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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살아남은 사람들’의 ‘말해지지 않은 말’

『웅크린 말들』 『IMF 키즈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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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기자, 그리고 전직 기자의 책을 골랐습니다. 독자 분들께 꼭 소개하고 싶은 두 권의 책은 『웅크린 말들』 과 『IMF 키즈의 생애』 입니다. (2018.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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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 안녕하세요! 지혜 님~


지혜 : 오늘도 역시 변함없이 가장 바쁜 날, '왜 이 책'을 하는군요ㅋ


의정 : ‘왜 이 책’이 바쁨을 불러오는 걸까요? 바쁨이 ‘왜 이 책’을 불러오는 걸까요? 어쨌든 둘이 한꺼번에 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_ㅠ 지혜 님은 특히 바빠 보입니다. 공기부터 바쁜 기운이 느껴져요.


지혜 : 저요? 그래도 오늘은 무난합니다. 며칠 동안 감기 눈 시림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그나마 오늘 컨디션이 가장 나아요. 의정 님은 요즘 컨디션이 어떠세요?

 

의정 : 새해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지 작년 연말보다는 괜찮네요? 아무래도 끝보다는 시작이 체질에 맞나 봐요. 하지만 미세먼지 으으... 목과 눈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단체로 재난 문자가 오는데, 세기말도 아닌데 세기말인 기분이었어요.


지혜 : 미세먼지 정말 최악이죠. 저는 건강을 크게 염려하는 편이 아니라서 황사 마스크를 안 쓰고 살았는데요. 오늘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ㅠ.ㅜ 그나저나 오늘 혹시 건강 관련 책을 고르셨나요?


의정 : 사회적인 건강에 관련된 책이죠. 건강한 사회에 건강한 개인이 깃들고 그렇게 보면 다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앗하하하.... 무리한 농담이었습니다. 급사과-_-; 여튼 건강 책은 아닙니다. 지혜 님은요?

 

지혜 : 오호 사회적인 건강! 정말 중요하죠.. 그러고 보니, 제가 고른 책과도 비슷한 결이 느껴집니다. 저는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멋진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한 편집자 분이 ‘2017년 올해의 책’으로 꼽은 책이기도 한데요. 편집자 분들이 이 책을 나오길 기다렸다가 서둘러 구매했다는 소문이 자자한 책. 바로바로... <한겨레> 이문영 기자가 쓴 『웅크린 말들』 입니다.


의정 : 엄머~ 저도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추천하는 말이 자자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추천의 말만 듣고 실제로 펴보지는 못했습니다. 지혜 님이 소개해주면 확신이 생길 것도 같은데요?!


지혜 : 프랑소와 엄 말투로 한 번 해볼까요? "책이 뭐 이래~ 실망이야! 흥미 없어!"라는 말을 절대 할 수 없는 책이에요. 사실 제가 2주 전에 웹진 <채널예스> '혼자 읽기 아까운 책'에도 짧게 소개한 책이라서요. 또 소개해도 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좀 길게, 대놓고 추천해야 하는 책이라서 용기를 갖고 골랐어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말, 언어에 관심을 두게 마련이잖아요. 사 놓고 오래오래 두고두고 봐도 좋을 책이에요. 소설가 분들도 읽으면 좋을 책일 것 같고요. 정치인, 사회운동가, 목사님, 대학생 이런 분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어요.


의정 : 제목이 웅크린 말들』 이니 말에 관한 책일 것 같습니다만... 이를테면 어떤 언어를 다루는 책인가요?


지혜 :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사전”이 책의 부제인데요. 석탄, 시멘트, 표준국어대사전, 밀, 섬, 세월, 알v바 등 현장에서 채집한 생생한 단어들을 화두로 써내려 갈 책입니다.

 

“두 세계를 구성하는 두 언어가 있다. 언어는 거울이면서 거짓이다. 삶을 비추기도 하지만, 삶을 비틀기도 한다. 삶과 조응하기도 하지만, 삶을 조롱하기도 한다. 한(韓)국어가 언어의 표준을 자임할 때, 표준에서 배제된 언어는 한(恨)국어가 된다. 한(韓)국이 국민의 표준을 지정할 때, 표준에 끼지 못한 사람은 한(恨)국에 산다.”(7쪽)


지혜 : 이 글귀로 책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정 : 뜬금없지만 저는 즐거울 락(樂)과 음악의 록(Rock)을 같이 쓰는 행사를 싫어해요. 동음이의어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게으른 표현이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한국의 한(恨)이라니, 어쩐지 저릿한 마음이 듭니다.


