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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올해의 팝 앨범

전세계를 뒤흔든 인디록 열풍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부터 뛰어난 밴드로 거듭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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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작품은 없었어도 수작은 끊임없이 등장했다. 덕분에 의견을 일치시키는 데 있어 많은 난항을 겪었다. 후보군이 쉽게 가시화되지 않았고 서로의 동의를 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다. 뛰어난 신예와 연륜 있는 장인들이 경합을 벌인 2013년의 모먼트를 이 자리에서 정리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들과 외부에서 활약 중인 음악평론가들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으며 순서는 알파벳순으로 순위와는 무관하다.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Reflektor>

음악에서 ‘이야기의 소중함’을 일깨운 아케이드 파이어는 언제든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Reflektor>는 처음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담지 않은 앨범이지만 전달하는 감동의 크기는 오히려 전작들을 압도한다. 고대 그리스 오르페우스 비극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서사시와 더욱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음악은 공감의 폭을 넓힌다. 감정을 마구 헤집어놓다가도 어느 순간 강렬한 카타르시스로 거듭난다. <Reflektor>로 아케이드 파이어는 삶을 노래하던 음유시인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위대한 극작가로 거듭났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다프트 펑크(Daft Punk) <Random Access Memories>

업그레이드 아닌 다운그레이드의 방식으로 진행된 작업은 현재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을까. 다프트 펑크는 <Random Access Memories>를 통해 ‘그렇다’고 강변한다. 이들은 디스코를 재해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구성’했다. 덕분에 2013년에 소환된 디스코에는 복고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올해 EDM 신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음악이 전자음악이 아닌, 디지털의 탈을 쓴 아날로그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패러다임은 종종 이렇게 전복되고는 한다. 올해, 음악계 단 하나의 아이콘으로 다프트 펑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디스클로저(Disclosure) <Settle>

흥행 성공의 코드 안에서 대세를 역주행한다. 올 한해 크게 호황을 누린 EDM(일렉트로 댄스 뮤직)신의 미래주의적인 트랜드를 거부하고 정교한 90년대 UK 개러지로 최면을 건다. 미니멀한 비트와 함께 통통튀는 베이스 라인이 살랑거린다. 도도하고 시니컬하다. EDM을 즐기는 주체를 바꿔버렸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에너제틱한 예거밤이 아니라 드라이한 와인이다. 올해에서야 개봉된 <Settle>은 90년산 빈티지다.
글/ 전민석 (lego93@naver.com)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

직관성과 흥겨움. 데뷔 때부터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가 지켜온 이 두 가지 명제는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를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시종일관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비트와 멜로디 위에 온갖 시도가 안착하면서 일관성과 실험성은 극적으로 타협을 이룬다. 앨범 곳곳에 전면 배치된 경쾌한 리프와 익살스러운 키보드 라인은 올해의 그 어떤 앨범의 현학과 허세보다도 더 높은 기치를 발했다. 그저 듣고 즐기고 흔들면 되는 이 음악에 많은 설명은 사족이다.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의 대담한 B급 정서는 올해의 음악팬들을 광란의 댄스플로어 위로 올려놓았다.

글/ 이기선(tomatoapple@me.com)


인터넷(The Internet) <Feel Good>

‘힙’하지만 되도록 덜 ‘핫’한 걸 좇아 웹 구석구석을 들추고 다니던 일부 무리들은 작년 한 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을 외쳤다. 소울과 펑크(Funk)에 입힌 현대적 색채감각으로 그가 받았던 찬사는 올해 상당수 ‘The Internet’으로 선회했을지도 모르겠다. 전곡을 넘실대는 세련된 멜로디는 물론이거니와 혼재된 리듬, 적당한 실험성 등 최근의 소울을 이야기할 때 줄줄이 딸려 나오는 소스를 왕창 갖추고 있음에도 그 이음새는 너무나도 매끈하다. 부드럽게 소화되는 만큼 예리한 계산이 느껴지는 작품.

글/ 조아름(curtzzo@naver.com)

   제이크 버그(Jake Bugg) <Jake Bugg>

2012년에서 2013년까지 이어진, 믿을 수 없는 아날로그 록의 초대형 습격. 그 주체가 1994년생 19살 청년이고 파장 또한 그의 노래 「Lightning bolt」대로 전광석화 같은 분출이었다는 점에서 서구 록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Trouble town」, 「Country song」, 「Seen it all」 등 싱글이 나올 때마다 록 인구는 입을 벌렸다.

