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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기차 유람

일본 간사이를 넓고 깊게 돌아보려면 기차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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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를 발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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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시키 미관지구 골목에 자리한 다카다야(高田屋)의 꼬치구이.
오사카 성의 천수각을 그리는 어린아이의 모습.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호그스미드 마을에 있는 부엉이 우체국.
오카야마 역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신칸센 열차.

 

간사이 기차 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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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시를 구석구석 누비는 JR 일반 열차는 간사이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할 때 최적의 이동 수단이다.

 

岡山 오카야마


전설에서 파르페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어린 주인공들이 터널 앞 철망에 매달려 신칸센이 교차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예정된 시간. 신칸센이 양방향에서 돌진해오고,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힘차게 외친다. 그 순간에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한편,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일본의 완벽한 철도 시스템에 놀라고 만다. 매일 간사이 지방의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하는 이번 여정에서 기차는 든든한 보증수표인 셈이다.


오카야마는 간사이 와이드 에어리어 패스(Kansai WIDE Area Pass)를 이용해 신칸센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도시 혹은 출발지다.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오카야마의 상징인 모모타로(桃太郞) 전설 속 주인공의 동상이 반긴다. 일본인이면 누구나 아는 이 전설은 노부부가 냇가로 떠 내려온 복숭아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노부부는 집으로 복숭아를 들고 온 다음 반으로 딱 가르는데, 그 속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그들은 아이의 이름을 모모타로(복숭아 소년)라 짓고 자식처럼 기른다. 훗날 마을 사람을 괴롭히는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부부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모모타로. 여정 도중 만난 개, 원숭이, 꿩에게 부모님이 싸준 수수경단을 나눠준 덕분에 이들과 함께 귀신을 무찌르며 결말을 맺는다.


오카야마에서 탄생한 전설 속 복숭아는 이 지역을 상징하는 최고의 특산물이다. 일본에서 가장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오카야마는 품질이 우수한 과일 산지로 유명한데, 여름에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가을에는 알이 잘 여문 포도가 과일의 제왕 자리에 오른다. 현재 제철을 맞은 과일은 머스캣(muscat, 청포도)과 피오네(pione, 거봉과 비슷한 포도 품종). 다만 1송이에 1,000엔을 호가하는 이 고급 과일을 선뜻 맛보기가 망설여진다. 이럴 때 과일 파르페는 여행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디저트다. 오카야마관광청에서는 지역 내 파르페를 판매하는 카페와 주 메뉴를 안내하는 브로셔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데, 호텔 그란비아 오카야마(Hotel Granvia Okayama) 2층에 있는 레스토랑 올리비에르(Olivier) 역시 관광 브로셔에 등장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파르페는 이제 오카야마의 명물이 됐지요. 오카야마산 제철 과일로 만들어 다른 지역에선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별미랍니다.” 올리비에르의 부점장 나카스카 데루오(中須賀照夫) 씨가 기다란 유리잔에 피오네 포도 를 듬뿍 담은 파르페를 건넨 뒤 말한다. 탐스럽게 익은 단단한 피오네 포도알과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부드러운 푸딩이 어우러진 황홀한 조화라니. 오카야마에서라면 평범한 디저트 메뉴 하나로 지역의 진정한 맛을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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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판자로 외벽을 두르고, 기와지붕 끝에 금으로 된 긴샤치(金號, 상상 속 동물) 장식을 한 오카야마 성.

