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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X뮤지컬] 문학 덕후와 뮤지컬 덕후가 만나면

뮤지컬 <파과>와 소설 『파과』를 비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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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가 뮤지컬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뮤지컬 관객 모두 각자만의 기대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그 중심에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뮤지컬 주인공으로는 흔치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 여성 원톱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이 공통적으로 있었을 거예요. (2024.04.19)

독자들이 사랑하는 한국문학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됩니다. 문학성과 재미를 겸비한 뮤지컬의 세계에서 독자와 관객이 교감하며 한층 더 풍부해질 이야기. 채널예스와 더뮤지컬이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의정: 안녕하세요~ <채널예스> 기자 정의정입니다:)

솔희: 안녕하세요! <더뮤지컬> 기자 이솔희입니다~! 이렇게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니 어색하군요.ㅋㅋㅋㅋ

의정: 그러게 말입니다. 매번 회사 메신저에서만 이야기 나누다가 새로운 화면으로 인사를 하려니 신기하네요 ㅋㅋㅋ 오늘 저희가 이런 대화를 시작한 이유가 있었죠?

솔희: 채널예스와 더뮤지컬의 특별한 협업을 기념하며(ㅋㅋㅋ) 뮤지컬 <파과>로 재탄생 된 구병모 작가의 소설 『파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런 대화 자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의정: 네, 채널예스X더뮤지컬 합동 기획으로 ‘한국 문학과 창작 뮤지컬’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기로 했었죠.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뮤지컬을 관람했답니다:D

솔희 기자님은 어떠셨어요, 한국 소설을 오랜만에 읽지 않았나요?

솔희: 어우 굉장히 오랜만에 읽었어요.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에세이 종류의 글을 주로 읽어 왔던 터라,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었답니다.

뮤지컬은 어떠셨나요! 그럼 의정 기자님의 뮤지컬 <파과>에 대한 소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

ⓒ PAGE1
의정: 뭐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가장 큰 소감은... 신성록이 키가 크다?

솔희: ㅋㅋㅋㅋㅋ 매우 크다!

의정: ㅋㅋㅋ 이건 지엽적인 생각이었고, 일단 홍익대 아트센터를 굉장히 오랜만에 가기도 했고, 주로 소극장 무대만 보다가 무대장치가 많은 넓은 극장을 보니 좋았어요.

솔희: 오 그쵸. <파과>의 무대는 철제 구조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약간은 단조로운 편인데, 회전 무대를 이용해서 무대에 입체감을 주더라고요!

단조로운 무대가 원작이 지닌 삭막한 느낌과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는데, 그와 동시에 회전 무대, 계단을 이용한 3층 구조의 무대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조각의 서사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액션 장면도 효과적으로 살린다는 인상을 받았답니다.

"무대 장치가 많은 넓은 무대에서" 만난 조각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의정: 특히 움직이는 계단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들 연습하기 까다로웠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동선 언제 다 맞췄지…하는 생각.

그 외에는 검은색 배경에 소품이 최소한으로 들어간 무대가 이제까지 살아있는 것, 지켜야 하는 것을 만들지 않았던 조각의 인생을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킬러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면 온갖 종류의 나이프와 총, 여러 소품들을 전시해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어느 배경이든 최소한으로 해놨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나저나 기자님, 무대 이야기가 나오니 저희 처음에 대담할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던 것과 별개로 청산유수로 말씀해주시는데요?ㅋㅋㅋ 역시 <더뮤지컬> 기자다~

솔희: ㅋㅋㅋㅋㅋㅋ 어휴 공연 얘기만 시작하면 말이 너무 많아져요.ㅋㅋㅋㅋ

무대 이야기에 덧붙여 보자면, 중간중간 만화적인 요소를 더한 영상을 사용해서 상황을 설명해주는 연출이 몇 번 있었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저는 작품이 지닌 결과 달리 그 연출만 확 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시도를 한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의정: 저는 영상으로 뭔가를 설명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짧은 시간 내에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소설은 독자가 마음대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면, 무대는 정해진 시간 내에 관람객을 데리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야 하잖아요.

더군다나 소설 분량 자체가 많기도 하고, 연출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 내에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관객)를 데리고 이야기의 끝으로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축약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보여줘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고민의 결과로 영상이라는 도구를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 외에도 저는 소설 속 대사를 그대로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 그 대사는 사전에 녹음된 거였던가요? 아니면 배우가 매번 그 대사를 치고 있었던가요? 멀리서 봐서 배우 입이 움직이는지 아닌지 잘 안보이더라고요;)

솔희: 오오 영상 활용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내레이션은 미리 녹음을 해둔 거라고 하더라고요.

