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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누르드크비스크, 어린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건 ‘해피엔딩’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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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세계의 어린이들이 해피엔딩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을 통해서 해피엔딩을 겪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인생이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현실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이들이 해피엔딩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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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핀두스, 너 어디 있니?』


스웨덴을 대표하는 동화 시리즈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의 작가 스벤 누르드크비스트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평양과 서울 주재의 스웨덴 대사관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작가는 북한과 남한을 차례로 찾아 독자들과 만났다. 


그는 “한국의 어린이들은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며 경직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스웨덴의 아이들과 비슷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얌전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만히 잘 앉아 있었고 동시에 박수도 잘 쳤다. 그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질문도 자유롭게 하는 등 열기가 느껴졌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10대 아이들은 경직된 표정으로 정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며 남북한의 어린 독자들과 만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페테르손과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핀두스의 일상을 담은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 시리즈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 받고 있다. 그림책과 테이프로 읽고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와 CD 게임으로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독자들과는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2001)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핀두스, 너 어디 있니?』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등의 작품이 연이어 출간됐다. 올해에는 『누가 내 채소밭을 망쳐 놨지?』 『핀두스가 이사를 간대요』 『난 수탉이 필요없어!』 등 세 권의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스벤 누르드크비스트는 1946년 헬싱보리에서 태어났다. 건축가이자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동화 작가가 되었고 ‘스웨덴 문학 진흥상’ ‘엘사-베스코상’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북인스티튜트(SBI)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난 작가는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핀두스, 너 어디 있니?』를 꼽았다. “『핀두스, 너 어디 있니?』는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루어졌다. 굳이 노력을 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다. 핀두스가 아기 고양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내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만들었다. 이야기를 쓰면서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감정을 다시 느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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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해피엔딩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만남에는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의 또 다른 작가가 함께했다. 해당 시리즈를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하고, 지금까지 출간된 9권의 이야기를 모두 번역한 아동문학가 김경연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독자들을 대표해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작가와 대담을 나누었다. 


김경연 :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 시리즈는 처음부터 전체를 구상하셨나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처음부터 시리즈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핀두스와 페테르손의 이야기 하나가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를 작업하면서 시리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더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권을 더 썼던 거죠.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이 캐릭터들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더 있을 수 있겠다고요. 그 과정에서 출판사는 이 이야기가 특별한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요. 시리즈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10년 동안 2년에 한 권씩 책을 만들게 되었고요.


김경연 :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페테르손 할아버지가 고양이 핀두스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할아버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동무로 할머니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주고받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대화를 만드는 게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쉬운 말동무 상대인 고양이 캐릭터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실 페테르손과 저는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저와 비슷한 사람이죠. 저희 아이가 4~5세 정도 되었을 때 두 번째 책을 썼는데요. 아빠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걸 작품 속에서 표현하게 됐습니다. 


김경연 :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정원은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 스웨덴의 농촌과 많이 닮아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혹시 작가님의 꿈의 장소 혹은 추억의 장소인가요?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제가 가지고 있는 향수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1950년대에, 제가 10~12세 정도 되었을 때, 책에서 볼 수 있는 농가에 살았습니다. 당시 스웨덴에는 그런 전통적인 농가가 남아 있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정원의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모든 게 보존되어 있는 삶이 있었죠. 그렇지만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풀밭을 한가롭게 거니는 소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빠른 변화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에 그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김경연 : 작가님의 작품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어린이 책이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설정하신 건가요?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네, 저는 이 세계의 어린이들이 해피엔딩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을 통해서 해피엔딩을 겪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인생이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현실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이들이 해피엔딩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김경연 :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쓰신 이후로 다음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계신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실 15년 전쯤부터 시리즈를 꾸준히 내야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습니다. 페테르손과 핀두스의 시리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다른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 작업을 하면서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의 스토리를 하나 더 만들게 되는 거죠.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핀두스 시리즈를 내게 됐는데요.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르면 책을 만들곤 했던 겁니다. 핀두스가 실종되었을 때의 이야기도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더 이상 핀두스와 페테르손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단언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마 그래 놓고 저는 또 책을 낼 겁니다(웃음). 스스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말씀은 드리지 않겠고요.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약속은, 만약 또 다른 핀두스 이야기가 나온다면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김경연 :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그림 작업할 때의 팁을 알려주세요.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 제가 했던 일들을 말씀 드리면, 저는 좋아하는 화가나 작가의 작품을 수없이 연습했습니다. 그 분들의 작업 과정이나 기법도 연습했고요. 수없이 연습하면서 어떤 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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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두스, 너 어디 있니?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김경연 역 | 풀빛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페테르손이라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었지만 이따금 조금 외로웠지요.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안데르손 할머니는 작은 상자 하나를 선물합니다. '핀두스 표 완두콩'이라고 써 있는 상자 속에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들어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귀여운 고양이의 이름을 핀두스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핀두스가 사라져 버렸지 뭐예요. 도대체 핀두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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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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