 

정원과 성이 만난 풍경


오카야마 역 앞에서 노면 전차에 몸을 싣고 도시 동쪽으로 향한다. 이바라키 현(茨城?)의 가이라쿠엔(偕樂園)과 가나자와 시(金澤市)의 겐로쿠엔(兼六園)과 함께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後樂園)의 명성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다. 이윽고 정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약 1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보통 일본 정원 하면 정갈하게 가꾼 아담한 정원을 연상할 테지만, 시원스레 잔디밭이 펼쳐지는 이곳에선 그런 선입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사와노이케(澤之池) 연못을 중심으로 정원 둘레를 소나무 숲, 정자, 차밭이 두르고 있으며, 누렇게 익은 논까지 펼쳐져 있다. 과거 오카야마 성주가 성안에 거주하는 일꾼에게 쌀을 제공하기 위해 심은 논인데, 오늘날에는 이곳에서 수확한 쌀을 과자로 만들어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다실에서 즐기는 말차 체험은 고라쿠엔의 필수 코스다. 다실에 자리를 잡고 둥근 창밖 너머로 보이는 정원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말차를 음미하는 순간, 풍류객이 된 기분에 잠긴다.


정원 남문으로 빠져나오자 아사히가와(旭川) 강 너머로 오카야마 성(岡山城)이 시야에 들어온다.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 곳의 특징은 성 한복판에 서 있는 천수각(天守閣)이다. 외관 전체를 검은색으로 옻칠해 어디에서 봐도 눈에 띈다. 약 400년 전 축조했지만, 사실 오늘날의 성은 현대 기술로 쌓아 올린 것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천수각은 물론, 성곽 대부분이 불에 타 소실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오카야마 시민의 강력한 요청으로 1966년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세워 오늘날 같은 형태로 복원했다고. 푸른 신록으로 가득한 고라쿠엔 너머로 고고하게 솟아 있는 천수각이 자아내는 풍경은 오카야마의 찬란한 과거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신오사카?오카야마 산요 신칸센 45분.
호텔 그란비아 오카야마 더블 룸 1만8,249엔부터, 과일 파르페 800엔, granvia-oka.co.jp
고라쿠엔 400엔, okayama-korakuen.jp
오카야마 성 300엔(고라쿠엔 결합 입장권 560엔), okayama-kanko.net/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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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이 정차하는 오카야마역은 간사이 서부의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한다.
오카야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저트로 떠오르는 과일 파르페.

倉敷 구라시키


과거로 떠나는 골목 여행


오카야마에서 JR 일반 열차를 타고 서쪽 방향으로 15분 남짓 더 달리면 구라시키에 닿는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시계는 수백 년을 되감는 듯하다.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구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觀地區)에 아득한 에도(江戶) 시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미관지구에는 오랜 기간 오카야마 지방의 상업도시로 명성을 날린 구라시키의 옛 골목을 그대로 복원해놓았다. 2층짜리 전통 가옥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줄지어 있어 방문객을 그야말로 시간 여행으로 인도한다. 가옥 1층에 들어선 각양각색의 기념품점, 꼬치구이 전문점, 아이스크림 상점을 들락날락하는 동안에는 시계를 원상태로 돌려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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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의 건축물을 고스란히 복원해놓은 구라시키 미관지구.
미관지구 기념품 상점에서 판매하는 짚신과 조롱박.

만화책으로 가득한 유린안 게스트하우스의 휴식 공간.
오하라 미술관 건물 앞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이 서 있다.


