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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채널예스 인터뷰어들과의 인터뷰

우리도 인터뷰 합니다, 뒷담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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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던 이야기, 불편한 이야기, 모두 모았다. 날카로운 2015년의 추억, 올해의 인터뷰를 총정리했다.

예의, 기 싸움, 신뢰의 문제, 존중, 솔직함 같은 말들이 오갔다. 그러고 보면 인터뷰란 참 흥미로운 방식이 아닌가. 일상에서는 쉽게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심도 있게 하면서도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는 예리하게 안 한다. 미처 생각 못 한 이야기가 상대의 말을 듣다 떠오르기도 하고, 좋은 기분으로 인터뷰를 끝마쳤는데 뒤에 따라오는 몇 가지 일들이 그 좋은 기억을 다 망치기도 한다. 역시 이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5년이 저무는 즈음, <채널예스> 인터뷰어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유쾌하고, 험한 이야기들 사이에 눈물도 있었다는 것은 비밀). 모두의 평화를 위해 검열하고, 익명으로 표기했으니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아래 인터뷰는 오로지 <채널예스>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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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라는 일의 매력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로렌초: 책을 좋아해요. 출판계 전전하다 <채널예스>에서 인터뷰까지 하게 됐습니다. 


깜냥: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인터뷰라는 걸 느꼈어요. 중간에 다른 일도 했지만 <채널예스>를 계속 봤던 것 같아요. 저자 인터뷰를 가장 많이 하는 웹진이니까요. 기자들이 <채널예스> 많이 봐요. 기삿거리 찾으려고요. 저도 그랬어요. 저는 책도 좋아하지만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저 사람 궁금하다, 이렇게요. 평소 질문이 좀 많은 편이에요.


토토로: 피처 에디터가 되고 싶었어요. 매거진을 두드리다 <채널예스>를 봤어요. 콘텐츠가 마음에 들었어요. 좀 더 심층적으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기사들이라 일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인터뷰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깜냥: 인터뷰가 아니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인터뷰뿐이에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 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인터뷰가 좋아요. 내가 평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요.


로렌초: 역시 저도 그래요. 대화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걸 늘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는 책에 더 먼저 관심이 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책을 쓴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제게는 최고의 상태거든요. 그냥 나누는 대화도 아니고 밀도 있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진짜 인터뷰의 매력인 것 같아요.


토토로: 사람들이 ‘그 일 재미있어? 그 일 잘해?’라고 묻잖아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요. 제게는 인터뷰가 잘하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이라 얘기하기도 좀 어려워요. 인터뷰하면서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도망가고 싶다(웃음)는 것이거든요. 좋아하는 일도 아닌데 이 일을 왜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론은, 의미 있어서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내가 많이 배운다는 데 의미가 있어 저를 만족시켜주는 것 같고요. 남들에게도 그래요. 저희가 전달하는 얘기들이 쓸모 없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화두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일 수 있잖아요. 내게도, 남에게도 의미 있으니 하고 있고,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가장 좋았던 인터뷰이를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실명을 밝혀도 좋을 것 같아요.  


로렌초: 『시인의 집』을 쓰신 전영애 선생님을 꼽고 싶어요. 지금도 그날의 대화를 떠올리면 뭉클해져요. 정말 기억에 남는 대화였어요. 이건 후기인데요. 인터뷰를 선생님 연구실에서 했거든요. 두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고 가는데요. 선생님 연구실에서 복도를 좀 걸어 나와야 계단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어요. 복도를 걸어 나오는 내내 연구실 문 앞에 서서 저를 지켜보고 계시더라고요.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왠지 보고 계실 것 같아 돌아봤더니 역시나 손을 흔들고 계셨어요. 책도 정말 좋거든요. 책이 진짜 좋아서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정말 놀랐어요. 대가임에도 책을 내면 늘 부끄럽다고 하실 정도로 정말 겸손하시고, 다정하셨어요.


깜냥: 지금 생각나는 저자님은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을 쓰신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님이에요. 그 때 ‘책’이라는 물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여러 해답을 주셨어요. “이게 책으로까지 나와야 하나? 싶은 책도 있지 않냐”고 물었는데, “일정 기간 빠르게 활동하다가 사라지는 책도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되게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인터뷰예요. 인터뷰하면서도 속으로 내내 생각했어요. ‘아, 내가 이런 대화 나누고 싶어서 인터뷰를 한다’고요. (웃음) 기사 올라온 후에 짧게 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그 때도 이 분 참 좋다는 느낌이었어요.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인터뷰이들은 정말 많아요. 그런데 너무 많이 꼽으면 의미가 덜해져요. 이런 질문에는 그냥 한 사람을 말하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인터뷰어와 독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요.


