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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빛낸 인디 음악들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의 김바다부터 15팀의 여성아티스트들의 <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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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디씬에선 수많은 앨범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클릭하나로 짧아진 음원 사이클과 열악한 홍보 상황, 좁은 소비층으로 인해 발매에만 의미를 두고 파묻혀버리는 앨범도 많다. 이 장에 소개된 ‘2013년 올해의 인디’는 2013년에 발매되어 한 번은 반추되어야할, 그리고 차기작이 기대되는 가능성이 반짝거리는 앨범들을 모았다. (순서는 아티스트 이름별로 가나다순이다)

   글렌체크(Glen Check)-<Youth!>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미묘한 신경전은 <Youth!>에서 아름답게 산화한다. 강렬한 본인들의 색이 부메랑처럼 돌아올지도 모른단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한 층 더 세련된 사운드에 1980~90년대의 이미지를 얹는 능숙함까지 생겼다.

「Pacific」 이 전하는 속도감과 직설적인 멜로디는 <Haute Couture>에서 움트던 이들만의 생명력이었고 다양한 악기와 소스들을 배합하는 「Paint it gold」 와 「The coast」 는 <Cliche>의 풍취를 그대로 옮겨 놓는다. 영어만을 고집하는 이들의 음악적 노선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지만 <Youth!>는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소구력을 그대로 전해 받으면서 올해의 인디 씬을 글렌체크의 왕성한 창작 욕구 속으로 던져 넣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김바다-<N. Surf Part 1>

시나위라는 연관검색어는 지워도 좋다. 데뷔 후 그는 결코 밴드 활동을 게을리 하거나 음악적 도전을 멈춘 적이 없다. 올해는 특히 활동이 탄력적이었다. ‘불후의 명곡’과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많았고, 시대를 앞선 비운의 작품 ‘레이시오스(The Ratios)’의 앨범을 뉴레코딩해 내놨다. 게다가 솔로앨범의 일부(Part 1)가 공개되면서 그의 스펙트럼이 활짝 범위를 넓혔다. 물론 이 앨범 한 장으로 어떤 성과를 보기는 어렵고, 이젠 그의 문어발적인 커리어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런 중진의 건재함과 왕성한 활동은 그 존재만으로도 활기가 된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손지연-<꽃샘바람>

무엇이든 쉽게 변하고 재빠르게 소비되는 요즘,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깊어진다는 건 미련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음악조차 시대보다는 트렌드를 반영하기 급급한 분위기에서, 얕은 변화의 물결에 무분별하게 휩쓸리기는 인디음악계라고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 이 거대한 부자유함의 풍조로 인해 더더욱, 10년의 세월 동안 묵묵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이어 나가고 있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손지연의 존재는 그 자체로 각별하고 소중하다.

5년 만에 선보인 네 번째 앨범에서 손지연은 언제나처럼 진솔한 가사와 정직한 수사, 특유의 작가주의적 감성으로 자신의 삶을 노래마다 고스란히 담았다. 자극과 재미를 섞지 않은, 억지스런 파격도 없는, 여전한 그의 음악이라 울림이 더 크다. 모두가 변화만을 신경 쓸 때, ‘그럼에도 변하지 않을 것’을 취하고 그 기본을 지켜 나가는 단단한 특별함은 이 앨범의 가치를 끝없이 끌어올린다. 자유정신은 이렇게 발현돼야 한다.

글/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스몰오(small O)-<That Will Fall>

2월에 발매된 스몰오의 EP는 쓸쓸한 겨울의 풍경과 닮았다. 광활한 적막함 속에서 들리는 공기의 울림은 우리를 압도하는 한파를 연상케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떠한 계절 보다는 자연의 모습과 닮은 바가 크다. 특정한 의미나 메시지를 품지 않아도 자연 그 자체가 커다란 존재감을 가지듯 이 앨범도 이국적인 사운드 이미지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여기에 시적이고 함축적인 가사들이 소리의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한다.

이런 독창적인 세계가 탄탄하게 세워질 수 있는 것은 밴드의 연주력과 악기의 밸런스를 맞춘 편곡의 힘이다. 보컬 오주환이 부르는 대로 그리고 느끼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노래는 그의 깊은 기운마저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힐링’이란 흔하디 흔한 단어도 이 노래 앞에서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씨 없는 수박 김대중-<씨 없는 수박>

올해 인디음악계는 블루스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고, 이때의 블루스는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을 빼놓고는 논의하기가 어색하다. 그만큼 이 신인의 등장은 인디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고무적인 각인을 안겼다.

김대중의 기타는 간결하고 목소리는 걸쭉하며 가사는 거침없다. 고되고 남루하고 불편한 현실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꽤나 유쾌하게 파고드는 건 사실적인 표현과 더불어 재미와 여유의 자세를 잃지 않은 덕분이다. 거기에 블루스 특유의 애환적 리듬과 굴곡, 그리고 김대중의 토속적 감성이 더해져 정서적 파고를 한껏 드높인다. 요소들의 출중한 조화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작품.