조각이라는 캐릭터가 대부분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만큼, 인물과 최대한 맞닿아 있는 상황에서 녹음을 하기 위해 공연 개막 약 2주 전 녹음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조각 역 구원영 배우의 말을 들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에게 더욱 깊숙히 다가가기 때문에 내레이션에 충분한 감정을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ㅠㅠ

공연에서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저도 인상 깊었어요! 소설이 대부분 조각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가잖아요. 그걸 대사로 구구절절 풀어냈다면 묵직하고 건조한 조각이라는 인물과 잘 어우러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니 조각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읽을 수 있으면서도, 캐릭터성은 잘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 PAGE1


의정: 저는 내레이션과 영상 활용이 더해지면서 무대화된 <파과>와 소설 『파과』의 차이점이  나오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아까 시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소설과 무대화 이야기의 차이점을 하나 더 꼽자면 저는 '대중성' 내지는 ‘경제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소설보다는 뮤지컬이 훨씬 투여되는 인력이나 비용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에게 재미 요소를 더 줘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액션 신도 넣고, 레이저도 넣고, 갑자기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방역업체가 춤 추고 노래 부르는 장면이 들어가지 않았나…

소설을 생각하고 뮤지컬을 보러 갔던 사람이라면 바뀐 시점(투우의 분량)과 바뀐 분위기(액션! 로맨스!)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두서없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던지게 됐는데, 캐릭터 구조부터 이야기해볼까요?

기자님은 무대에서 투우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솔희: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답니다!

저는 뮤지컬을 보고, 소설을 읽은 다음, 뮤지컬을 재 관람한 케이스인데요. 처음 공연을 보기 전에는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간단한 정보와 시놉시스만 알고 있는 상태로 봤단 말이죠.

그런데 첫 장면부터 투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음악이나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투우에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이어져서 조각의 존재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첫 관람 때는 '여성 원톱 작품!' '여성 노인 킬러!'라는 지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죠.

그 후 소설을 읽고, 공연을 재 관람하니, 뮤지컬이 원작 속 이야기를 제법 충실하게 따라간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뮤지컬이 원작 속 조각의 이야기의 흐름은 잘 이어갔으나, 동시에 투우라는 인물에 꽤나 많은 애정을 쏟게 되면서 소설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뮤지컬에 기대했던 점을 조금은 놓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정: 뮤지컬이 원작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 건 저도 느껴졌어요.

오히려 투우의 서사가 더 담긴 이야기를 만든다면, 원작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 노인 킬러의 서사나, 늙고 낡아 스러져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면, 조각의 서사를 좀 더 빼고 투우의 서사를 소설보다 덧대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정된 시간 내에 조각의 서사도 봐야 하고 투우의 서사도 봐야 하고 하다 보니 관람자 입장에서는 극에 몰입하기 힘든 요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솔희: 『파과』가 뮤지컬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뮤지컬 관객 모두에게 각자만의 기대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그 중심에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뮤지컬 주인공으로는 흔치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 여성 원톱 작품을 본다는 기대감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한 기대감을 100% 충족시키지 못해서 뮤지컬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온 것 같아요.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파과』를 기반으로 하되, 아예 조각과 투우의 관계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각색했다면 오히려 뮤지컬만의 독특함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요.

그러나… 저는 여전히 ‘파과’에서는 조각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합니다.

공연계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여전히 소중하고요!

의정: 맞습니다! 관객들은 여성 서사를 원한다!

어쨌든 저는 소설 『파과』와 뮤지컬 <파과>는 같은 이야기지만 동시에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라는 게 참 신기하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 어떤 형식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관객(=독자)가 느끼는 것도 달라지고요.

구병모 작가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만연체라고 생각하는데요

구병모 작가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거의 한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문장의 길이에 당황하실수도 있을 거예요 ㅋㅋㅋ

긴 호흡에 걸쳐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만큼 주인공의 감정이 잘 나타나기 때문에 더 깊이 이입할 수도 있고요

이런 특징을 한정된 무대 안에서 구현하기에는 역시나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자님은 소설을 읽을 때 어땠어요?

솔희: 오. 저 사실 책 읽으면서 '되게 안 읽힌다'고 생각했거든요. (수줍)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는 작품이라던데! 나는 왜 이렇게 안 읽히지! 하면서 자괴감에 빠졌었어요.ㅋㅋㅋ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인물의 감정이 짙게 묻어 있는 글이라서 한 번 집중하고 나면 조각의 감정에 착 달라붙어서 그 뒤를 쫓아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조각의 삶(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린 조각의 이야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의정: 보통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 문장단위로 숨을 쉬게 되거든요?

