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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음식” - 최재천 『통찰』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머리도 좋고 일도 열심히 하는 한국인, 10년간 2만불을 못 벗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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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걱정이 되는 것 하나가, 한국이 십여 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덫을 못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여러분께 하나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보다 더 죽어라 일하는 이들을 알고 있나?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는 부지런한 학자다. 신간 『통찰』은 올해 세상에 내놓은 다섯 번째 책이다. 생물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 간 통섭을 꾀한다. 책에는 생명, 인간, 관계, 통찰 등 4가지 주제를 담았다. 출간 기념 강연이 있던 12월 5일, 서울에는 눈이 펑펑 내렸고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이음출판사로 향하는 길은 꽁꽁 얼어있었다. 과연 이런 날에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일까? 나의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독자들은 차가운 눈발을 뚫고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하는 최재천 교수의 강연 내용이다.

“날씨가 궂으니까 모여앉아서 시덥잖은 얘기나 두런두런 할까 했는데. 너무 많이 와주셔서 할 수 없이 강의를 해야겠다.(웃음) 최근 『통찰』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전 책에 '통섭‘이 들어가니까 혹자는 ’통‘ 시리즈냐고 하는데 통섭과 통찰의 ’통’은 다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얻고자 하는 게 뭘까. 결국 통찰력이다. 기업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을 원하고 학생은 전공을 선택할 때 이 다음에 잘나가는 게 뭔지 고민한다.”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캠페인 문구로 선거의 전세를 뒤집었다. 성추문으로 고생하긴 했어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경제 하나는 확실하게 살려놨기 때문이다. 한국 대선에서는 희한하게 ‘경제민주화’ 가 화두가 되었다. 사실 경제 민주화는 경제가 아니라 복지 얘기다. 그동안 대선 시즌이 되면 정치인들이 경제를 확실히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다르더라.

사실은 경제가 제대로 안 서면 다른 것은 망한다. 지금 고백을 하나 하려고 한다. 나도 돈이 좋다. (좌중 웃음) 동료들이 나를 보고 순수과학자라고 한다. 듣기는 좋은데 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연구비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치고, 나만큼 연구비 없는 사람도 없다. 열심히 써서 내도 연구비 안준다. 당장 돈 되는 일에만 지나치게 투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벨상 못 탄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노과학이 뜨니까 물리학자, 화학자 대부분이 하루아침에 나노과학자로 돌변해야 했다. 사실 ‘나노과학’이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른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식으로 연구하면 발전할 수 없다. 나는 국가가 할 일은 잡초를 기르는 일이라고 계속 주장한다. 이렇게 경제는 참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참 이해하기 힘든 것이 경제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있었다. 도미노처럼 세계경제에 타격을 줬다. 경제학자들이 그때부터 원인을 분석해서 작년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대재앙’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경제학은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경제학은 ‘모든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린다’라는 전제하에 있는 학문인데 인간의 탐욕이라니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합리적이지 않다. 시장 가서 콩나물값 10원은 깎으면서, A사 휴지가 B사 휴지보다 7000원 더 비싼데도 A사 휴지를 산다. 그것이 합리적인가? 우리가 이러니까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뉴턴경제학이 저물고 다윈경제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자인 내 말이 아니다. 미국 스탠포드, 하버드 교수들이 거의 대부분 행동경제, 진화, 신경경제학을 연구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 수상자 2명을 배출한 하버드는 8년 전 우리는 진화경제학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세계경제학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는 ‘찰스다윈’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제학자들이 불편해한다.