지혜 : 슬프고 먹먹한 책이기도 하지만요. 어떠한 의지도 생기는 책이었어요. 의정 님의 책도 슬슬 소개해주시겠어요?

 

의정 : 제 책은 『IMF 키즈의 생애』 입니다. 1997년 IMIF 당시 10대의 나이였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인데요, 제목을 보고 홀린듯이 고르게 됐어요. 저도 비슷한 나이대여서 그랬나 봐요.


지혜 : 저도 은행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다행히 부모님이 사업을 안 하셔서 큰 타격은 없었지만요.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때였죠. 물론 MB 제외요~ 그나저나, 딱 의정 님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만한 책이네요. 제목이 굉장히 임팩트가 있어요. 출판사 이름과 부합하네요!


의정 : 역시! 코난북스에서 나왔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같이 내는 출판사이기도 하죠. 제 취향의 책이 많아서, 눈여겨보는 출판사입니다.


지혜 : 코난! 뭔가 의정 님과 잘 어울리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의정 : 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저자는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자가 'IMF 키즈'의 나이대이기도 하고, 여러 사회적인 이슈를 다뤘던 경력이 있어서 개인을 다루면서도 사회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난 것 같아요. 사실 팟캐스트에도 게스트로 초청하고 싶었던 저자였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모시지는 못했습니다.


지혜 : 잇…! 혹시 <예스책방 책읽아웃>?


의정 : 정~답! 요새 가장 핫한 책 관련 팟캐스트죠! 저희끼리 장구 치고 북 치고 있는 것 같지만-_-;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모시고 싶습니다 저자님.


지혜 : (보고 계신가요? 안은별 저자님? 저도 궁금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 저희가 고른 책이 모두 전 기자 & 현 기자님의 책들이군요. 안은별 저자님의 책은 혹시 매체에 연재했던 글인가요? 인터뷰라면요~


의정 : 엇,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제가 기자 출신의 저자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어요. 비슷한 주제로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연재로 발표한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 주로 트위터에서 인터뷰이를 섭외했는데, 그래서인지 저자 스스로 인터뷰이가 편중되었음을 서문에서 밝히기도 했어요. 그것과 상관없이 시사점이 많은 책이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지혜 :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요?


의정 : 아무래도 'IMF 키즈'가 1순위입니다. 다른 세대도 물론 공감할 내용이 많지만, 인터뷰이와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흠흠, 제 책 이야기가 좀 길었죠? 웅크린 말들』 은 어떤가요? 연재했던 내용이 묶인 건가요?


지혜 : 네 연재했던 내용을 토대로 하지만, 새로 쓴 글도 있어요, <한겨레21>에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연재했던 칼럼 제목은 "이문영의 한(恨)국어사전"입니다~ 저자 프로필이 인상적인데요. 이렇게 나와요~


“~ 국제엠네스티언론상을 받았다. 부끄러운 것이 많다.”


의정 : "부끄러운 것이 많다" 아... 짧은 문장인데 이렇게 다가오다니요. 이 문장만으로도 읽어보고 싶네요. 책 정보를 보니, 사진도 들어가 있네요?


지혜 : 김흥구 작가님이 찍으셨어요. 흑백 사진들이 실렸는데요. 작가님은 현재 제주 4ㆍ3 사건을 배경으로 한 ‘트멍’ 작업으로 떠난 이와 남은 이 사이의 빈 공간을 담담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고 하세요.
의정 : 디자인은 어떤가요?


지혜 : 웅크린 말들』 이라는 제목에도 반했지만, 책을 딱 잡았을 때 느낌도 좋아요. 사전 모양을콘셉트로 만드신 것 같은데요. '일상의 실천'이란 곳에서 디자인을 맡으셨어요. 꽤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탁월한 협업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보다 더 나은 디자인이 상상이 안 돼요. 정말로요.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워낙 책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요.

 

의정 : 디자인과 글과 내용과... 빠질 데가 없는 책이라는 말씀이시죠? 오늘의 추천으로 저는 넘어갔습니다 ㅋㅋㅋ IMF 키즈의 생애』 표지에는 한 문장이 부제로 붙어있는데요, 이 문장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오로지 출구 하나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의정 : 문장에서 뭔가 느껴지신다면, 책을 읽어보시길요.


