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김동영의 읽는인간] 뮤지션 요조가 말하는 '나의 쓸모'(G.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책을 쓸 때, 제대로 못 놀았어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얼굴에 자꾸 눈이 가지만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합니다. 요조 형은 특별합니다. 행동이나 생각, 목소리가 진짜 쿨합니다. 요조 형은 글도 잘 씁니다. 음악도 하고요. 꽤 괜찮은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만약 여자로 태어난다면 요조 형이 되고 싶습니다. (2018. 02. 14)

[채널예스] 인터뷰.jpg

 

 

때때로 우리는 시간을 도둑맞은 듯 억울해하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 두려워하고, 보낸 시간이 열정적이지 못해 후회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사는 동안에도 가끔씩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이런 시간들이 꽤 많았음을, 이런 시간들로 인해 우리의 지난날이 그래도 헛되지 않았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긍정하자면 말이다.

 

황선미 작가의 에세이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에서 만난 문장이에요. 새해라고 인사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달력을 벌써 한 장 넘겼잖아요. 그러면서 문득 ‘뭐했지?’ 생각한 거죠. 막 우울해지려는데, 작가의 이 말이 크게 다가왔어요. 시간은 매정하고, 훌쩍 가버리지만 가끔씩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 지난 날이 헛되지 않았던 거다. 맞는 말이에요. 여러분, 오늘 좋아하는 일을 하나 해볼까요?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터뷰- 요조 편>

 

김동영 : 진짜 모시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게스트 요조 씨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조 : 안녕하세요.


김동영 : 소개해드릴게요. 독서가. ‘책방무사’의 책방주인. 작가. 영화감독. 영화배우. 프로방송인. 경쟁 팟캐스트 진행자. 페미니스트. 트잉여. 무엇보다 뮤지션. 그런데 트잉여가 뭐예요?
요조: 트잉여를 모르세요? 아, 안 되겠네.(웃음) 트위터에서 잉여롭게 자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김동영 : 이번에 나온 책,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을 읽고 정말 좋았어요. 제목도 좋죠. 이 책 어떻게 내게 됐어요?

 

요조 : 난다 출판사의 대표님이기도 한 김민정 시인이 ‘읽어본다’ 시리즈를 기획할 때 매일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편하게 일기처럼 책 서평을 쓰는 책들을 생각하셨대요. 틀에 잡힌 느낌이 아닌 서평을요. 그 레이더에 제가 포착이 된 거죠. 책방을 하니까 저도 어쩔 수 없이 매일 책을 만지고, 그 책을 SNS에 짤막하게 리뷰도 올리는데요. 그래서 제가 적임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로서도 솔직히 별로 고민을 안 하고 수락했어요. 어차피 제주도에서 맨날 하는 일이니까, 생각했어요.


김동영 : 책을 읽는데 느낌이, 책방에 왠지 화목난로가 있을 것 같고요. 그 앞에서 읽는 느낌이었어요. 되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요조 : 석유난로 있어요.(웃음) 조심하고 있어요.


김동영 : 1월부터 6월까지 매일 독서일기를 썼고요. 7월부터 12월까지 읽은 목록이 있잖아요. 그 목록에 예스24에서 만드는 잡지 <월간 채널예스>가 있어요.


요조 : 저는 항상 주문해서 봐요.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요. 인터뷰 보는 재미도 있고 해서요.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는 예스24에서 주문하는데요. 포인트로 살 수 있으니까 항상 <월간 채널예스>를 보고 있습니다.


김동: 그런데 정말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요?


요조 : 일단 결정적으로 제가 독서 팟캐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책, 이게 뭐라고>라는 팟캐스트에서 한 달에 네 권을 읽어야 하고요. 또 책방에서 책을 팔기 위해서도 읽고 소개해야 하는 강제가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김동영 : 힘들지 않아요?


요조 : 힘들죠. 특히 팟캐스트 경우, 생선 작가님도 그렇겠지만 각자의 독서 취향이 있잖아요. 정말로 안 보는 영역이 있는데요. 전혀 제 분야가 아닌 책도 읽어야 해서 소화가 힘들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여유가 없어지고요. 책을 쓸 때 특히 그랬어요. 제대로 못 놀았어요.


김동영 : 시집을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필립 라킨 시전집』 부분이 좋았어요.


요조 : 외국 시는 거의 직관에 의존해서 읽게 돼요. 외국의 언어인데다 그 언어를 시로 만들어놓은 거니까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요. 정말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읽어요.


김동영 : 이렇게 구분하긴 좀 그렇지만 요조 씨가 좋아하는 외국 시인 한 명, 국내 시인 한 명씩 말씀해주세요.


요조 : 외국 시는 아무래도 확실히 손이 잘 안 가고요. 책에도 썼는데 가장 손이 많이 간 시집은 김민정 시인의 시집이에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너무 컸어요. 부적처럼 들고 다니는 책이었어요.


김동영 : 그 시집 제목이랑 요조 씨의 노래 ‘나의 쓸모’가.


요조 : 그러니까요. 어떤 정답을 발견한 것 같고 그랬어요. 저는 나의 쓸모가 뭘까를 고민하고 살았는데요. 너의 쓸모는 계속 아름답게 살고, 계속 쓸모없게 사는 것이라는 가이드를 받은 것 같은 거예요.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이 정말 무용한 일인데 ‘그래, 너는 계속 그렇게 무용하게, 아름다워지렴’이라고 위로를 받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집을 많이 펼쳐봤다기보다는 그냥 그 책 자체를 매일 들고 다니면서 제목 한 번 읽고 그랬어요.


