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정규재, 피케티의 해법은 사회를 가난하게 만든다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펴내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나라에 스스로 보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가짜 보수가 굉장히 많아요. 계속 국가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짜예요. 자유의 가치를 중요시 여겨야 진짜 보수죠. 그런 사람이 세계를 진짜 발전시키는 사람이고요.

진짜 보수를 표방하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를 출간했다. 이번 책은 지난해 출간한 『닥치고 진실』에 이어 다시 한 번 ‘정규재 TV’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2012년 시작한 인터넷방송 ‘정규재 TV’는 누적 시청자 2,500만 명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치는 뉴스 이면의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 끌었던 것. 그 열기에 응답하듯 저자는 올해 7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정규재 뉴스’를 선보였다. 정규재식 뉴스 읽기에 매료된 시청자의 숫자는 하루 평균 10만 명에 달한다.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에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현안들에 대한 통찰이 가득하다. 단통법 시행, 무상복지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언론의 문제점 등 난해한 사건들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들려준다. 그 속에는 저자가 이야기하듯 ‘진짜 보수’의 시선이 녹아있고,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 따끔한 지적이 담겨있다.

 

세계는 점점 나빠져서 도처에 가난이 넘치고 환경은 파괴되며, 인간성은 갈수록 메말라가고 있다는 잘못된 주장들이 너무도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너무도 많아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불편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 주장들은 지구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고 우리의 삶을 너무도 가볍게 보는 감각의 착각이며, 지각의 오류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 11~12쪽)

 

인터뷰를 시작하며 저자는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외신들의 보도를 해석해서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현실은 ‘정규재 TV’와 ‘정규재 뉴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고, 많은 이들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였다.

 

5D3_9329.jpg

 


지금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예요


우리 언론이 외신을 인용 보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말씀은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걸까요?


우리 국민들 자체도 그런 뉴스를 원치 않아요. 진실을 원하지 않아요. 그저 붕붕 떠다니는 이야기만 원하는 거죠. 사실에 기반 한 진지한 기사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우리 사회가 원래 그런 사회 같습니다.

 

‘뉴스가 잘 팔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원인일까요?


그런 것도 있고 언론이 추구해야 될 본질을 잊어버린 것도 있죠. 언론인들 스스로가 갈수록 인적 구성에서부터 천박해진다고 할까요. 아니면 반지성적인 성향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요. 질이 많이 떨어지죠. 그 점을 느끼게 돼요. 예를 들어서, 이건 굉장히 민감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고노 담화 이후에 일본이 위안부들에게 천 엔 상당의 금품으로 배상하고 총리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일본의 공무원들이 전달했다는 것을 아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물론 어떤 경과를 거쳐서든지 간에 그 배상을 거절한 할머니들도 많지만, 우리가 아는 게 뭐가 있냐 이거죠. 뭘 가지고 요구하고 있냐 이거죠. 예를 들어서 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항의 하는지, 그에 대한 일본 측 주장을 아냐 이거에요. (그걸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요. (우리가 가진 생각은) 그저 일본 놈들이 땅에 욕심이 나서 미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거지, (제대로 아는 게) 뭐가 있냐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정규재 TV’와 ‘정규재 뉴스’를 대안 미디어로 여기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안의 지위까지는 턱도 없고요. 그저 소수의 지식이 필요로 하는 거죠. ‘정규재 TV’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반응들을 보면 ‘정규재 뉴스를 보다가 KBS 뉴스 같은 걸 보면 오락프로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거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뉴스가 없어요. 지식도 없고요. 어제(10월 5일)만 해도 굉장히 중요한 국제 뉴스들이 많았는데 KBS 뉴스 같은 경우는 김무성과 서청원의 갈등, 한강에 사람이 빠져 죽은 사건, 이런 뉴스로 다 채웁니다. 그게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데 무슨 지식이 되겠냐는 거죠. 뉴스가 코미디 프로처럼 또는 싸구려 정치를 중계하는 것처럼 변질되고 있는 거죠. 종편들도 마찬가지예요. 종편이 그런 틈새를 메울 거라고 나왔는데 싸구려 논평가들이 나와서 정치 갈등이나 부추기고 있죠.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라는 제목을 보면, 세상에 거짓말이 너무 만연되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들이 많죠. 힐링이라면서 등장한 청춘 멘토들이 하는 얘기들 중에 대부분은 거짓말이에요. 안철수를 비롯해서. 안철수는 개인에 대해서도 많은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런 거짓말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그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군대에 갔다, 이런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이죠. 문제는 자기 개인에 대해서 거짓말할 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세계관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살기 좋았는데 지금은 살기 어려워진 것처럼 얘기한다든가, 옛날에는 일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진 것처럼 얘기한다든가, 다 거짓말이에요. 예를 들어서, (영화) 국제시장에 광부로 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 대졸자들끼리 모여서 박터지게 경쟁해서 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졸자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이 은행 정도 말고는 없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일자리가 굉장히 많았던 것처럼 ‘요즘은 일자리가 없어서 미안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는데, 그건 청년들의 정신에 마약 주사를 주는 것과 똑같아요.

