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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밤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시집”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2회) 『촉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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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의 김필균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필균: 안녕하세요. 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 시, 평론, 에세이를 만드는 한국문학팀에서 근무하는 김필균이라고 합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소개할 책은 김소연 시인님의 여섯 번째 시집이죠. 『촉진하는 밤』입니다. 


『촉진하는 밤』

김소연 저 | 문학과지성사



불현듯(오은): 먼저 김필균 편집자님의 출연 소감을 듣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김필균: 일단 지금 너무 떨려요. 출연 제의 메일을 받았을 때 당연히 저는 김소연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는 내용인 줄 알았거든요. ‘우와 너무 신난다.’ 하고 열었는데 저를 초대한다 하셔서요. 약간 피가 싹 내려가는(웃음), 손끝부터 차가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정도로 그 순간부터 긴장을 하기 시작했고요. 혹시라도 제가 폐를 끼치진 않을까, 말을 잘못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저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을 소개하는 자리이니까 꼭 나가야지, 하는 마음의 용기를 내서 나왔습니다. 

불현듯(오은): 편집자님은 4년 전에 『문학하는 마음』이라는 인터뷰집을 출간하시기도 하셨잖아요. 인터뷰를 하고, 글로 정리를 하신 책인데요. 그 책의 내용 중, 보도자료를 쓰면 누가 썼는지 보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책에 나온 내용 일부를 제가 읽어볼게요.

“편집자 업무 중에도 기자가 하는 일과 비슷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나를 비롯해 내가 아는 몇몇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바로 보도자료를 쓰는 일. 책이 나오면 기자들에게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발송하는 자료이지만 요즘에는 출판사의 홈페이지나 각종 포털 사이트, 인터넷에 올라가는 책 소개로 그 활용도가 더욱 커지면서 중요도에 비례해 부담도 커졌다.” 

책 인쇄 데이터를 넘기고 나면 뿌듯해야 하는데 연이어 보도자료를 써야 하는 시간이 닥치니까 좀 힘들다고 밝히기도 하셨거든요. 그리고 이 보도자료가 과연 신문 기사나 여러 가지 활용도 면에서 그렇게 높은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시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보도자료 쓰는 게 어려우신가요?

김필균: 숙제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그렇지만 사실 내가 만든 책에 더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어떤,책임>에 다른 편집자분 나오셔서 원고와의 거리감에 관해 이야기하신 걸 들은 적이 있는데요. 처음 초교를 볼 때는 독자로 읽지 않으려고, 그러니까 내용을 마음으로 읽지 않고 머리로 읽으려고 애써요. 한창 일할 때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새 교정지를 받으면 약간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재미를 느끼던 때도 있었고요. 그래야 실수가 줄어드니까 그런 건데요. 

책을 다 만들고 나서 보도자료를 만들 때는 마음으로 읽어야 할 때인 거예요. 인쇄도 다 넘겨 놓고 나서 다시 책을 읽을 때는 약간 독자의 마음 반, 편집자의 마음 반으로 읽죠. 그렇기 때문에 그러는 시간이 여유가 있고, 오롯이 그 책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너무 좋을 텐데요. 회사 일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늘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내가 받은 느낌을 글로 담아내려면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한데’ 생각해요. 늘 그러지는 못해서 아쉽기도 하면서요. 잘 쓰고 싶지만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고 그런 거죠.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불현듯(오은): 김소연 시인님 시집 『촉진하는 밤』은 어떻게 맡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보통 한 해의 시집 라인업이 짜인다고 봤을 때, 마치 배당처럼 이 시인 시집은 누가 하고, 이 시인 시집은 누가 한다, 하는 순서가 정해질 것 같거든요. 

김필균: 보통 담당 편집자를 정하는 과정은 회의 시간에 결정이 돼요. 출판사로 원고가 들어온 작품들을 놓고, 편집자들의 스케줄에 따라 누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거죠. 이를테면 김소연 선생님 시집 원고가 들어왔다고 할 때, 언제까지 출간해야 하는 책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면 지금 스케줄 되시는 분, 하고 싶으신 분을 먼저 묻게 되는 거죠.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다른 편집자분들이 모두 진행 중인 책들이 여러 권씩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한번 욕심을 내어 보았습니다. 