구병모 소설은 자칫 잘못하면 읽다가 숨이 좀 막힐 수 있다...ㅋㅋㅋ

그리고 또 특징이 있다면, 구병모 소설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를 쓴다....

이를테면 노그라지다(20쪽) 힁허케(22쪽) 쉬척지근(30쪽) 같은...

여러모로 호불호가 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들어오면 이만한 이야기가 또 없다.

잡솨봐 잡솨봐~

기자님은 읽기 힘들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좋았던 대사(혹은 문장)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솔희: 분명히 제가 어딘가 기록을 남겨놨는데 어디 갔지!!! 잠시만요…

(5분 후)

찾았습니다.

판독 불가의 암호 같던 막연한 이미지들이 그 목소리에 제 형태를 갖춘다. 자신의 내부에 언제 이런 게 들어 있었는지 모를 일. 그녀는 문득 오래전에 영원한 유실물로 남은 줄만 알았던 욕망의 흔적을 제 몸속에서 발견하고 눈썹을 찡그린다. (파과, 41쪽)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입안에 도는 감미, 아리도록 달콤하며 질척거리는 넥타의 냄새야말로 심장에 가둔 비밀의 본질이다. 우듬지 끝자락에 잘 띄지 않으나 어느새 새로 돋아난 속잎 같은 마음의. (같은 책, 83쪽)

요 두 문장이었어요.

첫 감상은 '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ㅋㅋㅋ)

두 번째 감상은 조각의 마음 속에 피어난 일상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이 문장들이 『파과』의 본질처럼 느껴졌다는 것,

그리고 나도 그가 슬그머니 내비치는 욕망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는 것.

이렇게 농도 짙은 문장들을 쉽게 읽어내릴 수가 없어서, 책을 읽는데 유독 시간이 많이 걸렸나봐요.

의정: '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저도 동감이에요

만약 제가 썼다면 "맛있다 복숭아 달다 냠냠..." 여기서 끝났을 듯-_-ㅋㅋㅋㅋ

제가 좋았던 문장은 류와의 관계와 무용에게 받은 위안을 엮었던 부분인데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쪽으로 등을 돌려댄 채로. (같은 책, 140쪽)

이 문장이 나오고 다음에 집을 나서면서

숨이 붙어 있는 한은 다녀-올 것이다. 손발이 움직이는 한은, 언젠가 이 녀석이 기억에서 지워지거나 그 존재를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그녀는 현관문을 닫는다. (같은 책, 169쪽)

이 두 부분이 뮤지컬 무대에서도 살아있어서 반가웠어요 ㅎㅎ

소설과 뮤지컬 두 이야기 모두 조각이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아왔는지가 보였는데, 뮤지컬에서는 강박사와 류를 1인 2역으로 세운 게 흥미롭더라고요?

솔희: 맞아요!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강박사와 류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게 특별한 의미가 있나? 궁금했는데 역시나 특별한 의미가 있더라고요.

조각에게 삶의 동력 혹은 새로운 생명력을 주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을 관통하는 선이 있는데, 그걸 한 배우가 연기하니 더 깊게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문득 궁금한 건데, 소설에서도 조각이 강박사를 통해 류를 떠올리는, 혹은 강박사에게 류를 투영하는 장면이 있었나요?

의정: 제 기억으로는 없는데, 자세한 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소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지만 제가 놓치고 지나간 걸 수도 있어요.

저한테는 조각이 류나 강박사에게 느끼는 애정보다는 무용에게 느끼는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하게 와닿았었거든요 ㅎㅎㅎ

이건 제가 어느 이야기를 읽든 간에 로맨스적 요소는 잘 안 떠먹고 다른 이상한 것(?)만 떠먹는 성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무용 역할을 맡은 인형 친구가 귀엽더라고요 ㅋㅋㅋ 마지막 커튼콜 때 배우님이 들고 나와서 같이 인사했는데 하찮고 털뭉치고 쏘 큐트★

솔희: "이건 제가 어느 이야기를 읽든 간에 로맨스적 요소는 잘 안 떠먹고 다른 이상한 것(?)만 떠먹는 성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크크ㅎㅎㅋㅋㅋㅋ

그쵸 무용이 너무 귀여웠어요.. 커튼콜에 딱 등장하시는데 얼마나 쓰담쓰담 하고 싶던지!

책에서는 아마 갈색 털로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회색 털뭉치 같은 무용이가 잿빛 머리칼로 설명되는 조각이랑 겹쳐보여서 더 좋더라고요.