 

책의 서문에서 세상은 느릴지언정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세계적으로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많은 국가들이 높은 실업률로 시름하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걸까요?


좋아지고 있어요. 한국이 기대보다 덜 좋아지고 있는 거고 선진국들이 기대보다 덜 좋아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세계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매년 4천만 명이 중산층이 되고 있거든요. 이렇게 중산층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난 시대가 없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가 지금이에요.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놀러 와서 돈 쓰고 제주도 땅을 사고, 이렇게 먹고 살만하게 된 인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좋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조급증 때문에 나빠지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지, 세계 전체가 나빠지고 있는 건 아니죠. 우리 기대만큼 좋아질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고 그걸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것이지, 세상을 저주한다고 무슨 해법이 나오냐고요.

 

5D3_9351.jpg


 

피케티의 해법은 사회를 가난하게 만든다


책의 부록으로 “자유시장경제는 어떻게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으셨습니다. 시장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장경제 체제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잘 지켜나가야 되는 가치예요. 시장경제 체제만큼 정의로운 체제는 없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자애로운 신처럼 국가가 뭔가를 조정해 주기를 바라지만 국가는 그랬던 적도 없고 그런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요. 시장경제는 굉장히 거칠고 치열한 경쟁처럼 보이지만 가장 공정한 겁니다. 그 동안 자본주의와 대 자본을 욕하면서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과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그것들이 보호되었어요. 그 결과 우리에게 남아있는 일자리라고는 시급 알바 비정규직 밖에 없죠. 거기에는 다 그런 일자리뿐이니까요.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2만 달러 3만 달러에 커서 골목 슈퍼마켓, 전통 시장, 작은 영세 기업에 가서 일하고 싶냐는 거예요. 큰 데에 가서 일하고 싶으면서 그걸 키울 생각을 해야죠. 사회적 자본 다 끌고 가서 죽어야 될 것을 못 죽게 하면 어떡하나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또 하나는 이런 거예요. 교육이 썩어가지고 공부 열심히 하지 마라, 적당하게 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직업이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거예요. 연봉을 그만큼 받으려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공부는 안 하려고 하면서 연봉은 높여 달라고 하냐는 거죠. 연봉 10억을 받고 싶으면 그만큼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이 되어야 하고, 대학은 그런 교육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교육을 못하게 하잖아요.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자고 하는데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면 좋은 교수가 들어오나요? 그러면서 무슨 좋은 연봉을 바라요. 그러면서 세상이 뜻대로 안 되니까 시장경제가 나빠서 그렇다고 해요. 바보들 아니에요? 대부분 머리 나쁜 애들이 시장을 욕해요. 공부하기 싫은 애들이 시장을 욕해요. 국민들도 그래요.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국가들은 어떤가요?


덜 떨어진 국가일수록 시장경제를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처럼 자원 많은 나라일수록 시장경제를 하지 않으려고 하죠. 자원은 공짜로 나오는 거니까요.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고, 그래서 직업을 가지고 연봉이 많이 받아야 중산층이 되거든요. 중산층이 많은 나라가 좋은 나라잖아요. 그런데 자원이 많은 나라는 그렇게 안 해도 되죠. 공짜로 자원이 나오니까요. 그 자원을 독점한 소수의 재벌과 기타의 민중이 대립하는 사회가 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자원이 나지 않는 건 축복이에요. 천만다행이고요. 우리나라에 자원이 조금 풍부했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80%는 바보처럼 되어있을 거예요.

