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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인터뷰를 읽고 사람들이 무언가 얻어갔으면" (G. 임수연 기자)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2회) 『창작형 인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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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좋은 영화들을 만나고, 그런 영화감독들을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는, 인터뷰집 『창작형 인간의 하루』를 출간하신 임수연 기자님 나오셨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인터뷰는 대체로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정서경, 정세랑, 정지인, 김보라, 백현진, 이은규, 변승민 등 7인의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는 창작 활동 그 자체를 다룬다. 직업군에 따라 혹은 각자 타고난 성향에 따라 조금씩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일에 필요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걷고, 마사지를 하고, 콘텐츠 소비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의 루틴이 반드시 직접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정해진 루틴을 파괴하며 얻는 착상을 좇는 이도 있다.

하지만 창작은 적확한 인과관계를 거쳐 완성되기보다는 자기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을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일종의 행운처럼 찾아오는 예술적 영감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을 단련하며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포획되기 마련이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씨네21> 임수연 기자님의 인터뷰집 『창작형 인간의 하루』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지금, 가장 사랑받는 크리에이터 일곱 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 『창작형 인간의 하루』에는 화려하고 탁월한 성취 뒤에 있던 창작자들의 일상과 고민과 치열한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일과 일상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창작자가 있는가 하면 일과 여가의 경계를 두지 않는 창작자도 있고요. 협업에 필요한 의사소통 노하우를 솔직하게 들려주는 창작자도 있죠.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원하는 방향을 따라 꿋꿋하게 걸어가는 일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창작형 인간의 하루』를 쓰신 임수연 기자님을 모시시고, 이 멋진 창작자와의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 또 멋진 인터뷰어로서 임수연 기자님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 임수연 편> 

오은: <씨네21>이 주간지잖아요. 그렇다면 한 주 패턴으로 돌아가는 일일 텐데요. 책 이야기에 앞서 기자의 하루, 기자의 업무 루틴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돌아가나요?

임수연: 목요일 밤에 인쇄소로 저희가 만든 잡지 pdf 파일이 넘어가야 해요. 그때까지 저희가 기사를 다 완성해야 되는 거고요. 그러려면 그 주 목요일을 기준으로 한 주 전 월요일에 아이템 회의를 해야 합니다. 다음 주에 마감할 기사들은 어떤 걸로 꾸릴 것인지, 누구를 섭외해야 하는지, 어떤 인터뷰를 채워 넣을 것인지 등을 얘기하고요. 그때부터 섭외에 들어가서 그다음 주 수요일까지 해당 기사를 쓰는 루틴인 거죠. 

오은: 임수연 기자님 프로필을 소개하겠습니다. “<씨네21>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물리교육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MIT 교수였는데(꿈은 크게 갖는 거니까!) 정신 차리고 보니 영화잡지 기자가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더 어렸을 때는 방송기자가 되는 게 꿈이긴 했다. 프레드와 진저, 고전기 할리우드, 스티븐 스필버그를 사랑한다. 취미는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있나 관찰하는 것. 그러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예능, 책, K팝, 웹소설을 다 들여다보게 됐다. 그 덕분에 "너는 그걸 어떻게 다 보고 있냐"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 

드라마, 예능, 책, K팝, 웹소설을 다 아우르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소개를 했는데요. 예능 중에는 어떤 것을 주의 깊게 보시는지가 궁금하네요.

임수연: 원래 다양하게 보는데요. 지금 제 머릿속은 완전히 <나는 솔로>가 지배하고 있어요. (웃음) 다들 비슷한 감상을 내놓는 것 같은데요.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떤 사회 실험,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인류학 보고서 같은 느낌으로 많이들 보시는 것 같아요. 

하나 흥미로운 것은요. 제가 2년 전에 <나는 솔로>를 포함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에 관한 특집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이런 프로그램들을 홍상수 감독 영화에 비유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 분석이 지금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 뿌듯한 건 있습니다. 

오은: 『창작형 인간의 하루』가 어떤 책인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임수연『창작형 인간의 하루』는 제가 영화, 드라마, TV 교양 등 다양한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나서 그들의 작품이 아닌 그들의 창작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한 책이에요. 이 책은 단지 이분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일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나 창작의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 또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일과 일상은 구분하시는 편인지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운 인터뷰집이라고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은: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책에는 인터뷰이 분들이 최근에 만들고 기획하거나 했던 콘텐츠에 연결된 뒷이야기가 부록처럼 담겨 있어요. 그 부분도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콘텐츠 창작에 몸을 담을 예정인 분들, 몸담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의 기획도 궁금했어요. 표지에 이 책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문장이 있잖아요. ‘찰나의 영감이 최고의 콘텐츠가 되기까지 필요한 습관’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기자님이 기획도 아마 참여하셨을 것 같고요. 어떤 ‘창작형 인간’을 섭외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어땠나요? 

임수연: 우선 창작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집이라는 기획은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시긴 했어요. 인터뷰이 라인업은 제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많이 냈고요. 이분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제가 다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평소에 창작 스타일이 궁금했던 분들 위주로 연락을 드렸어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제가 원래 섭외를 잘하는 편이거든요. (웃음) 이분들도 저에 대한 신뢰가 있으셨던 건지 흔쾌히 답을 주셔서요. 너무 감사드릴 뿐입니다.

오은: 서문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하지만 창작은 적확한 인과관계를 거쳐 완성되기보다는 자기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을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일종의 행운처럼 찾아오는 예술적 영감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을 단련하며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포획되기 마련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면서 책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지 엿볼 수 있게 단초를 제공하는 문장 같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인터뷰하기 전에 이미 이런 깨달음들이 다양한 덕질 혹은 그동안의 인터뷰 등을 통해 구축되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임수연: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진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일주일에 인터뷰 한두 개는 꼭 했는데 제가 기자 일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 차가 되어가니까요.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죠. 이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참 감동했던 지점은 어떤 대단한 것을 하겠다는 목표 의식을 갖고 밀어붙인 사람들만이 성공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매일매일 굉장히 소박해 보이고 소소해 보이는 무언가일지라도 반복적으로 꾸준히 훈련하면서 끈질기게 붙잡고 계셨던 분들이 나중에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사실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감동이 저 개인적으로 더 세더라고요. 

그래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 자기만의 무언가를 단련하기 위해서 갖는 습관이라든지, 영감이 오는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 내 자신을 만들어 가는 훈련을 이분들이 어떻게 해 나가는지를 조금 더 집중해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것이 아마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에게도 더 와닿는 지점일 거예요. 

저희는 다 천재가 아니잖아요. 내가 엄청 탁월한 무언가를 타고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매일매일 어떤 작은 습관이라도 반복해 나가면 그게 언젠가 어떤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선례를 본다면 힘이 되는 지점이 확실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다 그런 걸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임수연: 고민하다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었던 책을 고르자는 기준으로 골라봤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에요. 10대 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책을 읽은 후, 제가 다른 사람이 됐어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거든요. 

또 큰 영향을 끼쳤었던 과학 서적을 한 권 고르자면요, 『조지 가모브 물리 열차를 타다』라는 책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책도 10대 때 읽었고요. 이 책에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이 되게 쉽게 나와요. 읽으면서 ‘나 상대성 이론을 아는 것 같아’하는 착각에 빠져서 저의 진로도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웃음) 어쨌건 현대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서 쓴 책이에요. 




창작형 인간의 하루
창작형 인간의 하루
임수연 저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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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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