토토로: 이외수 선생님, 정여울 작가님이에요. 이외수 선생님은 만나기 전에 그분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주변에 그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팬들이 많은 분이지, 정도였는데요. 만나고는 깜짝 놀랐어요. 인터뷰 중에 ‘어떻게 아니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세요?’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여러모로 제가 그분보다 못할 텐데도 ‘그렇죠, 맞습니다’라고 한 후 답을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존중하시더라고요. 평소에도 책에서 한 말처럼 살고 계시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진짜 놀랐어요. 닮고 싶은, 존경하고 싶은 어른을 만났단 생각이 들었어요. 정여울 작가님은 인터뷰가 끝났는데도 왜 벌써 가느냐고, 더 이야기하고 가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정을 흠뻑 주는 느낌이었어요. 사람과의 인연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분이어서요. 눈빛에 대한 얘기 하시면서 이야기를 열심히 들은 것 같아 정말 좋았다,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만나면 조금 거리를 두기도 하고, 기 싸움 같은 게 있기도 하잖아요. 저 사람이 과연 나를 얼마나 믿을까, 하는 마음도 생기는데요. 그분은 그런 것 없이 먼저 다가와서 참 좋고, 한편으론 부끄러웠죠.

 

인터뷰에서 들은 얘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말들도 있을 것 같아요.


깜냥: 한 정신과 의사가 성격은 생존본능과 연관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일상에서도 종종 이 말이 떠올라요. 이런 이야기를 일대일로 듣지 않으면, 기억에도 안 남고 이처럼 강렬하지도 않겠죠. 몇 가지 기억들은 개인적으로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것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기는 것 같아요.

 

로렌초: 대화를 하다 보면 딱 내 자신이 고양되는 순간이 있어요. 이야기를 듣다가 정말 찌릿찌릿한 순간이 올 때가 있는데요. 그 몇 번의 경험 때문에 인터뷰 하는 일에 점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는 이런 경험을 별로 기대 못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책보다 사람이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항상 책이 더 좋잖아요. 저자를 만날 때 책만큼 사람도 좋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랬는데, 사람이 더 좋은 경우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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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완전히 무매너는 아니잖아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자주 하게 되는 질문이 있잖아요. 그 즈음 갖고 있는 관심사기도 하고, 자신의 인터뷰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할 텐데요.


깜냥: 예전에는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을 자주 했어요. 그게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요즘 무슨 생각 많이 하냐”는 포괄적인 질문도 하고, 가끔 “ 일간지 1면이 주어지면 무슨 글을 쓰고 싶으냐”는 질문도 해요. 뻔한 질문 같지만 하는 이유가 있거든요. 최근엔 도서정가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종종 묻는데요. 대답에 따라 기사화 하지 못하기도 하죠. 어쨌든 저희는 기본적으로 책 읽는 사람들이 보는 기사니까 책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도 물어봐요. 자신의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느냐 묻기도 하는데 ‘그런 것 없다’고 답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굳이 그런 걸 얘기하는 게 독자를 한정 짓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냥 담백하게 ‘힘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정도라도 답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질문은 저자의 답변을 읽고 예비 독자가 책을 사게 되길 바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질문을 식상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토토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사람들이 아프다는 얘기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책의 내용에 따라 변형은 많이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물어요.


로렌초: 기본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책을 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저자는 그 정도 발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항상 자신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어요. 사회 안에서 내가 어떻게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자주 물어봤어요. 그리고 독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생각했으면 좋겠는지 조언해달라고 하고요.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로렌초: 예의로 통칭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약속 잘 지키는 것, 중요해요. 한 번은 거의 한 시간 늦은 분이 계셨는데요. 늦은 걸 많이 미안해도 하셨고, 인터뷰 내용도 좋았지만 끝까지 마음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그때 나는 이게 되게 싫구나, 이 생각을 하게 됐죠.


깜냥: 저도 그래요. 아쉬운 1%가 커버가 잘 안 되죠. 인터뷰이도 저희가 마음에 안 들 수 있잖아요. 자기 만큼 레벨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준비 많이 안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가 완전히 무매너는 아니잖아요. 이런 핀트를 조금만 맞추면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사가 달라지는데 아쉽죠. 물론 억지로 잘 보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똑같이 생각해줬으면 하는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토토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갖췄으면 해요. 한 번은 ‘알고 묻는 거냐’면서 화를 낸 저자가 있었어요. 정말 상처 받았어요. 인터뷰 끝나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이게 모멸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가 준비됐든 안 됐든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주면 좋겠어요. 그건 또 신뢰의 문제잖아요. 인터뷰를 서로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신뢰하는 거죠. 신뢰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깊이 들어갈 수 없고, 진행될 수 없으니까요. 상대가 예의를 갖추고 왔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해왔을 것이라고 믿으면 기본적인 건 자동으로 갖춰지는 것 같아요.

