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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읽는인간] 뮤지션 요조가 말하는 '나의 쓸모'(G.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책을 쓸 때, 제대로 못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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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자꾸 눈이 가지만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합니다. 요조 형은 특별합니다. 행동이나 생각, 목소리가 진짜 쿨합니다. 요조 형은 글도 잘 씁니다. 음악도 하고요. 꽤 괜찮은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요조 형이 되고 싶습니다. (2018. 02. 14)

[채널예스] 인터뷰.jpg

 

 

때때로 우리는 시간을 도둑맞은 듯 억울해하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 두려워하고, 보낸 시간이 열정적이지 못해 후회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사는 동안에도 가끔씩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이런 시간들이 꽤 많았음을, 이런 시간들로 인해 우리의 지난날이 그래도 헛되지 않았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긍정하자면 말이다.

 

황선미 작가의 에세이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에서 만난 문장이에요. 새해라고 인사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달력을 벌써 한 장 넘겼잖아요. 그러면서 문득 ‘뭐했지?’ 생각한 거죠. 막 우울해지려는데, 작가의 이 말이 크게 다가왔어요. 시간은 매정하고, 훌쩍 가버리지만 가끔씩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 지난 날이 헛되지 않았던 거다. 맞는 말이에요. 여러분, 오늘 좋아하는 일을 하나 해볼까요?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터뷰- 요조 편>

 

김동영 : 진짜 모시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게스트 요조 씨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조 : 안녕하세요.


김동영 : 소개해드릴게요. 독서가. ‘책방무사’의 책방주인. 작가. 영화감독. 영화배우. 프로방송인. 경쟁 팟캐스트 진행자. 페미니스트. 트잉여. 무엇보다 뮤지션. 그런데 트잉여가 뭐예요?
요조: 트잉여를 모르세요? 아, 안 되겠네.(웃음) 트위터에서 잉여롭게 자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김동영 : 이번에 나온 책,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을 읽고 정말 좋았어요. 제목도 좋죠. 이 책 어떻게 내게 됐어요?

 

요조 : 난다 출판사의 대표님이기도 한 김민정 시인이 ‘읽어본다’ 시리즈를 기획할 때 매일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편하게 일기처럼 책 서평을 쓰는 책들을 생각하셨대요. 틀에 잡힌 느낌이 아닌 서평을요. 그 레이더에 제가 포착이 된 거죠. 책방을 하니까 저도 어쩔 수 없이 매일 책을 만지고, 그 책을 SNS에 짤막하게 리뷰도 올리는데요. 그래서 제가 적임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로서도 솔직히 별로 고민을 안 하고 수락했어요. 어차피 제주도에서 맨날 하는 일이니까, 생각했어요.


김동영 : 책을 읽는데 느낌이, 책방에 왠지 화목난로가 있을 것 같고요. 그 앞에서 읽는 느낌이었어요. 되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요조 : 석유난로 있어요.(웃음) 조심하고 있어요.


김동영 : 1월부터 6월까지 매일 독서일기를 썼고요. 7월부터 12월까지 읽은 목록이 있잖아요. 그 목록에 예스24에서 만드는 잡지 <월간 채널예스>가 있어요.


요조 : 저는 항상 주문해서 봐요.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요. 인터뷰 보는 재미도 있고 해서요.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는 예스24에서 주문하는데요. 포인트로 살 수 있으니까 항상 <월간 채널예스>를 보고 있습니다.


김동: 그런데 정말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요?


요조 : 일단 결정적으로 제가 독서 팟캐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에서 한 달에 네 권을 읽어야 하고요. 또 책방에서 책을 팔기 위해서도 읽고 소개해야 하는 강제가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김동영 : 힘들지 않아요?


요조 : 힘들죠. 특히 팟캐스트 경우, 생선 작가님도 그렇겠지만 각자의 독서 취향이 있잖아요. 정말로 안 보는 영역이 있는데요. 전혀 제 분야가 아닌 책도 읽어야 해서 소화가 힘들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여유가 없어지고요. 책을 쓸 때 특히 그랬어요. 제대로 못 놀았어요.


김동영 : 시집을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필립 라킨 시전집』 부분이 좋았어요.


요조 : 외국 시는 거의 직관에 의존해서 읽게 돼요. 외국의 언어인데다 그 언어를 시로 만들어놓은 거니까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요. 정말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읽어요.


김동영 : 이렇게 구분하긴 좀 그렇지만 요조 씨가 좋아하는 외국 시인 한 명, 국내 시인 한 명씩 말씀해주세요.


요조 : 외국 시는 아무래도 확실히 손이 잘 안 가고요. 책에도 썼는데 가장 손이 많이 간 시집은 김민정 시인의 시집이에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너무 컸어요. 부적처럼 들고 다니는 책이었어요.


김동영 : 그 시집 제목이랑 요조 씨의 노래 ‘나의 쓸모’가.


