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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거리 드러머, 뮤지컬 <곤, 더 버스커>의 김보강

뮤지컬 <곤, 더 버스커> 김보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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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김보강이라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저 배우가 하는 작품은 꼭 봐야 해, 돈이 아깝지 않아!’라는 말을 듣는 게 제 희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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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충무아트홀을 찾았습니다. 택시 요금을 결제하고 있는데, 기사님이 ‘오늘 여기에서 무슨 큰 행사가 있느냐?’고 물으시네요. 충무아트홀은 중소대극장에서 각각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으니 항상 관객들로 들어차곤 하지만, 오늘은 1층 로비부터 유난히 사람이 많긴 합니다. 이 많은 여인들은 도대체 누구를 만나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을까요? 문득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합니다. 오늘 기자가 만날 배우는 뮤지컬 <곤, 더 버스커>에서 버스커 드러머 원석 역을 맡은 김보강 씨입니다. 현재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충무아트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요. 공연이 끝나고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약속 장소로 오는 사이 팬들에게 붙잡혔다며 두 손에 선물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배우란 역시 대중의 사랑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사람인가 봅니다.

 

“공연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기다려주시고, 기분 좋죠. 1층에 있는 많은 분들이 누구를 보러 오셨는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지만... 아니,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요(웃음).”

 

김보강 씨는 무대에서 볼 때보다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굵고, 게다가 솔직하네요. 자신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준 팬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 보였고, 대중적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다른 배우를 어떤 면에서는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기자가 무대 위 김보강 씨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때였습니다. 공연 초반이었는데 극이 중반을 지날 무렵부터 마이크가 떨어져 무대 위에서 애를 먹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쩜 그렇게 어수선할 때 보셨어요. 수염이 떨어지면서 정말 대처법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금은 분장을 하거나 받는 사람 모두 노하우가 생겨서 그런 어려움은 없어요.”

 

올 봄, 출연진을 따로 확인하지 않고 <곤, 더 버스커>를 봤는데, 원석을 연기하는 배우가 김보강 씨인 줄 몰랐습니다. 반 고흐와 원석은 색깔이 전혀 다르지 않나요?


“제가 좀 다양한 캐릭터를 하죠. 두 인물은 너무 다르지만, 또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해요. 어찌됐든 꿈이 있고 목표가 있는. 두 사람 모두 어떤 짜인 환경에서 자란 아티스트가 아니잖아요. 반 고흐는 돈이 없어서 이젤을 직접 만들고, 그림 위에 그림을 덧대 그렸죠. 원석도 드럼을 두드리고 싶지만 장비가 비싸니까 어떤 것이든 두드리면서 리듬을 만들고요.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면이 있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반 고흐와 원석 모두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반 고흐는 소심한 반면 원석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원석에게 가족은 청각장애를 가진 누나 밖에 없지만, 누나를 지켜주면서 누나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그런 책임감이 있어요. 열려 있는 친구고, 무언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추진력도 있고요. 반면에 반 고흐는 자기중심적이고 타협이 잘 안 되는 사람이죠. 그래서 그런 독보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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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보강 씨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원석 쪽에 가까워요. 연기하기에도 원석이 더 편하고요.”

 

연습실 분위기는 아무래도 <곤, 더 버스커> 쪽이 좋을 것 같은데요. <빈센트 반 고흐>에는 남자배우들만 출연하잖아요(웃음).


“연습실은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른 거고, 남자들끼리 있을 때 더 재밌는 것도 있어요. 게다가 원석이는 극에서 러브라인도 없는데요.”

 

극 밖에서 있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극 밖에서요? 아, 당황스럽네요(웃음). <곤, 더 버스커>에서는 없었지만, 사람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겠어요?

배우들은 한 작품하면서 커플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계속 남자들만 나오는 작품을 하고 있고, 그나마 지금 연습하고 있는 <한여름 밤을 꿈>에서도 러브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운이 없나 봐요(웃음). 작품에서 뜨거운 사랑,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재연 때는 원석 말고 러브 라인이 있는 곤에 도전해보시지 그랬어요?


“곤을 하기에는 기타 실력이 부족해요. 기타를 치긴 하지만, 수준급으로 연주하지는 못하거든요.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작은 드럼이라 쉬워 보이지만, 드럼통 하나로 소리의 변화를 구현하려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스틱컨트롤도 배우고, 초연 때는 하도 연습해서 손목이 굵어졌었어요.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죠(웃음).”

