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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끈 어린이에 주목하다

『어린이들의 한국사』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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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한국사』는 역사교육연구소의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프로젝트이자 3년간의 연구 성과로, 선사 시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역사 속 실존한 어린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역사를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가, 군인, 학자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어른’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예나 지금이나 어른과 함께 어린이가 살아갔고, 이 어린이들도 역사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을 텐에 어린이의 이야기가 역사에는 그다지 잘 부각되지 않는다. 휴먼어린이에서 나온 『어린이들의 한국사』는 잊힌 어린이를 발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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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어린이들을 발굴한 시도가 신선한데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책을 집필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현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정치사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배우기도 어려워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수록 어린이들이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원초적인 흥미는 점점 떨어지고, 외울 것이 많은 과목으로 여겨 역사를 멀리하는 아이도 많아지죠. 어린이들이 역사를 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어른들의 역사를 어린이 수준으로 풀어 설명한 책이지, 어린이들의 삶을 담은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음악사를 배우고, 철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철학사를 배우며, 경제를 배우는 사람은 경제사를 배웁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삶과 관련 있는 역사를 배우는데, 어린이들은 왜 자신의 삶과 거리가 먼 국가사나 민족사를 배우고 있을까요? 진정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 교육은 불가능할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고민한 결과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 속 또래 아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 속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배운다면 또래 친구의 시각으로 그 당시를 볼 수 있고, 당시의 시대 상황도 이해할 수 있으니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죠. 해서 뜻이 맞는 초?중등 교사들이 모여 ‘어린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역사, 어린이가 경험한 역사, 어린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의 관점에서 책을 써 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런 시도가 교육현장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 기대하나요?

 

초등 역사 교과서의 새로운 구성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역사 교육계와 학교 현장에서는 초등 역사 교과서가 정치사 위주의 서술에서 벗어나 생활사, 문화사, 인물사 중심의 서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어린이들의 한국사』는 현장의 요구와 바람에 한발짝 다가가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교과서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옛 어린이들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눈과 관점으로 역사적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또한 생동감 있는 생활 이야기로 역사를 접하게 함으로써 역사 학습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 동기를 유발시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겠죠. 이렇게 아동생활을 중심으로 구성된 역사를 학습하면 아이들은 역사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닌,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임을 느끼게 될 겁니다.

 

최치원이나 이이처럼 익숙한 위인부터 가야 시대의 송현이처럼 낯선 인물도 등장하는데요. 모두 실존 인물인가요?

 

2/3 이상이 실존 인물입니다. 송현동 고분군에서 발견되어 ‘송현이’라 불리는 가야 소녀, 고려 시대 묘지석에 적힌 귀족 집안의 막내 순강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끌려가서 높은 승려가 된 조선 소년 여대남 같은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철저하게 사료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재구성했어요.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당대 어린이의 경험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렸고요.

 

그렇다고 실존한 어린이들의 생활을 담는 데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사적 주체들을 담아냈습니다. 신분 또는 계층, 성별, 연령 등의 구분에 기초해 아이들에게 역사 속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려 했어요. 초등학교 역사교육의 목표는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학생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확대하며, 다양한 역사적 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고력 및 탐구력을 신장시키면서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것이니까요. 

 

글쓰기의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학생들이 한 시대 어린이의 생활 모습과 변화를 시대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t습니다. 시대를 움직였던 패러다임과의 관련성 없이, 어린이들의 개별적인 생활 모습을 다룬다면 결국 역사의 조각에만 접근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겠죠. 퍼즐의 조각이 완전하게 맞춰진 전체 퍼즐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듯이, 역사 속 어린이의 생활 모습 또한 그 시대의 전체적인 생활상, 시대상의 맥락 속에서 의미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서 이 책은 각 시대에 살았던 구체적인 어린이들의 삶의 이야기에서부터 접근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면서도 특히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대한 당시 아동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배경도 함께 다루었어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가정과 고장 생활이 배경이 되었고, 더 나아가 사회?국가?시대?세계사적인 배경도 함께 다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라 6두품 최치원의 당나라 유학 생활, 고려 삼별초의 딸, 4?19 혁명 당시 어린이들의 삶 등 국가, 시대, 세계사적인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어요. 특히 인물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생활 이야기를 내러티브로 접근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이 과거인의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획에서 집필까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동작업을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각 시대마다 어린이들의 삶의 모습을 찾아보았는데, 조선 시대 이전까지는 사료가 턱없이 부족하여 자료를 찾는 일이 매우 어려웠어요. 각 시대별 어린이의 사례를 찾으려고 다양한 사료와 발굴 자료를 뒤졌죠. 다양한 유물이나 유골 중 어린이의 것은 없는지 찾고 또 찾았어요. 이렇게 추리고 추려 겨우 목차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소재들을 찾아냈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구성하는 일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어린이의 삶과 그 당시 시대상을 버무려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중심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그래서 오랜 시간 토론하고 글을 다듬었고,  결국 꽤 만족스럽게 완성됐네요.

 

어린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각각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역사 속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도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는 위인들의 어린 시절도 등장하지만 평범한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왕이나 장군 같은 특별한 사람들만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 대신 평범한 어린이들의 작은 이야기도 역사가 될 수 있음을 알고, 더불어 나의 삶의 이야기도 역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린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인 자기 삶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또한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힘든 세상을 헤치며, 용기를 내며 꿋꿋하게 살아온 역사 속 어린이들을 보며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에 대한 진지한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고요.

 

부모님들은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 노력하는, 자기 삶의 주인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님들이 어린이들을 마냥 미숙한 보호 대상이 아닌 자기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어른스럽게 대우해 주어야 함을 보여주는 거예요.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한 책이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또는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읽혀 중학교-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를 바랍니다.  


선생님들은 학교 현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진정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 수업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위인과 영웅, 왕 들의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역사 수업을 해 왔는데요. 이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린이들이 관심 있는, 어린이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역사 수업을 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당분간 교실 역사 수업에 집중하여 공부하려 합니다. 회원들의 초등 역사 수업 사례와 교수-학습 자료 등을 수집하여 정리할 계획이고요. 또한 초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료 수집 및 재구성 작업도 함께하려 합니다. 이것이 정리되면 초등 선생님들이 역사 수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역사 속 아이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선별 작업에서 제외된 아이들, 그리고 지금까지 미처 찾지 못한 아이들을 더 발굴하여 아이들의 삶을 담아낸 역사 교육이 더욱 널리 알려지도록 힘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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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한국사역사교육연구소 글/이경석 그림/임기환,김정인 감수 | 휴먼어린이
어린이의 눈으로 본,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 《어린이들의 한국사》는 역사교육연구소의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프로젝트이자 3년간의 연구 성과로, 선사 시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역사 속 실존한 어린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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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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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한국사

<역사교육연구소> 글/<이경석> 그림/<임기환>,<김정인> 감수15,300원(10% + 5%)

어린이가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 되다! 어린이의 눈으로 본,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 《어린이들의 한국사》는 역사교육연구소의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프로젝트이자 3년간의 연구 성과로, 선사 시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역사 속 실존한 어린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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