구라사키 미관지구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도시 한복판에 ‘ㄱ’자로 꺾어 흐르는 구라시키 강을 빼놓을 수 없다. 좁다란 강 위에 떠 있는 아담한 목선과 노를 젓는 뱃사공은 옛 향수를 자극한다. 배 위에 올라타자 올해로 75세가 된 뱃사공 와타나베 유시가 반갑게 맞는다. 그는 구라사키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났다. “구라시키 강은 과거 오카야마 현의 주요 물자를 나르던 운반 수로였지요.” 그는 천천히 노를 저어가며 이 도시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 주변을 둘러보세요. 에도 시대 당시의 쌀 창고는 민예관, 옛 시청 건물은 관광안내소, 기름 상점은 료칸(旅館)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답니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고만고만하던 전통 가옥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구라시키 강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오하라 미술관(大原美術館)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하다. 이 지역에서 방적 사업을 벌여 대부가 된 오하라 마구사부로(大原孫三郞)가 1930년에 세운 일본 최초의 사설 미술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외관부터 눈길을 끄는 곳이다. 미술관 안에는 모네, 피카소, 릭턴스타인 등 그가 평생에 걸쳐 모은 방대한 컬렉션을 주제별로 전시해놓았다. 이를 전부 구경하려면 반나절 정도는 필요하다. 미술관 바로 맞은편에는 그의 부인을 위해 지은 별장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매년 봄에만 개방하는 건물의 외관은 중국식, 1층은 서양식, 2층은 다다미방으로 설계했으며, 기와는 햇빛에 따라 노란색과 초록색이 오묘하게 바뀌도록 특수 제작했다. 미관지구 외곽에 자리한 아이비 스퀘어(Ivy Square) 또한 오하라의 유산 중 하나. 1889년 작은 방적 공장으로 시작한 이 공장 건물은 1974년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채 호텔, 레스토랑, 연회장, 쇼핑센터가 들어선 복합 문화 시설로 탈바꿈했다. 구라시키를 기반으로 터를 닦아온 한 사업가의 일생이 도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미로 같은 구라시키 골목을 거닐던 중 한 상점 앞에 발길이 멈춰 선다. 밖에 놓인 좌판을 보고 채소 가게라고 짐작했는데, 안쪽에서 차와 식사를 즐기는 손님 때문에 단번에 어떤 공간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이곳은 100년 된 가옥에 들어선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예요.” 유린안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 야마다 지히로(山田千裕)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문밖으로 나온다. 1층은 낮 동안 한시적으로 카페로 운영하고,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로 바뀐다고 한다. 2층 다다미방은 투숙객을 위한 도미토리 객실. 실내는 잘 정돈된 느낌이라기보다는 오래된 가구와 장식을 그대로 두어 일본 가정집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아치(阿智) 마쓰리 때 사용하는 가면도 이곳에서 만들어볼 수 있어요.” 2층 다다미방 창살 틈으로 보이는 미관지구의 풍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달래준다. 하루 더 이곳에 머물며 구라시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마다 아쉬움이 묻어난다.

 

 

 

오카야마-구라시키 JR 18분
뱃놀이 500엔(20분), 倉敷館.
오하라 미술관 1,300엔, ohara.or.jp
유린안 게스트하우스 3,780엔(1일), u-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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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시키 미관지구 한복판에 잔잔히 흐르는 구라시키 강에서 뱃놀이를 즐겨보자.

直島 나오시마


예술이 일상이 된 섬
오카야마 역으로 돌아와 JR 우노센(宇野線) 노선 열차를 타고 종착지인 우노 역에 내린다. 역 앞 항구에서 페리에 몸을 실어야 닿을 수 있는 나오시마가 오늘의 목적지. 세토 내해(???海)에 떠 있는 이 작은 섬은 오카야마에서 태어난 사업가 후쿠타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가 시작한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Benesse Art Site Naoshima)’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세계적인 예술 여행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2회를 맞은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또한 이곳이 주축이다. 그러니 이 특별한 섬을 두고 꼭 기차 이동을 고수할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우노에서 페리로 단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섬에 도착하면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커다란 호박이 먼저 시선을 붙든다. 한적한 섬마을을 배경으로 우두커니 바다를 향해 선 <빨강 호박>의 모습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첫 단계로 다가온다. 마을버스에 올라 향하는 섬 반대편의 혼무라(本村) 지구는 예술 마을이다. 버려진 옛 가옥 7채를 예술가에게 레너베이션을 맡겨 ‘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의 시초가 된 가도야(角屋) 가옥 안에는 반듯한 정사각형으로 물이 고여 있는데, 그 안으로 125개의 숫자가 저마다 다른 속도로 깜박인다. 인근 고카이쇼(碁會所)에는 과거 다도를 할 때 꽃꽃이를 한 것에서 모티프를 얻어동백꽃이 다다미방 안으로 질서 정연하게 흐드러져 있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이 합작한 미나미데라(南寺) 가옥 또한 흥미롭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빛의 윤곽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잠시 명상에 잠길 수 있다. 한적한 어촌 마을을 채운 예술적 기운이 일상 속에서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듯하다.