한 연구를 소개할까 한다. 쇼핑몰에 남녀 100명을 풀어놓고 미션을 줬다. “Go to gap, buy a pair of pants” (갭 매장에 가서 바지 한 벌을 사라) 남자들은 주차하고, 쇼핑몰 내부 지도를 보고 위치파악하고 매장에 바로 들어간다. 평균 6분 내에 미션을 수행한다. 같은 숙제를 하는 데 여성들은 3시간 25분이 걸렸다. (좌중 폭소) 우리는 이렇게 다르다. 남자들도 쇼핑은 한다. 그런데 필요한 물품 한 개만 산다. 그리고 황급히 빠져나간다. 하지만 여성들은 온 김에 다 보고 간다. 쇼핑몰에서의 행동연구 차이를 알고 마케팅을 한다면, 경제학 안에 심리학이 접목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숙제는 제법 잘하는데


한국 차를 보면 뭉클하다. 과거 티코 시리즈는 옛말이다.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를 제법 잘 만든다. 반도체, 배 역시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출제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출제를 하면 전 세계가 그 숙제를 하면서 따라오는 영역이 있나. 과거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에 목 폴라 입고 나와서 이야기를 하면 전세계가 자지러졌다. 내가 제일 이해 못하는 인간심리가 아이폰 나올 때 밤새 줄서는 사람들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가 출제를 하면 우리나라 삼성, LG가 열심히 숙제를 한다. 우리는 성실한 숙제자일 뿐이다.

처음 스티브 잡스의 PT를 봤는데 아이폰을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소개하더라. 구라가 저 정도면 신의 경지라고 생각했다. 유홍준, 황석영 선생님도 한 구라 하시는데(좌중 웃음) 잡구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더라. 그런데 그게 구라가 아니었고, 아이폰은 세상을 바꿔버렸다. 지하철 안의 모습이 완벽하게 변했다.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고 화면만 본다. 우리 아들이 방학 때 집에 오면 방에서 잘 안 나온다. 그럼 와이프가 문자를 한다. ‘저녁 먹게 나와라’ (웃음)

과학기술의 산물로 태어난 작은 기계에 사람들이 제발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과학 기술 안에 사회를 품어버린 것이다.


국민소득 20000 달러의 덫

몇 년 전부터 걱정이 되는 것 하나가, 한국이 십여 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덫을 못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여러분께 하나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보다 더 죽어라 일하는 이들을 알고 있나?

오랫동안 사람과 동물을 관찰해 온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눈도 많이 오는데 집에 가서 쉬지 여기까지 온 것만 봐도 그렇다. (좌중 폭소)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경제상황이 괜찮은 독일 노동시간이 우리보다 길지 않다. 한국인들의 아이큐검사를 하면 상위권이다. 머리도 좋은 편이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왜 10년간 2만 불을 못 벗어나는가. 그 이유는 기껏해야 온 국민이 숙제만 열심히 하고 살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오해는 말라. 온 국민이 스티브잡스라면 우리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데군데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만드는 난장판 속에서 뭔가가 탄생할 것이다.

싸이의 전 세계적 열풍을 예상했나? 싸이는 전 국민한테 두 번이나 밟혔던 사람 아닌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 보면 한 울타리 안에서 곱게 자란 사람이 없다. 물론 고만고만하게 성공하고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위에 있는 사람은 싸이처럼 한번 와장창 깨져본 사람들이다. 한 울타리 안에서만 있어본 사람의 창의성이 발전할 리 없다. 진짜 큰 성공은 강도 건너보고, 실패도 해보고, 다른 데도 기웃거려본 사람이 한다.

국악인 황병기 선생이 장한나 양에게 덕담을 한 적이 있다.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 독을 묻으려면 딱 독 크기를 재서 땅을 파지 않는다. 독보다 훨씬 넓고 깊게 판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한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서 마스터 하는 거? 평생 해봤자 불가능하다. 어느 한 분야만으로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통섭’이다. 이 말을 십 년 전 처음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번져나갔다. 이젠 때가 된 것이다. 통섭하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융합, 통섭이 선진국에서 대세라고 하는데, 대세가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융합연구비 조금 주고 6개월 있으면 검사하러 와서 특허와 성과를 확인한다. 성과가 그렇게 빨리 나올 수 없다. 기다려 줘야 하는데 그걸 해주지 못하니까 답답하다. 멍석만 잘 깔아준다면 21세기 융합의 시대에 우리의 진가가 나타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음식

