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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 교수, 다윈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진화론이 말하는 생명 동물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간을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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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마을 시리즈 완간을 기념하여 저자 강연회가 열린다. 2014년 우리 시대에 던지는 8가지 질문들이란 주제로 매주 진행된다. 첫 번째 강연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기획하고 두 권의 책을 쓴 장대익 교수가 맡았다.

2006년에 시작한 김영사 지식인 마을 시리즈가 완간예정이다. 당초의 목표였던 50권이 아니라 40권으로 마무리 되는 것은 아쉽지만, 동양과 서양 그리고 인문과 과학을 가로지르는 지식의 대향연이었다. 신촌 토즈비즈센터에서 열린 지식인 마을 완간 기념 강연회를 다녀왔다.

 

우리 시대 저자가 쓴 고품격 교양서적

 

장대익은 『다윈&페일리』『쿤&포퍼』의 저자이면서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총괄 기획자이다. 그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크게 3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첫째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그려보는 것. 둘째는 국내 저자를 발굴하는 것. 셋째는 쉬우면서 수준 높은 교양서를 지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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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늘 네트워크로 존재합니다. 당대의 지식인과 교류하거나 선대의 지식인을 계승하여 후대의 지식인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다이나믹하게 오고 가는 지식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 계승 혹은 대립의 관계에 있는 두 명의 지식인을 짝지었습니다. 그들이 평생 무엇에 대해서 질문했는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저자였습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 학자들이 글을 쓰기를 원했습니다. 100명의 지식인을 뽑아내고 짝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무리 좋은 기획이 있어도 마땅히 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면 탈락시켰습니다.


한국의 성인 평균 한 달 독서량은 0.8권으로 OECD 꼴지입니다. 흔히들 한국은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데 정말로 교육열이 높다면 이렇게 책은 안 읽을 수는 없습니다.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열이 높은 겁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고급 지식 교양서를 내놓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똑똑한 중 고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과 일반인도 소화할 수 있는 책을 우리 손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장대익은 우리시대의 새로운 저자를 발굴해 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여러 저자를 발굴해 기쁘다고 말했지만, 특히 강신주와 최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강신주와 최훈일까? 50명의 저자 중에서 강신주와 최훈만 마감을 지켰다. 이후 강신주와 최훈의 원고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작업하는 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윈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무슨 이유로 받아야 할까?


지식인 마을 시리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날 강연의 주인공은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이었다. 『다윈&페일리』를 쓴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장대익에게 왜 다윈과 페일리를 붙이냐고 물었다. 둘을 함께 묶은 이유는 평생 동안 고민한 질문이 서로 같았기 때문이다. 둘 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정교하고 복잡한 생명체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 물음에 페일리는 신이 설계했다고 답한다.


페일리의 주장은 이렇다. 시계는 무척 정교한 물건이다. 시계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시계보다 복잡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처럼 복잡한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즉 사람보다 뛰어난 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납득할 수 있는 직관적인 추론이다. 다윈 또한 젊은 시절 페일리의 자연 신학을 애독했다. 하지만 비글호를 타고 여행을 하며 여러 연구를 한 후,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다윈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 이전의 사람이니 당연하다. 만약 다윈이 살던 시기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다윈은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다. 다윈은 어떤 이유 때문에 노벨상을 받아야만 할까? 바로 생명의 나무와 자연 선택 이론 때문이다.


“만약에 다윈이 있던 시기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다윈은 노벨상을 받았을 겁니다. 다윈의 이론에는 어떤 독창성이 있기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측하는 걸까요? 첫 번째는 생명의 나무입니다. 다윈 이전에는 생명의 사다리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웠습니다. 1등은 인간입니다. 물론 생명체 중에서 1등 입니다. 인간 위에 천사가 있고 천사 위에는 신이 있습니다. 인간 아래에는 원숭이나 침팬치가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는 다릅니다. 인간의 옆에 침팬치도 있고 보노보도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를 멀리서 바라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생존한 수많은 종 중에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자연 선택 이론입니다. 자연 선택은 3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른데요. 이것이 바로 변이입니다. 변이는 이탈과 다릅니다. 이탈은 어떤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변이에는 중심이 없습니다. 그저 다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떤 변이는 생존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늑대와 양이 있습니다. 양이 늑대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특질은 무엇일까요? 빠른 다리입니다. 다리가 느린 양은 늑대에게 잡아 먹혀 점점 개체수가 줄어듭니다. 결국 다리가 빠른 양만 살아 남습니다. 양의 빠른 다리처럼 어떤 변이는 생존과 번식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를 어려운 말로 하면 차별적 적응도입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다리를 가진 양만 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양의 빠른 다리가 다음 세대로도 이어진다면, 즉 유전이 된다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가 가능합니다.”


