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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책 잘 소개해주는 괜찮은 사람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차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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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있나요? 없다면 여기요! 책 잘 소개해주는 괜찮은 사람 둘 있어요. (2018.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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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 지혜 님 안녕하세요~


지혜 : 매일 봐도 반갑습니다. 의정 님! 곧 5월입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의정 :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벌써 5월이야? 랄까요. 시간을 가불해서 쓰다 보니 지금이 언젠지 헷갈리는 기분 ㅠㅜ? 지혜 님은 어떠신가요?


지혜 :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났고요. 출산 후 첫 해외여행도 다녀왔어요. 하지만 제겐 여전히 일이 많군요. 4월 말까지는 많이 바쁠 것 같고, 5월도 왠지 일정이 많아 바쁠 것 같고, 놀아야 하는 약속도 많고 그렇습니다. 저보다 바쁜 분들이 훨씬 많을 텐데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소박한’ 육아 살림을 해야 하니, 아......... 언제나 바쁜 느낌입니다.


의정『모모』 에 나오는 회색 인간이 저희 옆에 있나 봐요. 훠이 훠이, 물렀 거라.


지혜 : ㅋㅋ 그래서 5월에 의정 님의 눈에 들어온 책은 무엇입니까?


의정 : 쫓기는 기분을 쫓아내보고자 여유를 주는 책을 골랐습니다. 사루비아 다방을 운영하는 김인 대표의  『차의 기분』 이라는 책입니다.


지혜 : 오.. 의정 님은 차를 즐겨 드시지 않습니까? 차의 기분이라니! 차는 좋겠습니다. 자기 기분도 생각해주고 말입니다. (응? 이게 뭔 말?)


의정 : ㅋㅋㅋㅋ 사실 고백을 하자면 차 애호가는 아니에요. 차를 마시기는 하는데.... 어느 날 지인이 차를 마시는 저를 보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는 차도 마시는 게 아니라 먹는구나?" 차나 커피, 음식을 즐기는 게 아니라 연료를 채워 넣는 것처럼(?)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지혜 : 연료... 음....ㅎㅎ 의정 님을 2년간 보아온 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 보이진 않아요. 맛집 탐방 같은 거 안 하시죠? 식당 줄 서는 거 싫어하실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의정 :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래서  『차의 기분』 을 읽으면 차를 마시는 법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르기도 했어요. 앗, 이러면 또 차를 도구적으로 생각하는 건데... 어렵네요. 지혜 님은 차보다는 커피 파이시죠?


지혜 : 그렇죠! 차를 마시면 좋긴 한데, 커피가 더 맛있어요. 저는 커피를 맛으로 먹습니다. 술은 맛없어서 못 먹어요. 와인은 맛있는 것만 마시고요. 맛집이 유행하기 전에 제 안의 맛집을 싸이월드에 올려놓고 지인들에게 공유했는데요. 유행이 되어버려서 이젠 안 하죠. 그나저나  『차의 기분』 저자님이 유명하신 걸로 들었어요.


의정 : 사루비아 다방이라는 찻집이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분이에요.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자주 들러야 할 곳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몇 번 차를 사 봤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좋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들어 꼭 한 번 가보려고요.


지혜 : 사루비아 다방이라니 이름이 너무 예뻐요. 동네가 어디죠? (자, 잠깐. 저 우선.... 홍차 티백 하나 타 오겠습니다)


의정 : 오, 홍차 타임 ㅎㅎ 그럼 저는 말차를 타오겠습니다. 가게는 삼청동에 있다고 해요. 차를 마시고 지혜 님 책으로 넘어가 볼까요?


지혜 : 음.. 제 책은요. 아주. 예쁜 인디 핑크 커버를 입은 ‘품격 있는 글쓰기 지침서의 고전’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이라는 책입니다. 타이틀이 굉장히 거창한데요. 표지를 심플하게 작업해서 오히려 손이 갔어요. 서문이나 여러모로 번역이 매끄러운 느낌도 있고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볼 책이겠다 생각하고! 픽 했습니다!


의정 : 번역이라고 하시니, 외국 저자가 쓴 책이군요.

 

지혜 : F. L. 루카스. 지금은 돌아가신,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에 정통했던 언어학자이자 극작가, 소설가였던 저자의 책입니다. 1955년 초판 발행, 1970년대 후반 절판되어 전설적인 글쓰기 지침서로 회자되었고, 2012년에 복간된.. 고전 같은 책입니다. 저자에게 이색적인 이력이 있는데요. 루카스는 영국 외무부의 요청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블레츨리 파크의 헛(HUT)-3에서 번역가, 첩보 분석가, 보고서 작성자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때 정확하고 명료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였고, 그것이 글쓰기 강연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교수로 있으면서 1946년부터 1953년까지 실시한 글쓰기 강연을 엮은 책입니다.