나오시마 아트 사이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공간은 1992년에 문을 연 베네세 하우스. 이곳은 뮤지엄이자 숙박이 가능한 호텔로 나뉘어 있다. “다른 미술관처럼 관람 순서가 따로 없어요.” 베네세 하우스의 리셉셔니스트가 뮤지엄의 관람 방법을 알려준다. 리셉션 앞에 놓인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부터 앤디 워홀(Andy Warhol), 브루스 노먼(Bruce Nauman), 조너선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등 현대미술계에 커다란 획을 그은 예술가의 작품이 베네세 하우스의 안팎을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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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속에 들어서 있는 지추미술관의 전경.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에서 전시하고 있는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의 작품 <콘셉트 오브 모스(Concept of Moss)>.

@ PHOTOGRAPHS: TADASHI IKEDA, HIROSHI SUGIMOTO, SEIICHI OHSAWA


나오시마 아트 사이트가 후쿠타케의 구상에서 시작했다면, 이를 실현시킨 이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베네세 하우스를 포함해 그의 손길이 섬 구석구석에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이다. 단아한 직육면체로 된 입구 안내동부터 절제된 안도 다다오표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름처럼 땅 안에 들어선 미술관의 실내에는 명이 거의 없고 자연광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공간을 빛과 어둠으로 구분한다.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자갈이 깔린 바닥을 사뿐히 걸으며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에 놀라고 만다. 순백의 공간 속에 모네의 작품 <수련>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모든 관객은 시간이 멈춘 듯 그림을 응시한다. 빛을 공통분모로 설계한 제임스 터렐과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전시관까지 모두 둘러보고 나면 미술관이 아니라 신전 속을 유영하는 기분에 휩싸인다.


페리를 타고 우노 항으로 돌아가는 길. 예술의 섬에서 커다란 영감을 얻은 덕분일까? 아까 본 <빨강 호박>이 현실에 가까이 다가선 듯하다. 페리가 속도를 올려 섬에서 멀어지는 동안 호박은 점점 빨간 점으로 바뀌어간다. 한나절의 짧은 여정을 마치자 한 계단 높이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 것 같은 묘한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오카야마-우노 JR 우노센 30분.
혼무라 지구 1,030엔, benesse-artsite.jp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1,030엔, 숙박 3만1,000엔부터, benesse-artsite.jp
지추미술관 2,060엔, benesse-artsit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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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마 야오이의 <빨강 호박>이 놓여 있는 미야노우라 항. 시작부터 나오시마 섬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Universal Studios Japan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테마가 뚜렷한 테마파크


테마파크를 어린아이를 위한 공간이거나 학창 시절의 소풍 장소 혹은 20대 초반의 풋풋한 데이트 코스로만 여겼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사카 역에서 JR 전철로 연결된 유니버설 시티 역에선 길을 헤맬 염려가 없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행렬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로고를 새긴 거대한 지구본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입구 앞에는 평일에도 기다란 줄이 늘어서 있다. 특이한 점은 과반수 이상이 성인이라는 사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도 더러 보이지만 지인 혹은 홀로 찾은 성인이 더 많다.