 

토마 피케티에 대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21세기 자본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을 이야기하셨고요.


『위대한 탈출』은 시장 경제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서 빈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논증한 책이에요. 피케티의 책은 갈수록 대중들은 가난해진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현실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하고 다르죠. 중국 사람을 보세요. 중국이 더 가난해지고 있나요? 세계가 더 가난해지고 있냐는 거죠. 여전히 빈곤이 남아있지만 빈곤한 사람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거짓말을 하면 어떡해요? 현실에 맞지도 않잖아요.

 

피케티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피케티적인 해법은 소득세를 85%를 걷으라는 건데 그건 몰수란 말이에요. 번 것의 대부분을 가져서 복지에 쓰자고요. 그럼 어떤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사회가 될 것 같죠? 안 그래요. 점점 가난한 사회가 돼요. 복지는 생산성과 관계없는 지출이에요. 복지가 되려면 생산성과 아무 관련이 없어야 되죠. 생산성하고 관련 있는 것은 시장 거래잖아요. 그런데 생산성과 관련이 없는 데에 자꾸 돈을 빼서 써보세요. 그 사회는 결국 망하죠.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망한 거예요. 그런데도 피케티는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바보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죠. 본인도 증거를 잘못 채집했다고 인정했잖아요. 일반 바보들의 눈에는 옛날이 좋았던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도 사람들이 늘 빠지는 세상의 거짓말이에요. 인간의 기억 편향일 뿐이죠. 마치 헤어진 애인이 계속 아름답게 느껴지듯이, 놓친 물고기가 (기억 속에서) 계속 자라나고 있듯이, 그런 기억 편향이죠.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 돼요


‘빈곤이 분명 존재하지만 빈곤한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와 반대로 갈수록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빈곤층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인들의 질투심에 불과해요.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0.1~0.2%에 속하는 부자들에 대한 거죠. 왜 0.1~0.2%에 자기를 비교하나요? 그건 통계에서 아예 빼버려야죠. 0.1~0.2%의 부자를 가지고 ‘저들이 우리에게서 너무 많은 부를 뺏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 어떡해요. 그야말로 지식인들의 질투에 지나지 않아요. 평균적인 걸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세계화 현상 때문에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빈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분명히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빈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거예요. 그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므로 빈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양극화의 문제와 혼돈하거나 섞어서 이야기하면 안 돼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의 갈등은 어떻게 보시나요?


젊을 때는 항상 가난해요. 젊은 사람이 가난하지 않으면 누가 가난해요? 부자라고 해도 부모가 부자인 것이지 그 자녀가 부자는 아니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늘 가난에 대해서 얘기하는 데, 그건 당연한 거예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부자잖아요. 그건 다행스러운 거죠. 그리고 노령화 시대가 되면서 젊은 사람들보다 점점 더 부자인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통계를 내면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우리 사회의 빈곤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에는 숨어 있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1인 가구가 굉장히 늘어나기 때문이죠. 1인 가구는 무조건 복합 가구보다 가난하거든요. 가장이 1인 가구가 되지는 않잖아요. 자녀들이 학교나 직장, 결혼을 이유로 분가해서 살죠. 그래서 가난한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거예요.

 

경제 불평등 정도를 조사할 때 1인 가구를 제외하면 결과가 달라질까요?


그리고 노인 복지가 많아지면서, 그 동안은 1인 가구가 아닌 것처럼 하고 있었던 노인들도 이제 자식들로부터 독립된 1인 가구인 것처럼 행세를 해요. 그래야 정부 보조금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가난한 노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복지 제도가 가난한 노인 가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1인 가구들을 제외하면, 과연 우리 사회의 빈곤이나 양극화는 어느 정도가 될지 조사를 해봐야죠. 그런데 (지금은) 통계에 1인 가구까지 다 포함시켜 놓고 그런 주장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급여 소득자들 간에도 급여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근로 소득 안에서의 양극화거든요. 그건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우리사회는 연공서열이니까 젊은 애들은 월급이 무조건 낮아요. 은퇴 직전의 사람이 월급이 가장 많고요. 그런데 20년 후에는 똑같은 기대 소득이 되는데, 그것을 사회 문제인 양극화라고 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우리가 문제로 삼는 구조화된 양극화의 문제는 전혀 아니잖아요.