ⓒ PAGE1


의정: 오, 조각 머리카락 색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제가 신성록 배우 키가 크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마 소설에서 받았던 투우의 인상과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한 투우는 좀 더 단단하고 약간은 더 껄렁한 아저씨? 느낌이었거든요.

오히려 저한테는 류 역할 맡았던 최재웅 배우가 더 투우에 가까운 느낌?

솔희: 오!! 저는 뮤지컬로 먼저 접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투우를 자연스럽게 키 크고 날렵한, 날카로운 눈매의 인물로 상상하게 되더라고요.ㅋㅋ

조각 역은 어떤 배우로 관람하셨나요??

저는 더블 캐스팅인 차지연, 구원영 배우의 공연을 한 번씩 봤는데 역시나 서로 다른 매력이 돋보이더라고요.

구원영 배우는 정말 물기 하나 없는, 퍼석퍼석함 그 자체라면, 차지연 배우는 조금은 물기가 어려 있는 느낌이랄까요.

의정: 저는 차지연 배우 공연으로 봤었어요

2막에서 '파과' 넘버 부를 때 눈물 또르륵... 정말 온 몸으로 부른다 싶었거든요.

특히 제가 봤던 날은 감정을 쏟아서 마지막 부분에서 목이 갈라지는데, 그게 듣기 싫은 갈라짐이 아니라 계산된 감정 빌드업에서 터뜨리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물론 볼 때는 그렇게 낱낱이 생각 못하고 와...노래 잘한다...슬퍼...ㅜ....조각...조가아악ㅠㅠ 뭐 그러면서 봤습니다...

별개로, 저는 계속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대의 시간과 소설의 시간이 다르다는 게 계속 뮤지컬을 보면서 느껴지긴 했어요.

소설에서는 조각이 왜 파과를 보면서 자신을 대입하는지 조금 더 찬찬히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한다면 뮤지컬에서는 한정된 시간 내에 표현하기 위해 그 많은 부분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했다는 생각?

솔희: 맞아요. 내레이션뿐만 아니라 넘버에도 많은 감정이 들어가 있고요.

그래서 넘버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감정과 감정의 연결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겠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결에서 말을 덧붙이자면, 뮤지컬을 보면서 '엥 갑자기 왜 이런 장면이?!' 라는 의문이 들었던 장면들이 소설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납득이 되었던 경우가 많아요.

복숭아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물론, 소소하게는 지하철에서 조각의 암살 대상이 임산부에게 뜬금없이 시비를 거는 장면도, 투우가 조각에게 손톱이라도 길러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는 장면도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는 되게 뜬금없었는데 다 소설 속 대사와 장면을 압축적으로 옮겨놓은 거였더라고요.

의정: 맞아요. 소설 속에서 입체적으로 나타났던 조연을 무대에서는 모두 서사를 주지 못하는 게 저는 안타깝기도 했는데요

소설 마지막 부분에 네일 가게에서 일한 지 얼마 안된 MZ세대(ㅋㅋㅋ) 한 명이 나오거든요.

손톱이라는 공통된 단어로 마지막에 또 한 겹의 서사가 입혀지는데, 뮤지컬만 보신 분들은 모르시겠죠? 일단 책을 읽어 보셔야겠죠 :P?

솔희: ㅋㅋㅋㅋㅋㅋ 본격 소설 영업 대담.

그럼 저도 뮤지컬 영업을 한 번...

의정: 영업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솔희: 소설이 아닌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이겠죠!

조각의 넘버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투우의 넘버는 강렬한 리듬감이 귀를 사로잡아요. 앙상블 장면에서는 중독성 있으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닌 넘버가 흘러 나오고요.

앞서 말했듯 넘버에 각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 뮤지컬을 관람하게 될 경우 넘버 가사에도 귀를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

의정: 넘버...가사...중요.... 적어둡니다.

흔한 마무리 멘트 같지만, 저는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배우 버전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러 가고 싶네요:)

더 많은 이야기를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솔희: 자고로 뮤지컬은 두 번째 관람부터가 찐입니다! 재 관람을 꼭 추천드립니다.ㅋㅋㅋ

저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자주 봐왔지만, 이렇게 장르별 특성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인데, 요렇게 파고드니 <파과>라는 작품 자체의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다음에도 또 의정 기자님과 소설과 뮤지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이제 저희는 또 현생으로 돌아가 볼까요!

의정: 왜 이야기 더 없어... 왜 마감만 있어...

다음에 또 즐거운 이야기 나눠요. 그럼 이제 기사 쓰러 가봅시다 ;)


파과 (리커버)
파과 (리커버)
구병모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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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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