김동영 : 책을 보면 요조 씨가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딱 나타나더라고요. 저는 시집을 녹여 먹는다고 해야 할까요? 원래 사탕을 깨물어 먹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언젠가부터 끝까지 얇게 녹여 먹으면 진짜 맛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시도 정말 이해를 못하지만 단어를 하나씩 녹여 먹는 느낌으로 봐요.


요조 : 좋네요. 저도 아무래도 노래를 만들기 위한 영감에 목말라하고요. 그 영감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 중 하나가 시집을 읽는 일이에요. 정말 단어 하나가 될 수도 있겠고, 시를 읽다가 떠오른 상념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뭐가 됐든 제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것을 열심히 찾으려고 보는 책이 시집일 때가 많아요.


김동영 : 비법을 하나 알려줄까요? 명확한 글을 쓰는 방법인데요. 설명서를 읽어보세요. 그토록 복잡한 걸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 없어요.


요조 : 설명서를 본 적은 없지만(웃음)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는 알 것 같아요. 예전에 저희 팟캐스트에 김제동 씨가 나오셨는데요. 헌법을 읽는다고, 헌법이 정말 잘 쓴 글이고 정말 아름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김동영 : ‘김동영의 읽는인간’ 고정질문이 있어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최근에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요조 : 너무 많아요. 얼마 전에 알게 된 단어인데요. 적독(積讀)이라고 있어요. 쌓아두는 독서죠. 저는 진짜 완전 적독가예요.(웃음) 쌓아둔 책은 너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읽어야 하는데, 하고 못 읽는 책이 유진목 시인의 『디스옥타비아』 라는 책이에요. 진짜 나오자마자 들여놓고 계속 곁에는 두고 있는데요. 펼치지는 못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밀레니엄 시리즈’도 정말 읽고 싶은데 펼치지도 못하고 있고요.


김동영 : 다음 질문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 자기 책 빼고요.(웃음)


요조 : 엇! 그러면 너무 힘든 질문인데요. 저는 『어린왕자』 선물할래요. 저한테는 이 책을 이기는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은 해외여행 하면 그 나라의 『어린왕자』 를 사다 줘요. 정말 좋아요. 읽지도 못하지만 알고 있는 내용의 활자들을 보는 게 좋아요.


김동영 : 책방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먹고는 삽니까?


요조 :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대답 하는 게 너무 조심스러워요. 저는 항상 그래도, 그나마 좋은 사정에 속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그나마 조금 알려져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다른 일도 하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지만 그걸 얘기하는 게 경솔해 보일까봐 조심스러워요. 그렇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쉽지 않다는 거예요. 어렵다는 점이고요. 그건 정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김동영 : 낭독을 부탁드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요조 씨 목소리가 차분해요. 말랑말랑한데 힘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부분,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독서 일기 읽어주세요.

 

배부르고 얄팍한 고민에 빠져 또 으스대고 있구나 스스로 깨닫게 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본다.


평생을 제주를 담아내는 데 헌신하고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일을 사랑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집이자 에세이.


제주에 결국에 살게 된 것도 결국 시작은 이 책 때문이다.


제주에 아직 가보기 전 이 책을 알았고, 정말 제주에 가면 그가 이토록 근사하게 담아낸 자연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싶어 갔던 것이 나의 첫번째 제주행이었다. 그뒤로 몇 년을 제주에 갈 때마다 출석 도장을 찍듯이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다.

 

제주 여기저기를 다니며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해보다가 지금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내 카메라가 고가가 아니기도 했지만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져도 절경을 사진 속으로 제대로 옮겨오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주도에 내려와서 금방 깨달았다.


그 일을 위해서 어떤 사진가는 자기 인생을 다 써버리고 아파 죽었다.
어떻게 자기 인생을 하나에 다 쓰지.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28-29쪽,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독서일기)

 

동영 : 요조 씨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기다립니다. 알기로는 몇몇 출판사와 얘기가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요조 : 올해 초에 책이 나올 것 같아요.


김동영 : 올해 초는 너무 하잖아요! 몇 월이에요, 형님?(웃음)


요조 : 봄이요. 책방 하면서 쓴 글들이에요.


김동영 : 요조 작가님 오랫동안 알았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한 적이 없어요. 제 꿈이었어요. 인정 받고 싶었어요. 어때요, 저 많이 큰 것 같아요?


요조 : 저희 팟캐스트에 나와주셨을 때도 느낀 점인데요. 이건 타고났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생선의 매력이 있거든요. 말을 막 하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이에요. 저는 그런 매력을 갖고 있지 못해서 말 한 마디 할 때도 주저하고 조심하는 편인데요. 거침없이 막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이에요.


김동영 :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조 : 안녕히 계세요.  

 

 


하단배너1.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오늘의 책

며느리를 그만두고 시작된 '일인분의 삶'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불합리한 역할에 사표를 내던지고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전직' 며느리의 "시월드" 퇴사기. "어떤 역할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은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에게도 '당연'한 권리다.

급한 사람의 눈에는 가장 빠른 길이 보인다

급한 성격은 더 이상 단점이 아니다! 3천명의 부자에게 발견한 성공의 비밀. 하고 싶은 일은 곧장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고, 매력적인 방법이 있으면 당장 시도하며, 변화에 저항감이 없어서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 현명하게 급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사랑에 빠진다면?

생활의 맛을 아는 작가, 『넉점반』 이영경이 발견한 또 한 편의 귀엽고 작은 것들의 생활상! 거의 매일 쓰이는 친숙한 물건들,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주인공이 되어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주인공들의 설레고 흥미로운 세계로 초대합니다.

시적 감수성과 깊이 있는 통찰

‘우리 시대 최상급 자연문학 작가’로 평가 받는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새 책. 세계 열두 종의 나무에 대한 연구 기록을 담은 이 책에서 그는 인간과 자연이 대립하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의 역사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책.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