불현듯(오은): 시집을 담당하게 되면 어쨌든 초고 상태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시잖아요. 그 파일을 열 때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요. 초고를 모니터상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럼 원고를 출력해서 하나하나 볼 텐데요. 그렇게 볼 때도 시집의 판형이라고 하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있기 때문에 이 판형대로 맞춰서 출력을 해서 보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일단은 시인이 보내준 한글 파일 그대로 출력을 해서 보시나요? 그것도 궁금했어요. 

김필균: 일단 원고를 보내주시면 그 파일 상으로는 손을 거의 대지 않아요. 당연히 그래야 하죠. 설사 오탈자가 그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원본 그대로, 바로 시집 판형으로 교정지를 뽑습니다. 특히 김소연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이미 거의 완벽하게 파일을 주셨어요. 그러니까 순서나 제목 같은 것도 다 확정되어서 들어온 원고였고요. 그대로 교정지를 출력했죠. 

교정 교열을 보면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판형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 수위 안에서 순서 조정이랄지, 선생님이 의도하신 것이 크게 틀어지지 않게 조정하는 역할을 제가 했고요. 하다 보면 그런 걸 전혀 안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계세요. 반면에 김소연 선생님과 첫 작업이었지만 선생님은 굉장히 유연하게 편집자의 말을 듣고 잘 들어주시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하면 이게 더 좋네요, 말씀해 주신 게 더 좋네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기도 하셨어요. 

불현듯(오은): 이 시집을 읽은 독해 소감 같은 것들을 좀 나눠볼까요? 캘리 님 『촉진하는 마음』 어땠습니까? 

캘리: 우선 각 시마다 굉장히 다른 느낌을 주는 그런 시집이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마음을 도닥여 주는, 따뜻한, 그리고 막 마음이 푸근해지는 시도 있었고요. 또 너무 외롭다, 너무 쓸쓸하다, 이런 느낌을 주는 시도 있었어요. 어쨌든 시집이라는 것, 시라는 것은 독자가 오독할 수 있는 자유가 아주 많은 장르잖아요. 그래서 조금 자유롭게 읽긴 했는데요. 그래도 이 시집이 주는 정서라는 게 굉장히 다채로웠어요. 읽으면서 너무 멋진 시집이라고 생각했어요. 

불현듯(오은): 오해가 가장 잘한 이해라는 말도 있잖아요. 김소연 시인님의 『마음사전』에서 쓰신 표현이기도 한데요. 저는 사실 시집이 나오면 읽는 사람의 눈과 손과 마음, 그리고 뇌가 하는 일이 다 맞는 일 같아요. 아마 그렇게 읽으셨으면 아주 잘 읽으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김소연 시인님이 어떤 특정 시간, 밤이라는 시간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작이 『i에게』라는 시집이었잖아요. 사회적 자아가 대문자 아이(I)라고 한다면 실제 성정을 가진 나는 소문자 아이(i)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소문자 아이가 진짜 나일 수도 있고, 내가 몰랐던 나일 수도 있는 거죠. 밖으로는 밝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진짜 숨겨진 나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잘 튀어나오지 않죠. 사회적 나에 짓눌려 있기 때문에 소문자 아이는 혼자 있을 때, 적요할 때, 그리고 밤일 때 많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따라서 소문자 아이가 튀어나오는 시간, 그리고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록하는 시간으로서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시집에 담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김필균: 역시 시인분께서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까 너무 든든합니다. (웃음) 아까 오해, 이런 말씀해 주셨지만 시집은 같은 제가 읽어도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것 같아요. 『촉진하는 밤』을 처음 읽었을 때는 불현듯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문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 김소연 선생님이 가장 잘하시는 극에 달한 내면에 관한 이야기라고 읽었어요. 또 어느 날에는 이것이 느슨한 연대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이것이 오늘 방송을 하기 전까지 지배적으로 하고 있던 생각이거든요. 

그랬는데 방송을 준비하면서요. 제가 이곳에 30~40분 일찍 와서 무슨 얘기를 하지, 하고 시집을 또 한 번 읽었는데요. 오늘의 제 마음도 여기 그대로 들어있는 거예요. 마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쓰셨지, 싶은 시구가 있었어요. 거짓말처럼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아도 돼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려 노력하다가 다른 진심을 전달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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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 밤
촉진하는 밤
김소연 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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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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