 

의정 : 1955년! 놀라운 고전이었네요. 찾아보니 원제는 『Style : The art of Writing Well』 이라고 나옵니다. 제목부터 직관적인 책이네요 ㅎㅎ


지혜 : 맞습니다! 당시의 제목이 <스타일>이었으니 얼마나 앞서간 직관적인 제목입니까? 물론 국내에서는 동명의 유명한 칙릿소설이 있죠. 여튼 당시, 중고서점에서 나왔다 하면 팔렸던 책이라고 합니다.


의정 : 저도 왠지 혹할 만한 책일 것 같군요. 안 그래도 지난 달 <월간 채널예스> 특집이 ‘101가지 글쓰기 방법’이었죠. 특집 덕분에 여러모로 팁을 많이 얻었는데, 이 책에서도 여러 팁이 나올 것 같아요.


지혜 : 제가 사실 보도자료를 잘 안 읽는데요. 이 책은 보도자료만 읽어도 도움 되게 정리를 하셨더라고요. 사실 글쓰기 책이 뻔하디 뻔할 수 있는 책 아닙니까? 그리고 이것은 영미권 책이기 때문에 영문학을 전공하거나 번역가가 아니라면,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해? 싶지만.. 굉장한 팁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명료성, 간결성 같은 기본적인 팁은 빼고요, 의정 님 취향에 맞춰 몇 개 소개해볼게요.

 

# 세련성: 강압적인 어조를 삼가고 허식 없는 태도를 가져라.
# 소박함: 가식 없는 소박함을 지녀라.
# 낙천적 기질: 냉정함을 유지해야 보다 통렬한 효과를 발휘한다.
# 건강과 활력: 구체적이고 생생한 어조가 활력을 만든다.

 

의정 : 강압적인 어조를 삼가고 허식 없는 태도를 가져라...... 마음에 와 닿네요. 또 저의 지인을 불러와서 반성을 해 보자면, 지인이 제 글을 보고 말한 적이 있더랬죠. "네 글에서 운동권 냄새 나." 글이 너무 강압적이었나 봅니다-_-


지혜 : 지인 분이 글을 좀 깊이 보시나 봅니다. 저는 낙천적 기질이 인상적이었어요. 저자의 말처럼, "종이 위에서 화를 표출하는 불편한 심기에서 쓴 글은 독자를 지치게 합니다" 제가 지난주 은유 작가님의 『출판하는 마음』 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글귀가 하나 있는데요.

 

"글은 너무도 깨끗한 거울 같아서 글 쓴 사람의 태도와 생각, 마음의 잡티까지 정직하게 반영한다." - 『출판하는 마음』 , 16쪽

 

지혜 : 저도 막 화 나서 쓸 때가 있는데, 다음 날 보면, 참 읽기 불편하더라고요. 냉정함과 낙천성,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의정 : 글에서 냉정함과 낙천성이 드러나려면 일단 낙천적인 마음을 지녀야 하는데... 흠... 일단 차를 마셔야겠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일이 글을 바꾸는 일보다 어려워요. 홀짝홀짝~


지혜 : 제가 홍차를 진짜 안 마시는데요. 차를 마시게 만드는 대단한 '왜이책'이군요. 말차 맛은 괜찮나요?


의정 : 첫 맛은 달고 뒷 맛이 텁텁합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커피를 먹고, 차는 마시기 힘들더라고요. 마음이 준비가 안 된 느낌? (늘 차를 '먹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차의 기분』 에서 저자가 차를 마시는 이유를 말하는 부분이 와닿았어요.

 

차를 우려 마시는 형식이 꼭 다도에 이를 필요는 없다. 내게도 차를 우려 마시는 형식 혹은 격식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배려를 위한 시간, 그 자투리 시간을 벌기 위한 고의적인 제스처에 가깝다. - 50쪽

 

의정 : 마음이 준비가 돼서 마시는 게 아니라, 마시면서 마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하나 배워갑니다.그리고 자투리 시간은 늘 불시에 울려오는 메일 알람에 잘려 나가곤 하죠. 흑흑. 저는 점심 시간 전의 15분, 점심 시간 후의 15분 자투리 시간이 좋아요. 일이 손에 잘 안 잡힐 때, 미미한 일을 미미하게 처리하는 시간이랄까요. 지혜 님의 자투리 시간은 언제인가요?