블루스, 컨트리, 개러지, 펑크, 포크 등 모든 요소를 버무려내 ‘친근’을 확보했고 그러면서도 정반대 ‘생경’의 느낌을 불어넣은 것은 자동적으로 수식이 붙었듯 가히 ‘천재’의 발로였다. 확실히 판도를 바꾸는 청춘의 미학은 막연한 재미와 가지런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 추수와 구태를 숙청하는 촉과 날이다.
글/ 임진모(jjinmoo@izm.co.kr)

   자넬 모네(Janelle Monae) <The Electric Lady>

이처럼 잘 차려진 진수성찬 앨범도 드물다. 7,8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R&B부터 소울, 훵크, 힙합, 가스펠에 이르기까지 흑인음악을 다채롭게 망라한 열아홉 트랙은 1집에서의 놀라움이 일시적인 신선함이 아님을 증명한다.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 작품을 모티프삼은 공상과학적인 이야깃거리에 프린스(Prince),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등 화려한 피처링으로 들을 거리까지 넘쳐나지만 조금도 어수선하거나 난잡하지 않은 건, 많은 소스들을 마냥 벌여 놓지 않고 단정하게 아우를 줄 아는 빛나는 콘트롤 능력 덕분이다. 탄탄한 실력과 견고한 자기콘셉트를 지닌 뮤지션에게는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단어도 설 자리를 잃는다.

글/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Yeezus>

카니예 웨스트는 힙합을 폄하하는 경멸의 시선들을 경멸한다. 킥 앤 스네어로 치부하는 사운드의 협소함을 미니멀리즘과 애시드 하우스로 대응하며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메시지의 전달법은 물론 랩이지만 텍스트를 감싸는 외피는 진보적인 전자 사운드로 가득하다. 남들이 허세 넘치는 가사로 자신의 위엄을 뽐낼 때도 자신을 신으로 자처한 이는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로 이들을 내려 보는 식이다. 카피캣들이 골몰할 시간도 주지 않을 정도다. 보컬이든 밴드든 복고와 레트로 방식으로 회귀를 도모할 때 카니예는 그 자신이 가까운 미래에 오마주의 대상이 될 여지를 매순간 증명하고 있다.
글/ 홍혁의(hyukeui1@nate.com)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 <…Like Clockwork>

6년 만에 발표한 신보는 록 팬들의 즉각 동요를 일으켰고, ‘2013년의 최대 걸작’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록밴드들에 대한 대중의 간택이 여전히 유효한 것임을 확인시킨 반가운 사건이었다. 넘실거리는 리프의 향연, 질퍽이는 슬러지 메탈 사운드, 꿈을 꾸는 듯한 사이키델리아를 수놓으며 자신들의 영역을 더욱 드넓게 확장시켰다. 록이 가지는 수많은 분파에 대한 유연한 포섭과 교감을 통해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만의 고유성을 정립한다. 마치 변검술이라도 펼치듯 쉴 새 없이 가면을 바꿔 쓴다. 우리를 절대 맹신으로 이끄는 석기시대의 여왕들은 이제 완성형에 이르렀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Modern Vampires Of The City>

흐름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처음 등장했던 2008년의 재기발랄한 그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는 형상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부정하는 전작 <Contra>를 통해 메인스트림에 정확히 안착했다면 이번 <Modern Vampires Of The City>로는 밴드만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한다. 상당히 고무적인 행보다. 변화의 기조가 약간은 감지되나, 아프리카의 색이 묻어나는 리듬에 신스 프로그래밍으로 미니멀하게 멜로디를 얹는 사운드 메이킹은 여전하다. 내부로부터의 변동을 이끌어내면서도 동시에 힙스터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최근의 기조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이다. 볼륨감으로 사운드 놀이를 하는 「Diane young」과 느긋함 속에서도 에너지를 터뜨리는 「Ya hey」, 몽롱한 청량감이 있는 「Unbelievers」 등이 올해의 뱀파이어 위켄드를 정의하는 트랙들. 재기발랄한 밴드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뛰어난 밴드다. 연이은 수작이다.

글/ 이수호(howard19@naver.com)



선정인(가나다 순, 20명) : 김도헌, 김반야, 배순탁, 소승근, 신현태, 여인협, 위수지, 윤은지, 이기선, 이대화, 이수호, 이종민, 임진모, 전민석, 정우식, 조아름, 한동윤, 허보영, 홍혁의,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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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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