글/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아시안 체어샷(Asian Chairshot)-<탈>

올해 가장 도발적이고 강렬했던 인디 음악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아시안 체어샷의 <탈>을 택하겠다. 이 매력적인 EP는 네 곡의 적은 수록곡, 상대적으로 긴 길이, 신인이기에 낮을 수밖에 없는 네임 밸류 등의 모든 한계를 단점으로 전환시키는 파괴력을 보여준다. 특히 90년대 그런지 얼터너티브의 질감 위에 들씌워진 동양적인 멜로디는 아시안 체어샷만의 영역을 공고히 만들어냈다. 특히 「탈춤」에서 탈춤의 추임새를 후렴구로 차용한 모습은 이들의 지향점과 강점이 어디에 뿌리를 박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런지 사운드에 한 맺힌 귀신들이 선사한 체어샷. 올해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정란-<Nomadism>

포크, 재즈, 라틴음악, 클래식, 드림 팝 등 이 앨범이 포괄하는 장르는 드넓다. 「관람」 이라는 하나의 곡에서도 동양적 멜로디를 뼈대로 아트록적 면모도 보이고 간간이 바로크 팝의 사운드까지 스친다. 과거 재즈-탱고 그룹 라 벤타나(La Ventana)의 보컬이었던 정란은 이처럼 자신의 1집을 광활한 음악 대지삼아 그 위를 경계도 정처도 없이 종횡무진 떠돌며 온 세상을 자유로이 만끽한다.

노래들마다 날씨도 온도도 각양각색이다. 몽롱하고 나른했다가 가끔은 열정의 리듬도 밟고, 스산함 처연함 비장미 비극미가 감돌다가도 어떤 때는 산뜻한 햇살이 내리쬔다. 어둠과 밝음,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췄지만 상반의 기운이 이질적이지 않게 엮이는 건 다양한 시도와 모험들이 모두 하나의 공기 안에서 배태되었기 때문이다. 서툴지 않은 실험성이다. 탄탄한 연주에 기반한 수준 높은 사운드 연출력과 보컬의 풍부한 표현력으로 제법 감상하기 좋은 작품집을 만들어 냈다. 한 곡 한 곡 완성도가 상당한 보기 드문 웰메이드 앨범이다.

글/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차퍼스(The Choppers)-<Common Sense>

크래쉬와 나티의 기타리스트 윤두병이 이끄는 차퍼스의 데뷔 앨범 <Common Sense>는 올해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이는 히트곡를 내서도 아니며, 트렌드를 따르며 진보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도 아니다. 외형은 헤비 리프가 주를 이루는 커다란 소리의 덩어리로 가득 채워진 헤비메탈 그 자체다. 하지만 육중하게 다듬어진 골격과는 달리 실제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품고 있다. 오로지 한글 가사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과거의 향수를 부르는 중후하고 묵직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 무엇보다도 앨범 제작을 오로지 소셜 펀딩의 힘으로 완성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참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Special Producers’ 모두는 차퍼스를 있게 해준 든든한 지원군이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프롬(Fromm)-<Arrival>

국내 인디씬에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접근이 손쉬워진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은 개성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이 상황에서 프롬만은 다른 동종의 뮤지션들과 차별되는 선을 그어낸다. 이 특이점은 그의 남다른 외모와 독특한 목소리에만 빚을 지는 것이 아니다. 굳이 이 매력을 손꼽아보자면 「좋아해」 처럼 기존 음악에 숨을 불어넣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가주의가 첫째, 「도착」 에서 미묘한 공간감을 창출하며 세심함을 보여주는 녹음과 믹싱이 둘째다. 곡 사이사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재치는 그 위에 얹히는 덤이다. 프롬은 올해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낡은 주머니를 찢고 날카로운 촉을 우리에게 들이댔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

지난해 발매된 <이야기해주세요>는 여성아티스트들이 모여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라는 어렵고도 무거운 주제를, 그래서 이야기 하기 힘들었던 소재를 양지로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야기해주세요’의 메아리가 모여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세요 - 두 번째 노래들>을 불러일으켰다.

15팀의 여성아티스트가 한 자리에 모이자 특유의 섬세함이 더욱 반짝거린다. 이효리, 호란 같은 의외의 라인업과 루네, 루사이트 토끼등의 개성강한 뮤지션들이 자신의 색깔대로 해석을 내놓는다. 2012년에 나왔던 <Seoul Seoul Seoul (서울 서울 서울)>, <블루스 더, Blues>에 이어 완성도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명맥을 잇는다. 1집 발매 당시 60명이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년이 지난 지금 56명이 되었다는 안타까움도 이 앨범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데 한 몫한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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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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