2001년에 문을 연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올란도에 위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이어 두 번째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주제로 한 ‘더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구역을 새로 추가했기 때문. 테마파크 입구를 통과하자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호그와트 성을 배경으로 마법사 마을 호그스미드(Hogsmeade)가 입구 너머로 펼쳐진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커다란 오크 통 모양의 스낵바에서 판매하는 버터 맥주다. 기념품으로 챙길 수 있는 커다란 잔을 가득 채운 버터 맥주를 들이켜는 이들은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물론 해리포터가 마시던 것처럼 무 알코올이니 취할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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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안에서는 호그와트 교복을 차려입은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리포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망토, 지팡이 등을 판매하는 마법 용품 상점을 지나 마침내 호그와트 성에 입성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을 섭렵할 정도의 마니아가 아니어도 이 순간만큼은 설레기 시작한다. 덤블도어 교장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실과 복도를 영화 속 장면 그대로 재현했는데, 영화처럼 움직이는 액자에 흠칫 놀라고 만다. 하이라이트는 성 안쪽에서 출발하는 어트랙션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 4K 고화질 영상과 4D 입체 효과가 어우러진 어트랙션에 올라타면 곧장 모험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해리포터의 단짝친구가 되어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나는 5분 남짓 쿼디치 시합을 즐기고, 볼드모트에 맞서 싸우느라 혼이 쏙 빠져나간 것만 같다. 머글(해리포터 작품에서 인간을 지칭하는 단어)이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이란 이런 것일까?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선 테마파크의 존재 이유를 다시 곱씹게 한다. 스릴감의 극대화에 온통 초점을 맞춘 보통의 테마파크와 달리, 이곳의 모든 어트랙션에는 영화 작품의 줄거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동의 무게와 폭이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뿐 아니라 <스파이더맨> <쥬라기공원> <죠스> 등 어트랙션을 즐기는 내내 이제껏 관람한 영화 속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오사카-유니버설 시티 JR 20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1일 패스 6,980엔, www.usj.co.jp

 

 

大阪 오사카


파란만장한 과거 너머


오사카에서 마무리하는 기차 여정. 오사카는 최근 변신에 변신을 꾀하는 도시 같다. 최대 번화가 도톤보리(道頓堀) 거리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세련된 미래 도시로 콘셉트를 정한 것일까. 우선 오사카 역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이곳은 남과 북으로 2개의 빌딩을 지어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Osaka Station City)로 레너베이션을 하면서 기차역인 동시에 쇼핑몰, 레스토랑, 호텔, 영화관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각기 다른 테마를 내세운 8개의 정원을 갖췄는데, 11층에 있는 바람의 정원에선 벤치에 앉아 우메다(梅田)의 빌딩 숲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도시락을 즐길 수도 있다. 역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 속으로 빗물을 저장해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 내 화장실 물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건축 공법 또한 인상적이다.


덴노지(天王寺) 역에는 일본 건축계를 뒤흔든 빌딩이 새로 들어섰다. 높이 300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된 아베노 하루카스(Abeno Harukas)가 바로 그 주인공. 하루카스는 ‘상쾌하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 일본 고어다. 이 건물 58~60층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이름에 담긴 뜻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높은 60층까지 오르는 과정 또한 평범하지 않다. 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 한쪽 벽면에 조명을 설치해 마치별이 우수수 쏟아지는 듯한 환영을 보여준다. 사방을 유리창으로 두른 전망대는 총 3개 층으로 나뉜다. 나무 데크가 깔린 정원으로 꾸민 58층에서는 그야말로 하늘 위를 거니는 듯한 상쾌한 기분으로 오사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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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광장으로 조성한 아베노 하루카스의 전망대는 오사카 시민의 훌륭한 휴식처가 된다.
오사카 성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
현란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사무라이 박물관.

 

그렇다고 오사카가 지나간 과거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다. 도시 남서부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오사카 성(大阪城)은 현재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가문과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벌인 오사카 전투 400주년을 맞아 덴카이치 축제(大坂の陣400年天下一)가 내년까지 열릴 예정이다. 축제 기간 오사카 성 입구에서 운영하는 사무라이 박물관에서 당시의 전투를 비롯해 오사카 성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극장에 자리를 잡고 3D 안경을 착용하면 오사카 성 속에 숨어 있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입체 영상으로 보여준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당시 전투로 도요토미가 세운 오사카 성은 모두 소실됐다.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 막부가 새로 천수각을 지었는데, 이마저 30년 만에 불타 사라졌다. 결국 현재 우리 눈앞에 서 있는 성은 1931년 최초의 성을 본떠 다시 지은 것.


