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종자들의 병적인 성격은 어떻게 표출될까

『나는 일그러진 사랑과 이별하기로 했다』 서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책은 심리 조종자와의 애정에 관한 책으로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 가사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쓴 것이다. (2017.10.23)

 

일그러진 사랑_표지이미지_전면.jpg

 

언젠가는 나의 왕자님, 나의 공주님이 나타날 거야. 인생을 함께할 사람이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호화로운 길로 데려가 주리라는 은밀한 소망을 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행복.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누리는 사람들은 매우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사랑. 사랑을 완벽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심오하고 복합적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의 일종이라는 단순한 정의보다는 ‘영적인 성숙’ 또는 ‘상대방의 영적인 성숙을 위해 자신을 초월하려는 의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사랑은 분명 감정이지만 ‘힘’이기도 하다. 우리를 성장하고 발전하게 하는, 심오하지만 규정하기 어려운 힘이자 우리의 삶이 무르익도록 한다.

 

사랑을 정의하는 건 어렵지만 사랑이 아닌 것, 사랑의 표현이 아닌 것을 규정하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상적인 왕자님, 혹은 공주님이 눈부신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하면 바라던 모든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와 함께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끝없는 사랑을 맹세했던 그 사람이 갑자기 내 감정을 빨아먹는 흡혈귀로 돌변한다면?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가 서서히 당신을 파괴하고, 행복은커녕 당신의 인격을 짓밟으며 정체성마저 뒤흔든다면? “당연히 빨리 도망가야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의 마음을 허락한 혹은 억지로 당신 마음의 문을 연 그 사람이 사실은 마음을 지배하려는 교묘한 심리 조종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은 몇몇 사람들의 주요 수단이며 뜻밖에도 그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들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다. 대부분 매력적인 외모와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겉모습은 희생양이 될 사람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처음 그들의 태도는 마치 흔한 사랑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점차 가면을 벗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사랑의 관계는 파괴적인 지배 관계로 급격하게 변질되어 버린다. 이성은 당신에게 빨리 달아나라고 경고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집한 경험 사례들을 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사랑의 포로가 된 희생자가 포식자, 즉 조종자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희생자는 자존감을 잃고 위축된 채로 근심과 죄의식, 두려움으로 가득해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된다. 신체적으로는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등 그동안 없었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생긴다. 주눅 든 희생자가 피학적 성향이라 그런 것일까? 자기 생명의 에너지를 빼앗은 심리 조종자를 돕는 또 다른 공범일까?

 

흔히 사랑에 빠져 눈이 멀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눈을 뜨고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10년, 20년, 혹은 30년이 지난 뒤에 올 수도 있다. 깨어나 마주한 현실이 너무 가혹해 눈을 가리고 오랫동안 머물던 혼수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두렵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심리 조종자와의 애정에 관한 책으로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 가사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쓴 것이다. 조종자들의 병적인 성격은 어떻게 표출되는 것일까. 나는 첫 책에서 대략적인 틀로 묘사했던 심리 조종자의 성격을 연인 관계를 중심으로 매우 자세하게 다뤘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며 나는 이 주제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백컨대 책을 쓰면서 예기치 못했던 사실들을 몇 가지 더 발견했다. 예를 들면, 심리 조종자가 유혹하는 단계를 인지하는 남녀의 관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면서도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응답자들에게 한 질문을 통해 언제부터 사회적?가족적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심리 조종자나 성도착자는 어떤 형태로 성적 유혹을 하는지 등을 알았고, 또 이런 형태의 심리 조종자 대부분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심리적 학대가 육체적 학대보다 더 교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더 파괴적이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 하면서도 자꾸만 망설이며 그 시기를 늦추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왜 심리 조종자들은 아이들의 양육권을 강하게 요구하는가? 이별 혹은 이혼할 경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이별 후 피해자인 사람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나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연인 관계를 맺는 여러 단계에 따라 심리 조종을 설명했다. ‘사랑 이야기’지만 ‘진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일이 남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사랑할 잠재적 연인들, 이성애자 혹은 동성애자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이다. 장마다 끝에 둔 꼭지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는 예방책으로 참조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다. 심리 조종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어서 그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어질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전형적인 행동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심리 조종자의 거미줄에 걸려들어 큰 불행을 맛보았다. 어떤 희생자는 이 비극적 경험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기도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녹음이나 서면으로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나는 1990년부터 심리 상담 치료와 교육,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편지와 대화를 통해 사례를 수집했다.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과거 경험(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경험)을 공유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이 책 전체에 걸쳐 그들의 경험을 기록했으며, 그들이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하려 입을 열 때마다 나는 종종 할 말을 잊곤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자벨 나자르 아가

나는 일그러진 사랑과 이별하기로 했다

<이자벨 나자르 아가> 저/<이선화> 역13,500원(10% + 1%)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연인이 당신의 영혼을 빨아먹는 흡혈귀로 변한다면? 파괴적인 관계로 변질된 연인 사이. 늦기 전에 사랑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랑에 관한, 사랑스럽지 않는 이야기! 사랑한다는 이유로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 남녀를 떠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하고 억압하는 변해버린..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남편을 총으로 쏴 죽였다" 데니스 루헤인 신작

'스릴러의 거장' 데니스 루헤인 신작. 트라우마로 인해 공황 발작을 겪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계점에 다다른 그가 살인, 사기, 복수, 탐욕 등이 뒤섞인 사건에 휘말리며 거침없이 폭주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끝까지 예측불가능한 데니스 루헤인표 스릴러!

쓰고 싶은데 글이 안 나와요

SNS에서부터 에세이까지 두루 통하는 글쓰기 비법을 [씨네 21] 이다혜 기자가 알려준다. 글쓰기가 왜 어려운지를 짚어주고,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글쓰기 연습 방법을 소개했다. 글쓰기 비법과 함께 글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이다혜 기자의 집필 철학도 공개한다.

색다른 미야베 월드의 '문'을 여는 소설

실종된 선배의 행적을 좇던 고타로는 한 유령 빌딩에서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를 만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인간과 이야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색다른 미스터리!

바꿀 수 있는 건 그와 나의 거리뿐

“이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세요. 내 삶에서 살짝 떨어뜨려 놓으면 그만이니까요.” 사람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는 상대를 탓하거나, 상대에게 맞추려 애쓰지 마세요. 서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니까요.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