 

역시 예의라는 부분이 중요하겠네요. 일을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거니까요.


로렌초: 저명한 저자도 있죠. 그분이 거장이라는 건 서로 알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걸 내게 내뱉을 필요까지는 없는 거잖아요. 그게 인품이라고 생각해요.


깜냥: 안 그런 분도 많은데, 캐릭터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너무 바빠서 노트북을 켜놓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인터뷰이가 대뜸 만나자마자 노트북을 닫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요즘에는 이해가 가요. 내가 인터뷰이라도 상대가 노트북을 켜놓고 대화를 하면 싫을 것 같아요. 마치 취조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요즘은 거의 노트북 안 써요. 어차피 다 적지 못할 거면, 힘들어도 인터뷰 후에 녹취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메모도 별로 안 해요.  


토토로: 저자 집무실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요. 인터뷰이 맞은편에 전면 거울이 있었어요. 제 뒤로 계속 거울을 힐끔거리면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무 집중도 안 하고요. 참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안 좋았던 인터뷰가 잦지는 않겠죠. 비율로 따지면 어느 정도 될까요?


깜냥: 20%정도 되는 것 같아요.


토토로: 저는 그동안 운이 좋았나 봐요. 정말 안 좋았던 경우 빼면 거의 없긴 해요.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인터뷰어, 좋은 인터뷰이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깜냥: 배수아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봤어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기자가 이런 답변을 원하지 않을 걸 알지만, 이 답이 솔직한 내 심정이기 때문에 이 답으로 말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요. 예의라고 표현했는지 이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답하는 분이 좋아요.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 상대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짜 솔직하게, 그 질문에만 집중해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질문은 그게 아닌데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반면 저도 반성해요. 얘기하다 보면 시간 뜨는 거 어색하니까 계속 다음 질문 생각할 때 있거든요. 조금 뜨더라도 상대 이야기를 온전히 다른 생각 안 하고 듣는 것, 그게 좋은 인터뷰어의 태도 같아요.


토토로: 질문 너무 어려워요.(웃음) 좋은 인터뷰어는 상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하는 거겠죠.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 독자가 듣고 싶은 얘기를 잘 끄집어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흔히 기자들이 대중이 궁금해 하니까 라며 예의 없는 질문을 할 때도 있어요. 그것만 충족되면 안 되죠. 분명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도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 두 가지를 적절히 맞추는 게 좋은 인터뷰어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터뷰이는 꾸밈없는 사람 같아요. 계산해서 답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물론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 만나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 책 홍보 목적이 너무 투철해서 무슨 얘기를 해도 홍보로 귀결되는 분이 있는데요. 그런 꾸밈들이 없는 분이 좋은 인터뷰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도 꾸밈없는 인간은 아닌 것 같지만요.


로렌초: 좋은 인터뷰어는 역시 얼마나 잘, 집중해서 듣느냐에 따르는 것 같아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어도 인터뷰가 될 때가 있잖아요. 듣고만 있었는데 무척 좋았다고 할 때도 있어요.(웃음) 잘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터뷰로 기억이 되는구나 깨달았어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처럼요. 조니 뎁이 상담을 하는데 상대는 아무 말 않고 듣고만 있거든요. 그런데도 조니 뎁은 상대를 최고의 상담사라고 말해요. 그런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인터뷰이는, 담백하면 좋더라고요. 꾸밈없다는 게 솔직함과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솔직한 건 또 싫어요. 흔히 솔직함을 미덕이라고 하지만 그걸 무기 삼아 마구 내뱉는 경우도 있거든요. 안 솔직해도 되니까 자기 안에서 한 번 걸러 담백하게 할 얘기만 하는 게 좋아요.

 

‘인터뷰라는 걸 아는 것’이 핵심이겠네요.


깜냥: 한 사진작가 분이 “상대가 봤을 때 멋있는 사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 있잖아요. 그 얼굴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전문가가 얘기하고, 상대가 봤을 때 괜찮으면 그 사진을 받아들이라고 했는데요. 인터뷰도 그런 것 같아요. 내 의도는 그렇지 않았어도 남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내 기준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반대로 나는 괜찮았는데 인터뷰이가 싫어할 수도 있죠. 그가 싫어하는 모습이 있는 거죠. 그런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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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시각


인터뷰 해보고 싶은 사람 얘기해볼까요?


로렌초: 무명작가나 첫 책 나온 분들 인터뷰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성 소수자처럼 많이 드러나지 않은 분들 이야기 궁금해요. 진짜 극단에 있는 두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수인사와 진보인사, 신인과 거장처럼요.