비빔밥은 한국의 대표음식이다. 생각해 보면 무슨 이런 음식이 다 있나. 멀쩡하게 밥과 반찬을 놓고 다 비빈다. 그런데 비비면 상상하지 못한 맛이 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개발한 건 아닐 것이다. 남은 음식 처리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웃음)

비빔밥 얘기까지 굳이 할 필요도 없다. 우리 식탁을 생각해 보라. 밥 한 술 넣고 반찬 한 개만 먹나? 한술에 서너가지 반찬을 이것저것 먹는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먹어야 하는 것을 접시 하나 하나에 따로 담는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는 섞는 문화다. 정부가 맘대로 섞을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만큼 융합연구를 잘할 민족도 없다.


공감의 세대


전 세대는 늘 다음세대를 못마땅해 한다. 왜일까? 다음세대가 전보다 모자라서였다면 우리는 진작 멸망했을 것이다. 나는 반드시 다음세대가 전세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못 믿겠지만 우리 또래도 봉사활동을 간다. 하지만 우리는 계산하고 간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내일 입사시험이 있어도 오늘 봉사활동 가지 않나. 기성세대의 불만은 젊은 세대들이 자기앞가림도 못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성취해야 할 덕목이 사랑이다. 예수님은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했다. 이러한 가치를 우리보다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러분이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내가 무엇인가를 움켜쥐어야 했다. 그런데 여러분 세대는 다르다. 여러분이 우리 세대보다 분명히 낫다. 나는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여러분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 나는 자연과학자이기에 감성과 느낌으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근거 중의 하나는 ‘나가수’(나는 가수다, MBC 예능 프로그램)다.


진화의 현장, 나가수

평소에 TV를 많이 못 봤는데 ‘나가수’는 달력에 표시해놓고 봤다. 여기에는 진화의 진면목이 들어있다. 김연우, 정엽, 이소라, 조규찬의 공통점이 있다. 명예졸업을 못했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여전히 훌륭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단지 게임의 법칙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나가수’를 보고 나는 바비킴의 엄청난 팬이 되었다.

공룡이 우리보다 강하지 않아서 멸종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적응을 못한 것뿐이다. ‘나가수’에도 기후변화에 적응을 기가 막히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범수다. (좌중 웃음) 진화는 이런 것이다. 그 환경에 맞으면 성공한다.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철저하게 상대성 이론이다

진화는 그저 짤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나가수가 훈훈한 이유는 일곱 명 중 한 명만 탈락하기 때문이다. 다윈이론을 설명할 때 적자생존을 survival of the fittest 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다윈이 실수를 했다. survival of the fitter라고 했어야 했다. 그의 이론은 하나부터 열까지 상대성이론이다. 7등만 죽는다. 풍요로우면 아무도 안 떨어져나간다. 물론 생존경쟁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그것만이 다라고 생각한다면 다윈의 이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우리는 금메달 안 따면 죽는 줄 알고 1등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윈에 의하면 1등만 살아남는 게 아닌데 말이다.

현화식물과 곤충은 공생한다. 자연계에서 살아남는 가장 멋진 방법이 공생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다 공생파트너가 있다. 호모사피엔스(사유하는 사람)라는 자화자찬 격의 말보다는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로 인간을 표현하고 싶다.

미국의 마일즈 먼로 목사는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라고 했다. 누구나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우리 중 어떤 사람은 타고난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통찰은 끊임없는 연구와 독서, 활발한 토론으로 길러지며 누구나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오랫동안 조선일보에 쓰던 글을 묶었다. 독자들이 짧은 내 글을 읽으면서 ‘생물학자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나름대로 두루 넓은 분야에서, 거꾸로도 생각하면서, 새 각도의 생각들을 담아봤다. 넘나들어야 하는 시대, 남과 손잡고 가야할 시대에 독존이 아니라 공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질문

최근 묻지마 범죄 등 흉악범죄 발생이 빈번하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답변

범죄율 증가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 일본 심리 생물학자들이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지니계수(불평등지수)를 조사한 논문을 읽었다. 일본은 지니계수가 굉장히 낮다. 부의 분배가 잘되어 있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범죄율이 높은 집단이 바로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고, 그들의 지니계수가 높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지수는 전례 없이 높다. 사람들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 폭발하는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 대선을 앞두고 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기는 적절한데, 관련 지식, 상식이 없기에 걱정이 된다.