지혜 : 출근하는 동안의 망상 외근 길 혼자 걸을 때 회사 복귀하는 시간의 망상. 이후에는 거의 아이와 함께 있으니까요. 가정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오늘 딴 길로 많이 새는 군욤! 저희 대화를 보고서 루카스는 어떤 말을 할 지 궁금하네요.


의정 : 음,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시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다른 글쓰기 팁은 마음에 새겼으니 노여워하지 마시길요! 루카스 경.


지혜 : 저희 독자 분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고른 책이기도 한데요. 살짝 팁을 더 알려 드릴게요.

 

길게 생각하고 빠르게 작업하라
가장 빨리 쓴 글이 최상일 수 있다.
수정은 냉정하게, 마치 적을 보듯이 하라
수정을 언제 멈출지 아는 것 역시 중하다
너무 늦게까지 글쓰기를 미루지 말라.
다시 쓰는 것보다 수정이 낫다.

 

의정 : '왜 이 책'에서 이렇게 꿀팁을 얻어갑니다 주섬주섬. 꿀이라고 하니, 저번 겨울은 꿀차를 타서 추위를 견딘 생각이 나네요. 단 맛을 벗어나지 못한 걸 보니 역시나 차애호가의 길은 멀었습니다.


지혜『차의 기분』 은 차애호가들이 반겨 할 책이었을 것 같은데요. 독자 분들의 리뷰는 어떻던가요?


의정 : 역시나 호평이 많았습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평도 있었고요. '마음이 편해지는 책' '차분해집니다' 이런 평도 있었어요. 제가 평을 남기자면... '먹는 차에서 마시는 차로,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내는 시간'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지혜 : 와.우!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내는 시간. 이거 띠지 문구로 해야겠는 걸요? 요즘 팟캐스트 <삼천포책방> 하시면서 카피 감각이 느신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의정 님이 뽑아내는 멘트에 종종 놀라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런 글 좋아합니다. 운동권? 말고요. ㅎㅎ


의정 : ㅋㅋㅋㅋ 강압적인 마음을 빼고 낙천적인 마음으로! (느낌표를 넣으니 또 선동 문구가 되었는걸요) 찬찬히 해보겠습니다.


지혜 : 네. 느낌표는 너무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너 느껴라~~~~!!!!!!! 근데 제가 요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여자>를 본방 사수 하고 있거든요? <책 잘 사주는 예쁜 여자>로.. 코너 만들어 보면 어때요? 저는 '예쁜' 때문에 안 될 것 같아요.


의정 : 음, 어음, 흠, 저도 '예쁜'과 '잘' 모두 걸려서 안되지 않을까요. 손예진 배우에게 미안한 코너가 될 것 같아 저는 발을 빼렵니다. ^^;


지혜 : 사실 밥이든 뭐든 예쁘면 되는 거 아닌가… 만고진리의 법칙은 예쁨인가… 하긴 손예진 역할은 예쁘고 매력도 있지요. (취소 취소!) 그나저나. 제가 홍차를 한 잔 이상 안 마시는 편인데, 『차의 기분』  덕분인지 두 잔 마셨네요. 시간을 내서 마시진 못하고 자투리 시간에 마신 거지만요.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내가 즐거우면 장땡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 아, 진짜 괜찮은 책인데! 으악~~~ 아쉬워!’ 이런 마음도 들고요.


의정 : 구렁이 담 넘어가듯 차 얘기만 했죠? 후후. 오늘은 제 기분에 말려드신 겁니다. 곧 점심 시간이니 알차게 마지막으로 한 문장씩 소개해 볼까요?


지혜 : 네, 먼저 하시죠. 클로징은 제 몫입니다! 오늘은...ㅠ.ㅜ

 

번번이 제가 차를 선물했던 이유는, 제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이, 차여서 그랬습니다. (중략) 그것이 차인 줄은 알아도 마실 줄은 모르는 여러분에게 그동안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던가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찻주전자와 찻잔도 함께 선물하려고요. 말씀드렸듯 제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이, 차이기 때문입니다. - 191쪽

 

지혜 : 저는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중에 하나를 골라보았습니다.

 

이 책이 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의 전유물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이 책은 독자를 즐겁게 하거나 설득시키고자 하는 모든 작가, 좋은 글을 더 즐기고자 하는 모든 독자를 위한 선물이다.”

- 브루스 프레이저 경 (어니스트 가워스의 『솔직담백한 글쓰기The Complete Plain Words』의 편집자)

 

지혜 : 자~ 『월간 채널예스』 독자들을 위한 선물입니다.


의정 : 6월에도 좋은 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지혜 : 책 잘 소개해주는 괜찮은 사람이 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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