깜냥: 책을 전혀 안 읽는, 읽을 시간이 없는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언제나 책보다 현장 체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책 많이 읽는 일반 독자들에게서는 뻔한 얘기 나올 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죠.(웃음)


토토로: 인터뷰어가 갑자기 됐잖아요. 예상하지 못한 길에 갑자기 들어섰는데요.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길을 가다 어떤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어떤 사연을 갖고 있을까 궁금한 거예요. 책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 인터뷰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람 한 명이 다 이야기고, 그 안에 진짜 많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누구나 우여곡절이 있고, 드라마가 다 있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의 저자가 있나요?


깜냥: 사회과학, 인문서 좋아해요. 소설의 경우는요, 소설가의 삶이나 일상은 궁금한데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건 별로 재미없는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을 수 있는데, 그걸 상상에 맡기고 싶어하는 작가들도 많고요. 인터뷰를 한다면 에세이를 쓴 저자가 제일 좋아요.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인터뷰를 할 때,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채널예스>가 전문지는 아니니까요. 평균의 시각에서 인터뷰하면 되죠. 그 작가의 작품을 모두 다 알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면, 인터뷰어가 멋있어 보일 수는 있겠지만요. 저는 이 책, 이 사람의 현재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해요. 현재가 중요한 거잖아요. 내일 인터뷰 하면 또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요. 그 작가의 전작을 다 읽은 사람이 극소수일 텐데, 그 소수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 것도 기자로서의 자세는 아닌 것 같아요.


토토로: 에세이를 무척 좋아하고요. 사회과학 분야 좋아해요. 사회 문제에 관심 많아서요. 문학가를 인터뷰할 때는 준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고요.


로렌초: 저도 사회과학서 좋아하고요. 소설도 좋아해요. 그런데 말씀처럼 좋아하는 분야와 인터뷰 하는 건 다른 문제 같더라고요. 문학 분야 저자들과 인터뷰할 때 정말 좋은데 얘기가 너무 깊게 흘러서 기사에서 빼야 할 때가 있어요. 너무 전문적인 느낌의 인터뷰 글을 보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걸 느꼈던 적도 있고요. 그건 그 둘만 좋은 인터뷰 같아요.

 

아무래도 출판사에 대한 생각도 분명 있겠죠?


토토로: 한번은 저자가 책 쓴 계기가 아주 유명한 고전을 읽다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고전을 중간 제목으로 뽑았는데요. 그걸 본 출판사 담당자 분이 ‘거기 출판사는 좋겠어요, 자기 네 책 홍보 돼서’라고 하는 거예요. 너무 어이없었어요. 이건 유명한 작품이고, 그걸 보면 독자들이 오히려 그 책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할 텐데 말이에요. 수정해달라고까지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느꼈던 건 왜 이렇게 무례하지, 라는 거였어요. 그 외에는 출판사 담당자 중에 불편했던 분이 거의 없었어요.


깜냥: 인터뷰 요청할 때는 엄청 애를 쓰다가 기사 나온 후에는 아무 관심 없는 경우가 많아요. (웃음) 저자는 괜찮은데 출판사가 지나치게 관여하려고 하는 경우도 좀 별로죠. 그런 작은 부분은 굳이 표현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고맙단 말은 안 하셔도 되니까,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책 홍보해주잖아요. 홍보하기 위해 저자가 인터뷰에 응하는 것도 알고요. 그런데 기사로서도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고 진행하는데 몰라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로렌초: 외국 저자였는데 통역이 너무 안 됐어요. 출판사에서 인터뷰 준비를 너무 안 한 거죠. 반드시 통역에 한정 짓지 않아도 최소한 출판사 쪽에서 준비해줘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준비가 안 됐을 때 참 아쉽죠. 그건 인터뷰를 요청한 출판사의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만날 익명의 저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한 마디 씩 부탁드립니다.


깜냥: 어느 정도는 편집해서 말해주셨으면 해요. ‘오프 더 레코드’로 처리해야 할 이야기는인터뷰를 하면서 꼭 밝혀주시고요. 저는 인터뷰 때 나누는 이야기를 100% 신뢰하니까요. 제발 왜 그대로 썼냐고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창작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알아듣기 쉬운 문장으로는 고쳐드리지만요. ‘이 사람이 나의 마음을 읽어서 어떤 얘기는 알아서 빼주고, 하고 싶은 얘기만 쏙쏙 뽑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토토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첫 만남만 계속 하잖아요. 만날 때마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매번 하는데요. 그 인사 안에 정말 많은 의미가 있어요. 바람, 부탁, 반가움,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어서 늘 드릴 말씀은 그것 밖에 없어요.


로렌초: 인터뷰는 상호작용이잖아요. 서로 신뢰하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그렇게 인터뷰 하면 나중에 잡음도 생길 일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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