질문

다양한 학문 간의 통섭을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과학자들의 기계론적 환원주의 경계한다. 비빔밥얘기를 했는데 야채 하나는 뺄 수 있지만 고추장은 못 뺀다. 왜냐면 고추장이 갑이니까. 여전히 과학이 갑이기에 철학자들은 ‘통섭’에 대한 열등감 내지 두려움을 느낀다. 과학 분야에서 먼저 ‘과학의 경계는 무너질 수 있다’는 태도가 전제되어야하지 않나

답변

좋은 지적이다. 질문 타이밍이 정확하다. (옆에 있던 『대논쟁』이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들며) (좌중 폭소) 인문사회학들이 ‘환원주의’에 대한 공격을 많이 한다. 사실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하고 혹자는 나에게 번역을 잘못했다고 비판했다. 그 책의 저자는 확실히 환원주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만날 수 없다. 전략적 수준에서도 그것은 옳은 전략이 아니다. 물론 나는 과학자이기에 환원주의를 버릴 수 없지만 환원만능주의는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책의 서문에서 엉뚱하게 과학이 주도하는 통섭은 원치 않다는 이야기를 썼다. 내 번역을 오역이라 지적한 이들은 내가 쓴 서문만 읽고 정작 그 책은 잘 안 읽은 것 같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비슷하게 서가에 꽂아놓는 용도로만 전락한 것 같다. (웃음) 질문자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진정한 통섭에 대한 새 길을 찾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질문

다른 나라의 교육은 어떤 추세인가.

답변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게 사실이다. 문, 이과로 나눠지면서 우리는 지식의 반쪽을 포기하고 살았다.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정부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백년을 살아야하는데 고작 중3 때 정부에 의해 이과 공부를 하지 못할 수는 없다. 최근 문, 이과 통합을 부르짖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고 토론하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를 바꾸면 해결이 될 것이다’라는 (웃음) 그후 서울대쪽과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내년 서울대 입시에서는 문,이과의 장벽을 허물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에도 통섭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현 교육체계로는 불가능하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아이들부터는 가능해지지 않을까. 학문 간의 멋진 넘나듦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가져본다.

질문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적이라고 생각한다.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변

밥 딜런의 노래 중에 ‘부모들이여 자식에게 손을 떼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 고등학교 강연에 열심히 다니는데 이과가 문과보다 많은 고등학교는 한 군데도 못 봤다. 우리 시대에는 억지로 이과를 늘리는 정책이 있어 나는 얼떨결에 이과에 가게 되었고 이렇게 과학자가 됐다. 요즘에는 이공계에 투자를 많이 안한다. 무조건 이과에 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고 싶다면 부모를 설득해서 이과공부하기를 권한다. 어느 심리학자가 우스개 소리를 했다. 우리 교육문제는 부모들이 모여 단체로 합의만하면 해결될 것이라고.(좌중 웃음) 아이들은 방목하면 더 잘 큰다.

현재 이화여자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최 교수는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에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사인을 받는 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꿈을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소통과 공감 그리고 통섭을 희구하는 과학자의 면모였다. 기사의 마무리를 그의 생각이 집약된 『통찰』 서문의 일부로 대신한다.





함께 뒤돌아보고, 건너다보고, 뒤집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아하”하며 우리 모두 벌거벗은 채 목욕탕을 뛰쳐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통찰의 순간에는 모두 함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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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 최재천 저 | 이음
지금까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강조해온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이야기하던 ‘통섭’의 사상을 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담아낸다.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작은 미생물에서 침팬지, 인간, 그리고 경제와 복지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 환경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에 대한 놀라운 통찰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최재천 교수의 저서들

[ 통섭의 식탁 ]
[ 다윈지능 ]
[ 인간과 동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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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엘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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