 

작품이 전체적으로 초연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요?


“등장인물이 좀 줄어서 극이 더 알차진 것 같아요.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그 안의 효과적인 부분들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안무나 음악도 더 추가된 부분이 있고. 곤과 니나의 러브라인 등 초연 때 불분명했던 사이들이 분명해졌다고 할까요? 원석은 좀 더 의지가 강하고 남성적인 면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빈센트 반 고흐>가 끝나면 바로 <곤, 더 버스커>, 다시 <한여름 밤을 꿈>까지 작품을 쉬지 않고 하고 계신데, 비결이 있을까요?


“배고픔(웃음)? 작품에 대한 갈망 같아요. 제가 데뷔 때 드라마도 했었는데, 그때는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저것 다 했어요. 그런데 제가 방송을 못 보겠더라고요. 연기적인 면을 충분히 갈고 닦고 싶어서 무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진정성이라는 것도 생겼고, 창작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까 관객들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소극장 무대의 매력에 빠졌어요. 물론 라이선스 작품, 대극장 작품도 많이 하고 싶고,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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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김보강 씨도 처음에는 배우를 꿈꾸는 청년 예술가였겠군요.


“그렇죠. 제가 스물다섯 살에 데뷔할 때 뮤지컬 <마리아마리아>에서 예수를 맡았는데, 처음 연기를 해보는 거였어요. 노래하는 걸 좋아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그때는 정말 자신감 빼고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예수에 더블 캐스팅된 분이 허준호 선배님이셨고, 한 무대에 윤복희 선생님이 나오시니까 정신이 없더라고요. 배짱 하나로 지금까지 버틴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금은 무대 위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걸 알죠. 예전에는 자신감이 넘쳐서 사람 간에 실수도 많았고 서툴렀는데, 사실 배우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중요하지만 저희들 세계에서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배우가 가장 인정받거든요. 아직도 배울 게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연기하고 계신 반 고흐는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한 화가이고, 앞으로 연기할 원석 역시 돈과는 거리가 먼 버스커인데요. 이렇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혹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없을까 궁금합니다. 배우도 항상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직업이잖아요. 


“아, 여기에(아메리카노) 소주 좀 넣어야겠는데요, 아메리소주(웃음). 현실은 항상 힘들죠. 배우는 언제 작품이 끊길지도 모르고, 불투명하잖아요. 게다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면 괜찮은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배우로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리고는 있는데, 솔직히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부분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동질감이나 위로를 얻어요. 고흐는 그림을 그리고 화가가 되겠다는 정확한 목표가 있었지만, 사실 그 이후는 모르잖아요. 그리고 원석이는 아직 돈 개념이 없는 떼 묻지 않은 20대 초반인데, 서른세 살의 저는 가격과 물질적인 크기로 무언가를 측정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원석을 연기할 때는 ‘안 돼, 배우로서 이러면 안 돼!’라고 다잡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20대의 원석이 작품에서 희망하는 것과 30대의 김보강 씨가 현실에서 희망하는 건 무엇일까요?


“극중 원석이는 엄마를 찾는 것이죠. 그게 원석이가 음악을 하고 누나를 책임질 수 있었던 의지와 힘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서부터의 수많은 갈등을 음악으로 표출한 거겠죠. 현실에서 김보강이라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저 배우가 하는 작품은 꼭 봐야 해, 돈이 아깝지 않아!’라는 말을 듣는 게 제 희망이에요.”

 

김보강 씨의 강력한 무기는 솔직함과 호탕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어보는 것마다 너무 솔직하게 답해서 기자가 알아서 걸러 쓰게 되네요. 뮤지컬 <곤, 더 버스커>로 돌아가, 꿈에 대한 넘치는 의지와 열정만 있는 20대 배우가 원석을 연기한다면 그 패기가 더 확실히 드러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푸르른 날을 거쳐 이제는 겸손함도, 진정성도, 그리고 두려움도 알게 된 30대의 김보강 씨가 연기하는 드러머 원석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더 공감이 가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그 꿈을 응원하고, 누군가는 그 꿈을 돌아보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길거리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뮤지컬 <곤, 더 버스커>는 8월 4일부터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됩니다.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듯 신나고 상큼하게 달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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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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