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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자기 고통을 이해하려고 쓴 글을 믿습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김소민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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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기자로 시작해 여전히 글쓰기 노동자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솔직하고 내밀한 ‘자전적 글쓰기 성장담’이자, 그가 전하는 ‘쓰는 행위가 가진 치유와 연대의 힘, 그리고 방법론’을 담은 책이다. (2023.12.14)


개인의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기록되는 시대다.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평범한 하루하루부터 특별한 체험까지 자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이 넘쳐난다. 열쇠고리로 꼭꼭 잠그고 나만 보던 일기장의 시간은 가고, 이제는 자신의 콘텐츠로 타인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자리한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기록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한겨레신문사에서 13년 간 기자로 일했던 저자 김소민이 쓴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신문사에서 “글쓰기를 영혼의 따귀를 맞아가며 배”웠던 터라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신기했다. 그에게 글쓰기란 밥벌이이자 두려움, 끝없는 배움과 질투로 뒤섞인 복잡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내 이야기 하나쯤’이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개인의 경험, 그중에서도 슬픔이나 분노, 트라우마처럼 감정적인 상황이 글로 엮여 ‘상처가 상처로 끝나지 않는 마법’을 본 후 깨달았다. 각자의 이야기는 모두 쓰일 가치가 있고, 누군가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 세상은 넓어지고 서로 기댈 수 있다고.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내 이야기가 중요할까?’ ‘누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완성도 있게 드러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로 처음 만나는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려견 몽덕이(4살)와 사는 글쓰기 노동자이자 월급생활자입니다. <한겨레>에서 13년 기자로 일하다, 눈물 없이는 말할 수 없는 사연까지는 아니고, 웬만하면 다 털어놓는 사연으로 그만뒀습니다.(누가 좀 말려주지.) 독일과 부탄에서 3년 반 정도 지내다 돌아와(아무도 오라고 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귀국) 국제구호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1년 7개월 일했습니다. 야심차게 프리랜서가 된 뒤, 건강보험료 공포증을 겪다가 올해 3월 시민단체이자 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에 입사했습니다.(월급은 내 사랑, 뼈를 묻으리라.)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5년째 ‘집중첨삭반’과 ‘한결 쉬워지는 글쓰기: 내 이야기 하나쯤’ 수업을 하고 있고, <한겨레>에 ‘김소민의 그.래.도’라는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지은 책으로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서울셀렉션, 2019),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한겨레출판, 2020),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한겨레출판, 2022)를 냈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글쓰기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세상에 나만 겪는 일이라고 여기면 슬픔에 압도당하기 쉬운데요, 적어놓고 보면 슬픔이 실제 알맞은 크기를 갖게 되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엄청난 사랑과 가슴 찢어지는, 전 세계 하나뿐인 이별 중인데 내 행태를 제3자의 시선으로 관찰하면 웃길 때가 있잖아요.

저는 헤어진 애인의 페이스북을 염탐하다 메시지 잘못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걸 삭제했는데 저한테만 삭제됐는지 그쪽에서도 삭제됐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초조하더군요.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제가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보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 꼬라지를 보니 웃긴 거예요. 물론 언제나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아무리 써도 멀어지지 않는, 가벼워지지 않는 슬픔도 있을 겁니다. 엄청나게 괴롭고 슬플 때는 글 쓸 정신이 어디 있겠어요.

슬픔을 글로 승화시킨 좋아하는 책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자기 고통을 이해하려고 쓴 글을 믿습니다. 이런 작가들만큼 절박하게 답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반비, 2015)를 쓴 미국의 편집자이자 기자인 스콧 스토셀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약 없이 살 수 없었습니다. 비행공포, 광장공포, 오염공포, 과민성자증후군, 불안 종합세트거든요. 그는 30년 동안 이 문제를 붙들고 늘어집니다. 생리학, 심리학, 항우울제 개발역사, 유전학까지 전방위적으로 파고듭니다. 혹시나 이런 증세가 유전될지 모를 자신의 아이를 불안의 고통에서 지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의 아이는 그의 불안증이 발현한 딱 그 나이에 불안증을 보입니다. 스토셀의 발버둥은 의미 없는 것일까요? 스토셀은 책을 쓰는 과정에서 불안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자기긍정으로 나아가죠.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 2021)는 ‘혼돈의 세계 속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인간의 삶은 의미가 있나’라는 큰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 자체가 슬프죠. 작가 룰루 밀러는 실연을 겪으며 이 책을 시작합니다.

나의 슬픔을 글로 쓸 용기가 없거나, 쓴다 해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응원의 말 부탁드려요.

저는 슬픔이 기쁨과 별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스펙트럼 같은 거라고 여깁니다. 보통은 뭔가를 잃었을 때 슬픈데, 그건 뭔가를 가졌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타이밍은, 뭔가를 가졌을 때가 아니라 잃었을 때인 거 같아요. 뒤통수를 두들겨 맞아 눈알이 튀어나올 거 같은 충격이 아니면 자기가(아마도 스스로 만들어) 돌고 있는 쳇바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으니까요.

선생님은 어떨 때 글이 잘 써지나요?

저는 평생 잘 써진 적이 없습니다. 밥벌이로 글을 써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 마감이 써줘요.(지금도 마감이 써주고 있습니다.) 그때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왜냐하면 시간을 체크할 시간이 없거든요. 역시 마감만큼 효과적인 건 없는데요. 안 지키면 큰일날 마감이면 더 좋습니다. 원하는 독자분들께 제가 그런 마감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마감을 어긴 벌은 선택하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요즘 선생님의 슬픔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나이 들어가는 게 좀 슬픈 거 같아요. 상실에 적응해가는 과정 같기도 하고요. 당연히 제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존재들이 언젠가 반드시 사라질 거라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책을 내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공부법은 전교 1등이, 돈 버는 법은 부자가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 제가 써온 글은 칼럼과 기사가 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글쓰기 책 읽어보면 ‘아, 결국 재능이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절망감이 들잖아요. 이 책을 읽고는 그런 절망감은 절대 안 드실 겁니다! 어쨌든 20년 넘게 글쓰기로 밥 먹고 살아왔으니 제가 영혼의 따귀를 맞아가며 배운 것들을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 하나쯤’ 수업에서 저 혼자만 읽기에는 아까운 글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글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김소민

반려견 몽덕이와 산다. 개 친구도 좋지만 인간 친구를 사귀고 싶어 글을 쓴다(사실은 먹고살려고 쓴다). 한겨레신문사에서 13년간 기자로 근무하다, 독일과 부탄에서 3년여 산 뒤 국제구호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1년 7개월 일했다. 어쩌다 직장을 그만 두고 5년간 글쓰기 일용직 노동자로 살다가, 현재는 독립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에서 다닌다. 백수일 때는 월급생활자가 부럽더니, 직장인이 된 지 한 달도 안 돼 백수 시절이 그립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한결 쉬워지는 글쓰기 : 내 이야기 하나쯤’과 ‘집중 첨삭반’ 수업을 하며, 《한겨레》에 ‘김소민의 그.래.도’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가 있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김소민 저
스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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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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