한자(황정은): 그냥 님은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냥: 이 책의 부제가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오리와 관련된 환경 파괴 문제가 중심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리 읽어도 오리가 안 나와요. (웃음)
한자(황정은): (웃음) 첫 부분에 나오지 않습니까?
그냥: 아, 날아가는 오리를 바라보는 장면이요?
한자(황정은): 네, 거기도 그렇고...
그냥: 저는 그 조류가 오리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조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자(황정은): 기러기!
그냥: 그렇죠, 다른 조류일 수도 있죠. 아무튼 오리가 한참 뒤에 나오더라고요. 짧은 삽화처럼 오리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왜 작품의 제목이 『오리들』이야?’ 하고 계속 읽다가 마지막에 책장을 덮고 ‘아, 『오리들』이라고 지을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자(황정은): 저는 사실 첫 부분을 읽으면서 ‘이래서 제목이 『오리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초반에 이 제목이 필연이로구나 하고 느꼈는데, 왜냐하면 이 그래픽노블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걸 알리면서 시작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작가 후기에도 언급을 해요. 실제로 작가가 케이프브레턴이라는, 이른바 캐나다 시골 마을인 거죠, 그 마을 출신으로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학자금을 갚으러 캐나다 서부로 취업을 한 거죠. 그렇게 멀리 가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하거든요. 자기가 사는 이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케이프브레턴이라는 장소에 대해서 약간 설명을 해보자면, 이 책이 지도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지도가 등장을 하고요. 그 중에서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장소는 캐나다 서부인 앨버타입니다. 거기에 오일샌드 작업장들이 있는 거죠. 그렇지만 이 인물의 고향은 노바스코샤의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가 있는 섬, 그 섬 바로 옆에 ‘마부’라는 장소가 있고 그 섬에 케이프브레턴이라는 마을이 있는 것이죠. 이 캐나다 동부의 외진 장소가 바로 케이트 비턴의 고향입니다. 케이트 비턴은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는데요.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케이트가 학자금을 대출을 받지 않습니까? 그 빚을 갚으려고 ‘단기로 바짝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캐나다 서부의 오일샌드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게 되는 거죠.
이 오일샌드라는 사업장이 뭐냐 하면 원유 추출 사업이에요. 원유가 땅속에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흙이나 모래랑 섞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안으로 뜨거운 증기를 주입해서 오일층과 모래를 분리시켜서 오일만 뽑아내는 사업이거든요. 이런 사업장이 캐나다 서부에 몰려 있어요. 앨버타라는 주에 몰려 있는데, 그래서 케이트가 마을을 떠나서 그 장소로 가게 됩니다.
부모라든지 가족들이 말려요. 여기서 대학을 나왔으면 전공을 살려서 여기서 일자리를 구해서 고향에서 머물며 살아라. 그렇지만 케이트는 설득을 하죠. 답답해하면서 ‘학자금이 지금 내 목을 쥐고 있는데 이걸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난 앞으로 뭐든 못할 것 같다’라고 설득을 하고 여기 일자리 없는 거 부모님도 알지 않냐는 말을 하면서 마을을 떠나게 되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서 케이트가 독백으로 자신의 고향이 처한 경제적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미래를 좀 전망해 보려면 젊은 세대가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거예요. 일단 돈을 벌 곳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 마을에는 어느 가정이나 빈자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러면서 ‘식탁에 빈 의자가 하나 더 생길 때가 왔다’고 합니다. 이번엔 자신이 자리를 비우고 떠나야 할 참인 거예요.
돈이 흘러 넘치는 곳이라고 광고되는 그 곳으로 가게 되는 거죠. 오일샌드 업장들이 한 군데가 아니라서 몇몇 장소를 떠돌아다니게 됐는데 그 업장들을 좀 소개를 해보자면요. 일단은 케이트가 제일 처음에 가게 된 곳이 싱크루드 밀드레드 레이크라는 곳인데 이렇게 소개가 됩니다.
‘1973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의 오일샌드 합성 원유 생산업체, 그리고 캐나다 최대의 오일샌드 생산 기업’이고요. 앨버타주의 포트 맥머리라는 장소에 본사를 두고 있고 매일 35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여기 위치한 밀드레드 레이크라는 광산에서 장비를 관리하는 일을 케이트가 하게 되는 거죠. 인부들이 와서 어떤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걸 내어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광산이 어떤 곳이냐 하면 1978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고 오일샌드를 추출하고 가공을 해서 매일 수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을 하는데 단일 산업 시설로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작업장이라고 합니다. 케이트가 이 밀드레드 레이크에 일을 하러 들어가게 되는데, 황량합니다. 주거를 목적으로 건설된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대단히 황량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정말 최소한으로 갖춰져 있고 대개는 생산 시설들이 갖춰져 있는데, 케이트가 이곳의 숙소를 나와서 작업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아침마다 버스를 타야 되는데요. 첫날 아침부터 일을 겪어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을 탄 남성 노동자가 ‘얼마면 돼?’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케이트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어리둥절해서 바로 대응을 못하고, 곁에 있던 약간 나이 든 여성이 꺼지라고 해요. 이런 상황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닌 거죠.