지혜 : ‘오로지’와 ‘되었습니다’에 방점을 찍게 되네요. 무조건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요. 저자가 가장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의정 : 항상 제가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책보다 재미없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시도해 보겠습니다. 저자는 IMF에서 '온 국민이 힘을 합해 위기를 이겨냈다'는 서사보다, IMF 사태 전까지 한국을 이끌어왔던 시스템이 그 시기를 토대로 어떻게 변했는지 '청년'의 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말인즉슨! IMF, 키즈, 생애. 딱 세 가지 키워드라는 말씀입죠.


지혜 : 오늘 두 권의 책은 재미보다는 ‘의미’를 먼저 봐야 하는 책인 것 같아요. 아, 그런데 말이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 기사를 어떻게 완성하는 지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은근 있더라고요!


의정 : 영업 비밀인데 알려줘도 되는 걸까요? 물론 됩니다. 다 알려주고 다닙니다! ㅋㅋㅋ 저희는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이 기사를 만든답니다.


지혜 : 부연 설명을 한다면, 실제로 네이트온 메신저로 약 1시간의 대화를 한 후,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아주 약간의 교정만 본 후) 기사로 올립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약 2시간 안에 완성되는 가내수공업 기사죠! 언젠가 AI로도 만들 수 있는 그런 코너죠. ㅋ


의정 : 하지만 AI보다, 저희가 소개하는 게 더 맛깔 날 겁니다. 아마도...?


지혜 : 부디 그러길 바라며, 의정 님 오늘 생각이 많으신 듯합니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거 맞지염?ㅋㅋ (이런 딴소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ㅋ)


의정 : 제가요? 생각이요? 저야 늘 생각이 많죠. 오늘 저녁은 뭘 먹을 것인가, 내일 점심은 뭘 먹을 것인가, 집에 가서 얼마나 놀 수 있을 것인가......(이런 생각은 인간만 할 수 있죠 222)


지혜 : ㅋㅋㅋㅋ 그렇군요. 『웅크린 말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책 후반부에 권성우 문학평론가의 긴 추천사가 실렸습니다. 그 글을 읽고는, ‘아 이런 서평은 평생 못 쓰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 구입이 망설여지신다면요.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네이버 블로그에 실린 추천사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이 '왜 너는 이 책?'에 소개하기는 살짝 무거운, 어려운 책일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한 것은 2010년대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말해지지 않는 말"이 참 많은데요. 그건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듣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단속사회』를 쓰신 엄기호 선생님의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걸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걸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거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게 ‘고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을 느끼면 소리를 지른다든가 침묵한다. 고통은 소리, 침묵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지 말로 전달될 수 없는 거다.”

 

의정 :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해지지 않는 말’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지혜 님 말씀을 듣다 보니 IMF 키즈의 생애』 에서 인상깊었던 내용이 생각나는데요. 인터뷰이들은 의아할 정도로 대부분 경제위기에서 무사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환차익으로 이득을 본 경우도 있었어요. 저자는 인터뷰이로 소개 받을 수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IMF 시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자기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여력이 있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은, 나날이 더욱 더 말하기 어려워지는 면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구절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네요. 


살아온 것과 살아온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자신만의 삶의 전기를 써내려갈 자원”은 곧 “자율적 선택의 폭”이며, 이 선택의 폭이 적은 이들이야말로 ‘IMF 이후’라는 ‘구조’의 영향을 뚜렷하게 몸에 새긴 사람들일 것이다. ? 18쪽


지혜 : 권성우 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이렇게 평가했어요. "2017년 판 '난쏘공'이다.”


의정 : ‘난쏘공’만큼 유명한 책이 되길 바랍니다. '왜 이 책'이 가벼운 책을 주로 다루긴 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어도 좋을 만한 책도 소개해 드리니까요. 주저하지 마시고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혜 : 올해도 의정 님의 단정한 멘트는 이어지는군요! 그나저나, 우리 부디 다음 달에는 여유롭게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사무실 말고 카페에서 하면 어때요? 저는 공간이 이야기를 바꾼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ㅎㅎ 또한 ‘웅크린 말’을 알아채는 2018년을 꿈꿉니다.


의정 : 제가 열심히 타자를 칠 동안 지혜 님은 갔습니다. 지혜 님은 갔지만 나는 아직 지혜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다음달에는 제 느린 타자도 허용되는 여유 있는 주간이 되길 바랍니다 흑흑.


지혜 : ㅋㅋ~ 의정 님 힘내세요! 마감 잘하시고요. 그럼 한 달 뒤 만나요~ 뿅!


의정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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