영상이 끝난 뒤엔 실제 전투에 참여한 5명의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오사카 로닌 5(Osaka Ronin 5)> 무예 공연이 이어진다. 코스프레 쇼처럼 현란한 사무라이 복장과 과장된 칼 동작이 우스꽝스럽지만, 공연을 펼치는 사무라이의 표정에선 진지함이 엿보인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덴카이치 축제를 맞아 특별히 공연에 참여했어요. 오사카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사무라이 사나다 야키무라(?田?村) 역을 맡은 오사카 출신의 이노우에 다쿠야(井上拓哉)가 무대에서 내려온 뒤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오사카 성 앞으로 사생대회에 나온 유치원생들이 엎드린 채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오사카 성의 천수각을 저마다 개성 있게 묘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다사다난한 과거를 간직한 이 도시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오사카-덴노지 JR 20분.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 osakastationcity.com
아베노 하루카스 전망대 1,500엔, www.abenoharukas-300.jp
덴카이치 축제 10월 1일 ~ 12월 31일(내년 일정 미정), 사무라이 박물관

1,000엔,osakanojin4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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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 11월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일정이나 비행기 탑승 시간 등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나 혼자만 현지에 남는 경우가 생긴다. 이미 오랜 외유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 터라 귀국한다는 마음으로 들뜬 사람을 혼자 배웅하는 기분은 썩 좋을 리 없다. 혹시 현지인에게 박대라도 받는다면,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다 찢어질 때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울 마음이 가득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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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판의 낮과 밤
- 타이완 컨딩
- 평화를 기원하는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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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론리플래닛매거진

론리플래닛 매거진은 세계 최고의 여행 콘텐츠 브랜드 론리플래닛이 발행하는 여행 잡지입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을 손에 드는 순간 여러분은 지금까지 꿈꿔왔던 최고의 여행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 영국,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인도 등 세계 14개국에서 론리플래닛 매거진이 제안하는 감동적인 여행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11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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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월간) 11월호 목차 Postcards 여행지에서 가져온 단 한 장의 사진 14 노르웨이 프레이케스톨렌에서 알바니아 발보너까지 Globetrotter 여행자가 알아야 할 여행에 관한 모든 것 25 Local Knowledge 파리의 요리 작가가 알려주는 파리 여행 팁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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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우리들의 N번방 추적기

2020년 3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N번방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함과 처참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이 사건을 알린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인 두 사람이 쓴 이 책은 그간의 취재를 정리하며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꾼다.

인류 역사와 문화의 시작, 지구

46억 년 전 지구의 탄생에 맞춰 지구의 변천사에 따라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추적하는 대작. 그간의 역사가 인간 중심이었다면, 철저하게 지구 중심으로 새로운 빅히스토리를 과학적으로 저술했다. 수많은 재해로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인간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책.

지금 살고 있는 집, 몸도 마음도 편안한가요?

나에게 맞는 공간, 내게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일은 인생을 돌보는 일과 닮았습니다. tvN [신박한 정리] 화제의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이 소개하는 인테리어, 정리정돈, 공간 재구성의 모든 것! 아주 작은 변화로 물건도, 사람도 새 인생을 되찾는 공간의 기적이 펼쳐집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범죄 스릴러

마을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시신 주변에는 사슴 발자국들이 찍혀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것은 동물들의 복수일까? 동물 사냥을 정당화하는 이들과 그에 맞서는 인물의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작가가, 문학이, 세상을 말하고 바꾸는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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