업장 소개를 조금 더 해보자면, 케이트가 밀드레드 레이크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옮겨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 두 번째 장소는 싱크루드 오로라라는 곳입니다. 사업이 확장된 장소인 거죠. 이곳에서도 역시 역청을 채굴하고 추출을 하는데요. 여기를 떠나서는 롱 레이크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포트 맥머리에서 약 40km 떨어진 앨버타주에 위치한 오일샌드 추출 및 가공 프로젝트가 운영되는 업장인데, 여기는 석유 기업 넥센이 옵티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프리미엄 합성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개발을 하는 사업장입니다. 그 다음에 케이트가 일하게 된 장소가 앨비언 샌드라는 곳으로 가게 돼요. 1999년에 시작한 광산 개발 프로젝트인데요. 세계 최대의 석유 기업 셸이 합작 투자에 참여해서 만들어진 광산인 거죠. 여기도 역시 포트 맥머리에 있고 잭파인 광산과 머스크강 광산에서 추출한 오일샌드를 가공하고 판매하는 사업장입니다. 여기는 케이트가 일을 해본 업장 중에서 그나마 직원 복지를 많이 생각한 업장이었던 것 같아요.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서 마을이라든지 서비스 시설이 함께 구축된 사업장이었던 거죠.
단호박: 지역이 바뀌고 업장이 바뀔 때마다 각 장의 앞에 인물들의 얼굴들을 그려놨잖아요. 왜 이렇게 그렸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한자(황정은): 저는 깊게 생각은 안 했고요. 다만 참고할 때 도움이 됐어요.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누구지?’ 하면서 찾아보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이 작가의 그림체가 인간의 얼굴이나 이런 것들이 간소화된 편이라서 얼굴을 구분을 하려면 참고할 페이지가 필요했는데 그게 저한테는 쓸모가 있었어요. 어떤 의도를 생각하셨나요?
단호박: 모르겠어요. 저는 약간 어떤 식으로 생각했냐면 ‘어쨌든 이 사람들도 다 이름이 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생각인가...
한자(황정은): 그러네요.
단호박: 초반부터 후반까지 이 등장인물이 계속 성희롱을 당하고 자기가 대상화되거나 물화되는 기분을 계속해서 받는데, 그 이후에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이걸 내가 꾸준히 받고 있는 건 맞고 내가 겪은 일도 맞는데, 다른 지역에 있는 기자가 이것을 취재를 할 때 이 사람들을 단순히 그냥 나쁜 놈들이고 무조건 상종 못할 어떤 존재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자기도 모르게 든다’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여기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름을 넣은 것 아니었을까라고 짐작은 했습니다.
한자(황정은): 그런 의도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설명을 조금 더 해보자면, 일단 이 업장이 남성 노동자가 많은 업장이에요. 그리고 노동자들의 이동도 빈번한 사업장이고. 남성 노동자가 다수인 남초 직장에서 케이트 비턴이 되게 드물게 여자의 몸을 한 여성 인물이었던 거죠.
단호박: 그리고 고립되어 있죠.
한자(황정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먹고 자고 이런 걸 다 하고, 고립되고 폐쇄된 장소였던 거죠.
그냥: 심지어 숙소 동이 나눠져 있지도 않고, 몇 십 명이 한 층을 쓰는데 그 중에 하나가 케이트의 방이잖아요.
한자(황정은): 맞아요. 그리고 샤워장도 같이 쓰는 모습이 나와 있고요. 거기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나뉘는 면도 있어요. 비턴은 임시직으로 고용된 상태이기 때문에 남자들과 같이 샤워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거죠. 몸이 대상화되기에 아주 여러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이었던 거예요. 이런 직장에서 여자였다는 경험, 그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여성으로서 현장에서 겪은 일들이 묘사가 되는데요. 비턴이나 동료 여성 직원들이 겪은 성희롱이라든지 성폭력의 경험이 다양하지 않습니까? 말도 있고 접촉도 있고 시선으로 계속 응시 당하고 관찰 당하고 추행도 있고 심지어는 강간까지도 벌어지게 되는 거죠.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케이트가 이 책 내에서 두 번을 경험을 합니다.