요조 : 그러니까요. 어떤 정답을 발견한 것 같고 그랬어요. 저는 나의 쓸모가 뭘까를 고민하고 살았는데요. 너의 쓸모는 계속 아름답게 살고, 계속 쓸모없게 사는 것이라는 가이드를 받은 것 같은 거예요.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이 정말 무용한 일인데 ‘그래, 너는 계속 그렇게 무용하게, 아름다워지렴’이라고 위로를 받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집을 많이 펼쳐봤다기보다는 그냥 그 책 자체를 매일 들고 다니면서 제목 한 번 읽고 그랬어요.


김동영 : 책을 보면 요조 씨가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딱 나타나더라고요. 저는 시집을 녹여 먹는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사탕을 깨물어 먹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언젠가부터 끝까지 얇게 녹여 먹으면 진짜 맛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시도 정말 이해를 못하지만 단어를 하나씩 녹여 먹는 느낌으로 봐요.


요조 : 좋네요. 저도 아무래도 노래를 만들기 위한 영감에 목말라하고요. 그 영감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 중 하나가 시집을 읽는 일이에요. 정말 단어 하나가 될 수도 있겠고, 시를 읽다가 떠오른 상념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뭐가 됐든 제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것을 열심히 찾으려고 보는 책이 시집일 때가 많아요.


김동영 : 비법을 하나 알려줄까요? 명확한 글을 쓰는 방법인데요. 설명서를 읽어보세요. 그토록 복잡한 걸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 없어요.


요조 : 설명서를 본 적은 없지만(웃음)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는 알 것 같아요. 예전에 저희 팟캐스트에 김제동 씨가 나오셨는데요. 헌법을 읽는다고, 헌법이 정말 잘 쓴 글이고 정말 아름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김동영 : ‘김동영의 읽는인간’ 고정질문이 있어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최근에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요조 : 너무 많아요. 얼마 전에 알게 된 단어인데요. 적독(積讀)이라고 있어요. 쌓아두는 독서죠. 저는 진짜 완전 적독가예요.(웃음) 쌓아둔 책은 너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읽어야 하는데, 하고 못 읽는 책이 유진목 시인의 『디스옥타비아』 라는 책이에요. 진짜 나오자마자 들여놓고 계속 곁에는 두고 있는데요. 펼치지는 못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밀레니엄 시리즈’도 정말 읽고 싶은데 펼치지도 못하고 있고요.


김동영 : 다음 질문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 자기 책 빼고요.(웃음)


요조 : 엇! 그러면 너무 힘든 질문인데요. 저는 『어린왕자』 선물할래요. 저한테는 이 책을 이기는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은 해외여행 하면 그 나라의 『어린왕자』 를 사다 줘요. 정말 좋아요. 읽지도 못하지만 알고 있는 내용의 활자들을 보는 게 좋아요.


김동영 : 책방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먹고는 삽니까?


요조 :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대답 하는 게 너무 조심스러워요. 저는 항상 그래도, 그나마 좋은 사정에 속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그나마 조금 알려져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다른 일도 하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지만 그걸 얘기하는 게 경솔해 보일까봐 조심스러워요. 그렇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쉽지 않다는 거예요. 어렵다는 점이고요. 그건 정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김동영 : 낭독을 부탁드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요조 씨 목소리가 차분해요. 말랑말랑한데 힘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부분,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독서 일기 읽어주세요.

 

배부르고 얄팍한 고민에 빠져 또 으스대고 있구나 스스로 깨닫게 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본다.


평생을 제주를 담아내는 데 헌신하고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일을 사랑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집이자 에세이.


제주에 결국에 살게 된 것도 결국 시작은 이 책 때문이다.


제주에 아직 가보기 전 이 책을 알았고, 정말 제주에 가면 그가 이토록 근사하게 담아낸 자연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싶어 갔던 것이 나의 첫번째 제주행이었다. 그뒤로 몇 년을 제주에 갈 때마다 출석 도장을 찍듯이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다.

 

제주 여기저기를 다니며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해보다가 지금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내 카메라가 고가가 아니기도 했지만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져도 절경을 사진 속으로 제대로 옮겨오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주도에 내려와서 금방 깨달았다.


그 일을 위해서 어떤 사진가는 자기 인생을 다 써버리고 아파 죽었다.
어떻게 자기 인생을 하나에 다 쓰지.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28-29쪽,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독서일기)

 

동영 : 요조 씨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기다립니다. 알기로는 몇몇 출판사와 얘기가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요조 : 올해 초에 책이 나올 것 같아요.


김동영 : 올해 초는 너무 하잖아요! 몇 월이에요, 형님?(웃음)


요조 : 봄이요. 책방 하면서 쓴 글들이에요.


김동영 : 요조 작가님 오랫동안 알았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한 적이 없어요. 제 꿈이었어요. 인정 받고 싶었어요. 어때요, 저 많이 큰 것 같아요?


요조 : 저희 팟캐스트에 나와주셨을 때도 느낀 점인데요. 이건 타고났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생선의 매력이 있거든요. 말을 막 하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이에요. 저는 그런 매력을 갖고 있지 못해서 말 한 마디 할 때도 주저하고 조심하는 편인데요. 거침없이 막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이에요.


김동영 :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조 :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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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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