다윈의 주장은 『종의 기원』에 응축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는 동물의 교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정한 비둘기 두 마리를 교배하면 독특한 비둘기가 태어나거나 어떤 강아지 두 마리를 교배하면 허리가 긴 강아지가 태어난다는 류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지금 보면 육종사나 수의학자나 좋아할 만한 지루한 이야기다. 하지만 『종의 기원』이 출간되었던 당대의 현실로 돌아가면 다르다. 당시에는 동물을 독특하게 교접한 후 품평회를 여는 것이 대중 문화 중에 하나였다.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는 주제가 모여있는 책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갔으며 다윈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다윈의 주장은 이렇다. 육종사는 20세대 정도만 교접해도 독특한 동물을 만들어낸다. 인공 선택도 이러한데, 하물며 수십 억년 동안 진행되는 자연 선택이라면 복잡한 자연 생물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장대익은 다윈의 이 유비추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말한다.


우연의 산물이라고? 그게 말이 되냐?


예나 지금이나 진화론에 대해선 많은 반론이 있다. 그 중에서 프레드 호일의 반론이 유명하다. 프레드 호일은 다윈의 진화론이 고물이 모여있는 쓰레기 장에 태풍이 지나간 후 보잉 747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연만으로 정밀하고 복잡한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장대익은 프레드 호일의 견해에 이렇게 반론한다.


“프레드 호일의 의견은 틀렸습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무작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변이는 무작위라 하더라도 선택에는 방향성이 존재합니다.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점차 누적되다 보면 최종적으로 종 분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자연 선택이 금고털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금고의 비밀번호를 처음부터 다 맞출 수 있는 도둑은 없습니다. 청진기를 대고 일의 자리부터 천천히 맞춰나갑니다. 자연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미세한 부분이 누적되어 가며 서서히 변해갑니다.”


진화론에 반대하는 이론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면 지금도 어느 산골에서는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볼 수 없으니 다윈의 진화론은 잘못된 것이다. 장대익은 이런 반론은 진화론의 진도 모르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은 침팬치와 보노보로 대략 600만년 전에 같은 조상에서 분리되었다. 즉, 원숭이나 침팬치는 인간의 조상이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분화한 일종의 사촌이다. 한 번 분화된 종은 서로 교차하지 않은 채 방향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미 예전에 분화되어 버린 인간과 원숭이는 다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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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물을 공부하는 이유는?


“침팬치를 연구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왜 침팬치인지 물었습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서 침팬치를 연구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면 인간을 연구해야지 왜 침팬치를 연구하냐는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인간이 궁금하면 심리학이나 언어학을 공부해야지 왜 동물을 연구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에 좋은 대답을 발견했습니다. 연애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여자 친구가 아주 마음에 들어 결혼을 마음 먹었습니다. 결혼을 위해서는 여자 친구의 가족과 만나야 하는데 여기서 아주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의 고유한 개성이 여자 친구만의 것이 아님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어머니나 언니에게서도 여자 친구에게서 느꼈던 고유한 개성이 보입니다. 이제 여자 친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개성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게는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독특함은 다른 동물의 특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비교해 볼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어떤 특성은 인간과 다른 동물이 유사한 반면에 어떤 특성은 서로 상반되기도 합니다. 인간을 온전히 육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동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장대익이 동물을 연구하는 이유를 마지막으로 강연은 끝이 났다. 다음 강연은 공정한 세상을 위한 철학이라는 주제로 최훈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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