이 점이 직장 내 성희롱이라든지 성범죄를 이야기하는 다른 많은 이야기들하고는 좀 변별점이 있었던 것이, 케이트는 이런 일들을 본인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요하게 언급하는 원인이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말하는데, 남초 노동 환경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를 짚고 있어요. 이 폐쇄된 공간에서 여성들이 겪는 일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 수많은 남성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는가’ 그 배경을 이야기를 합니다. 이른바 인간성 파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누구나 이 장소에서는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요. 기업(자본)이 이 상황을 그냥 방치를 하고, 관심사가 전혀 아닌 거죠. 거기에 원인이 있다는 점을 짚고 있어요. 그래서 케이트가 본인이 겪은 성희롱 사건이라든지 강간 사건이라든지 이거를 취재하는 외부의 접촉에 아주 많은 불쾌함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 질문은 이래요. ‘무슨 일을 겪었나요?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당신에게 폭력적이었습니까? 당신은 얼마나 부당하게 당했습니까? 직장 상사들은 당신을 어떻게 억압했나요?’라는 어떤 듣고자 하는 의견이 있는 거죠. 그렇지만 케이트는 대답하는 데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어요. 왜냐하면 본인의 삶으로 목격한 그들은 너무나 다면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요. 게다가 본인의 진술로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한 동료들이기도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케이트가 많이 혼란을 겪어요. 심지어 그 장소를 떠나서도 혼란을 겪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해요. ‘당신들은 모른다. 여기 와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구멍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는 요청이 바로 『오리들』이라는 그래픽노블의 작업인 것 같습니다.
케이트 비턴이 본인의 이 경험을 그래픽노블로 만들어내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2년 동안 겪은 사업장이고 본인의 삶의 경험인데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말이 김명남 번역가의 추천사에 실려 있기도 합니다만, 이 경험을 말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 공감이 되는 면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장소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거대한 심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가 모릅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거예요. 같은 업종 내에서 어떻게 보면 그 장소까지 쓸려 내려온 거잖아요. 본인들이 나고 자란 고장 친밀한 사람들이 있는 고장에서는 먹고 살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혹은 평생을 자기 목을 죄어올 빚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그걸 갚기 위해서 이 업장으로 쓸려온 사람들이란 말이죠. 케이트나 다른 동료들도 말입니다. 이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로 험한 일을 합니다. 여기 와서 일을 하는 이유가 본인들이 나고 자란 고장의 산업이 이미 다 말라버린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캐나다 동부에 대구 어장이 있었는데 다 씨가 말라서, 한때는 어업으로 굉장히 융성한 도시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쇠락한 마을이 돼서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일자리라든지 미래를 생각할 방법이 없는 거죠. 그래서 돈이 넘쳐흐른다는 곳으로 와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인 거예요. 케이트도 같은 입장인 거죠.
말하자면 돈에 떠밀려 와서 그곳에서 일을 하는 입장이지만, 본인들의 머릿속에서 남성과 여성으로도 성별이 갈리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몰라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도 또 심연이 있죠.
한자(황정은): 작가 후기가 책의 뒤편에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을 좀 발췌를 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은 앨버타 북부 오일샌드라는 공간을 순전히 좋은 곳이나 순전히 나쁜 곳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예요. 돈이 흘러 넘치는 곳, 돈을 벌 수 있는 곳, 기회가 있는 곳으로 선전이 되는 입장 그리고 또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 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있고. 혹은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폭행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으로 보여질 수도 있고. 그렇지만 이 장소를 삶 공간으로 겪은 케이트 입장에서는 같은 장소가 좋으면서 동시에 나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어떤 규칙에도 들어맞지 않음을 알게 됐는데, 내용이 환경 문제를 말하는 장면에서도 나오지 않습니까? 그린피스가 이 업장에 들어와서 행동을 하는 장면이 기사 뉴스로 나오는 장면이 있거든요. 아마도 그린피스가 들어와서 파이프를 막았나 봅니다. 그걸 보면서 케이트가 ‘나는 여기에 빚을 갚으러 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들어왔는데 환경에 이렇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를 생각하는 장면이 나와요. 동시에 이 오일샌드 작업장에 위치한 지역이 사실은 퍼스트네이션이라는 캐나다 원주민의 땅이에요. 사실은 이 기업이 캐나다 원주민의 땅을 착취를 하고 있는 거예요. 캐나다 원주민들이 환경오염이라든지 질병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그린피스가 행동을 하는데 그 뉴스를 확인한 케이트의 동료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 막힌 파이프에 목숨 걸고 들어가서 뚫는 일을 누가 할 것 같냐고, 이 회사의 임원진이 하냐고, 우리가 목숨 걸고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이게 남성 여성 혹은 일자리의 이윤 혹은 환경 파괴 혹은 정규직 비정규직 이렇게 딱딱 경계를 나눠서 생각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 구멍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단호박: 다음에 저희가 같이 읽을 책은 제가 가지고 올 책인데요. 최근에 제 관심사여서 한번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을 드립니다. 제목은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이라는 책이고요. 김웅철 저자가 지었고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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