 

‘요즘에는 개천에는 용 안 난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나요?


젊은 애들은 당연히 아무도 용이 아니에요. 젊은 애들이 어떻게 용이 되나요. 그리고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 돼요. 용 자체가 없어져야죠. 왜 누구는 미꾸라지고 누구는 용인가요? 왜 용이 나와야 되나요?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는 게 사시 제도 때문에 늘 나오는 이야기인데, 지금의 사법 시험 제도는 신분증 제도예요. 그걸 자격증으로 바꾸자는 게 로스쿨 제도고요. (사시 제도를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사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거짓말이고 착각이에요. 사시가 있으면 대학(입시)에 실패를 해서 좋은 대학을 못 다니는 사람이 점프할 수 있는 복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로스쿨에는 그런 기회가 없다고 인식한다면, 그 사람은 사시에도 계속 떨어지는 정도의 지력을 가진 거예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만큼, 로스쿨 제도가 더 유익한 이유를 여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시에서 합격하는 비율보다 로스쿨에서 합격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요. 그런데 무슨 개천의 용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요. 개천의 용을 주장하면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젊은 애들은 머리가 나쁜 애들이에요. 그런 애들이야말로 소수의 용들을 위해서 버려지는 지렁이들이에요. 신림동에 가서 고시 공부하면서 합격하지도 못하고 평생을 거기에 매달려서 신세를 망치는 아이들일수록 더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아니면 신림동의 하숙집 주인들이 그런 주장을 하죠. 오히려 로스쿨 제도가 개천의 용을 만들어내는 제도라니까요. 가난한 애들이 훨씬 더 많이 공부하도록 해줘요. 서울대 로스쿨 같은 경우에는 30%가 소위 기초생활 보호 대상 수준인 아이들이에요. 기존에 고시 합격했던 놈들이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어린애들을 꼬시는 거예요. 그런 데 속아서 개천의 용 주장을 하고 있으면 머리가 나쁜 거죠. 그것도 거짓말 중에 하나예요.

 

5D3_9410.jpg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건 도덕적 타락


얼마 전 단통법 시행 1년을 맞아 비판 여론이 다시 한 번 거세게 일었는데요.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에서도 단통법이 시행될 당시에 강력하게 비판하신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우려했던 점들이 모두 현실화 되었다고 보시나요?


요즘 난 그 이야기 안 해요. 예상했던 대로 다 되고 있잖아요. 단통법이 그렇게 될 거라고 처음부터 다 이야기했던 거고, 그렇게 안 될 거라 주장하면 미친놈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있잖아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되거든요. 시장은 자유로운 상태로 두는 것이 소비자한테 가장 좋습니다. 정부가 자꾸 개입해봤자 좋아질 게 없어요. 자유롭게 놔두고 누구든지 치열하게 경쟁해야 소비자가 좋아지는 건데, 정부에서 보호해 주겠다고 해서 보호가 됐나요?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서 경제민주화 해야 된다고 중소기업 보호 제도를 만들고 골목 상권을 살리라고 할 때에도 저는 다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나중에 보면 일자리는 그런 데밖에 안 남는다고요. 그런데 지금이 그렇잖아요. 젊은 애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그런 데밖에 더 있어요? 그런데 맨날 자본주의 욕이나 하고, 시장경제 욕이나 하고, 대기업들 때려잡는데 일자리가 어디에서 나올 수 있겠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좌빨들이 말하는 게 그렇게 하자는 거잖아요. 안철수 같은 사람들이 맨날 하는 얘기가 그런 거죠.

 

무상복지야말로 지난 1년 간 가장 뜨거웠던 논제였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실은 도덕적 타락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선별적 복지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선별적 복지라는 말도 틀린 말이고요. 가난한 자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되어야 된다는 거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돈을 멀쩡한 사람들이 같이 나눠 먹겠다면 말이 되냐는 거예요.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붙여 놓으니까 그럴 듯 해 보이는데, 그건 사회적 자원을 나눠먹자는 이야기거든요. 돈을 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줘야 될 놈이 자기까지 나눠 먹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는 말은 그럴 듯한데 틀린 말이에요. 가난한 자에게 돌아가야 될 사회적 복지를 같이 나눠먹자고 하면 되나요. 가난한 자들, 또는 인생을 살다가 원치 않게 불행이 닥쳐온 사람들이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충분한 복지를 줘야죠. 그래야 재기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선별적 복지라는 말도 틀린 말이에요. 가난한 자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도움을 줘야지, 멀쩡한 사람들한테 주면 안 되죠.

 

무상복지에 대한 논의 중에서도 특히 무상급식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지금 보세요. 무상 급식해서 밥 다 잘 먹게 되었나요? 그리고 아이들의 원어민 교사는 다 어디로 갔어요? 예산 부족으로 학교 현장에서 다 그만뒀잖아요. 그러면 아이들이 영어는 어디에서 배우나요? 부잣집 아이들은 미국에 가서 배우면 되요. 그래서 우리나라 좌익들의 자녀들은 전부 미국에 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 분노를 느껴요. (요즘 세상에) 영어 안 하고 살 수 있나요? 그런데 (학교에서) 영어 안 가르치잖아요. 그리고 무상급식을 안 한다고 해서 급식을 안 주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필요한 아이들한테 무상 급식을 해줘야지, 왜 다 먹자고 해요. 왜 돈을 낼 수 있는 놈한테 안 받고 국가 예산으로 다 대주면서, 필요한 원어민 교사에 대한 예산 줄이고 학교 고쳐야 되는데 예산이 그대로냐고요. 먹일 수 있는 부모는 자기가 먹이고 부모가 여러 가지 불행으로 먹일 수 없으면 국가가 먹이는 거죠. 누가 밥 주지 말라고 했나요?

 

선별적 복지를 할 경우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우려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책에서 언급하셨죠. 


그건 얼마든지 표시 안 나게 줄 수 있어요. 그리고 심지어 상처를 받지 말아야 하느냐, 그것도 문제란 말이에요. 인간은 짐승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모가 찢어지게 가난해서 내게 밥도 못 먹이는 무능한 부모라는 걸 아이들이 왜 몰라야 되냐고요. 아이들이 모르게 한다고 해서 모르나요? 그런 거짓말을 가지고 세상을 속이려고 하면 안 되죠. 아이들이 상처받는다고 하는데 왜 상처 받으면 안 되요? 인간은 살면서 상처를 받으면서 성숙해 가는 존재잖아요. 우리 부모가 무능해서 나에게 밥도 못 먹인다, 이런 걸 아이들이 모르냐고요. 그리고 그걸 몰라야 되나요? 그 아이들은 평생 누가 먹여주는 거 아니잖아요. 언젠가는 자기 발로 일어서야 되는데 왜 몰라야 되요? 그런 사기가 어디 있어요.

 

『닥치고 정치』에서 “진정한 보수야말로 개혁적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보수란 어떤 이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자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죠. 국가는 구조적으로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스스로 보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가짜 보수가 굉장히 많아요. 계속 국가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짜예요. 자유의 가치를 중요시 여겨야 진짜 보수죠. 그런 사람이 세계를 진짜 발전시키는 사람이고요. 국가를 뜯어먹으려고 하지 않고요.

 

 

 

img_book_bot.jpg

세상의 거짓말에 웃으면서 답하다정규재 저 | 베가북스
30여 년 기자 생활’의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정규재가 2014~2015 주요 현안을 명쾌하게 해석한다. 정치-사회-경제 분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글로벌 이슈, 인문-예술까지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인 맥락 찾기에 탄성을 금할 수 없다. 눈앞에 나타난 현상만 보고 아우성치며 들끓는 ‘앵무새’ 뉴스 뒤에서, 보이진 않지만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의미와 본질을 찾아주는 끈끈한 지식의 힘이 우리에게 상쾌한 생명력과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추천 기사]

- 야노 시호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 마인드C “메리가 더 망가져야 한대요”
- 김중혁 “픽션이 너와 함께하기를”

- 이연복 셰프 “왜 자꾸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냐고요?”
- 만화가 허영만 “나에게 커피란, 사랑할 수 없는 여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