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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엑소, 아이유… 2013년을 빛낸 가요 싱글

‘천재소년’ 김사랑의 「ICU」 부터 살아있는 것 그 자체가 전설인 ‘가왕’ 조용필의 「Bounce」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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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에서의 기록이 완성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의 시대상이라 할 만한 싱글들은 상당수 꼽을 수 있겠다만, 한 해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으로서의 싱글들을 추려보자 한다면, 글쎄, 과연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순위에서의 기록이 완성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의 시대상이라 할 만한 싱글들은 상당수 꼽을 수 있겠다만, 한 해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으로서의 싱글들을 추려보자 한다면, 글쎄, 과연 그 수가 얼마나 될까. 대형기획사와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으며 작년 한 해 강세를 보였던 주류 신(scene)이 올해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인 형상이다. 그렇게 생긴 빈틈을 가지각색의 음악들이 채우고 또 메웠다. 한 해를 정의내린 싱글들을, 정의한 싱글들을, 그리고 정의할 수 있었던 싱글들을 이 자리에서 정리해보았다. 이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들과 외부에서 활약 중인 음악평론가들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으며 순서는 가나다순으로 순위와는 무관하다.


   김사랑-ICU

「ICU」의 뮤직비디오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김사랑’이라고 적힌 묘비에 “나는 18살이다”라는 익숙한 문구가 써있고, 이를 발견한 김사랑은 (분노하며) 숫자 ‘18’위에 ‘32’라고 적는다. 그가 데뷔한지 14년, 그는 비로소 ‘천재소년’, ‘제2의 서태지’의 압박에 맞서는 ‘32살 김사랑’이 되었다.

그는 앨범 작업의 A-Z까지 모두 혼자 만들어내는 원맨밴드를 고수하고 있다. 원맨밴드는 속도는 더디지만(실제로 이 앨범이 만들어지는데 6년이 걸렸다), 뮤지션의 내면 세계를 내밀하고 심도 깊게 구축한다. 거대한 서사구조로 이루어진 곡은 ‘강박’과 ‘갈등’을 점차 ‘포용’으로 감싸는 과정을 그려낸다. 후반부 아기 울음소리와 교차되는 거대한 ‘사이렌’은 자신이 만든 음계를 집어삼키며 모든 걸 ‘평온’한 무(無)의 상태로 리셋한다. 천체를 찢고, 세계를 송두리째 전복하는 소리.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파열음. 그 통쾌함이 「ICU」안에 존재한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다이나믹 듀오-Baaam (feat. Muzie of UV)

셔츠를 끝까지 잠그고 스냅백을 거꾸로 썼던 2013년, 대중들에게 힙합은 패션이었다. 이에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은 유행에 민감한 20대 여성층을 사로잡기위해 스타일리쉬한 싱글들을 양산해냈다. 비슷비슷한 랩과 비트들이 의미 없이 흘러갔지만 「Baaam」 은 달랐다.

따라갔지만 따라하지 않았다. 다듀 본연의 색을 띠고 있다. 트렌드로부터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초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가사와 그에 맞는 플로우, 수준 자체가 다른 펀치라인과 울렁대는 비트에 펑키함을 더해주는 보코더 솔로까지. 한 곡 안에 다양한 장치들을 심어놓았다. 어린 힙합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감각적으로 낙오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14년 째 랩을 할 수 있었던 열정과 동일할 것이다. 여전히 셋보다 나은 둘 다이나믹 듀오,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

글/ 전민석(lego93@naver.com)

   서인영-나를 사랑해줘

과거 모 프로그램에서 서인영이 부르는 ‘서방~’이라는 두 글자만해도 어딘지 모르게 묘했다. 과하지 않은 콧소리에 무언가 해주고 들어줘야만 할 것 같은 마성의 목소리.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를 사랑해줘’라는 ‘요구사항’을 지나칠 수가 없다. 내님 없는 하루는 어두운 터널과 같고, 홀로 거울을 보며 내 님의 미소를 그린다. 이 얼마나 애처로운가. 쓸쓸한 노랫말은 상큼한 디스코 풍의 비트와 스카프 안무 신공이 어우러져 깜찍한 응석으로 녹여냈다. 몇 해 전에 선보였던 「리듬 속으로」, 「Oh my gosh」는 ‘센 언니’ 콘셉트에 몹시 취중을 했던 탓인지 반감을 샀던 적이 있지만, 이번 곡은 노랫말, 멜로디, 안무, 패션 등 다채롭게 선보였다. 서인영 자신의 색채를 적당히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리듬감이 통했던 것이다. 서인영이 불러내는 사랑스런 ‘조르기’는 계속 들어주고만 싶다.

글/ 허보영(stylishb@hanmail.net)

   선우정아-뱁새

평범한 마음을 평범하지 않게 노래해 비범하다. 누구에게나 내재하는 상대적인 열등감,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의 심정을 특색 있는 가창과 개성 가득한 그루브로 전하며 선우정아는 독창적 음악세계와 보편 정서를 동시에 포획했다.

잘난 당신에 비하면 늘 초라한 나지만, ‘나도 새’라는 뱁새의 푸념은 꽤나 당당하고도 씩씩하다. 비교와 자학(?)과 울분(!) 끝에 도달한 ‘나는 나’라는 결론은, 달리 말하자면 어울리지 않은 남의 옷을 억지로 껴입을 필요도, 애초에 황새를 좇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깨달음이다. 다리가 짧은 뱁새에게는 황새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귀여움이 있다는 것을 노래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곳곳에 배치된 사운드 조각들 하나하나가 뱁새의 생김처럼 발랄함으로 통통 튄다. 위트와 공감, 집중도 높은 스토리텔링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올해의 수작!

글/ 윤은지(theothersong@naver.com)

   술탄 오브 더 디스코-오리엔탈 디스코 특급

디스코를 다스리는 군주라는 콘셉트에 이를 적극 반영한 재치 있는 가사, 16비트의 경쾌한 펑크(funk) 리듬은 올 한 해 가요 신에서 제일 흥미로운 곡들 중 하나를 만들었다. 수많은 음악이 빠르게 부침을 겪는 홍대 인디의 흐름 때문에, 그리고 다소 재미에 무게가 더 쏠리는 듯 하는 레이블의 특성 때문에, 그 구심점이 다소 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연주력이나 진행, 사운드의 질감 등으로 보이는 곡 자체의 완성도는 흠 잡을 곳이 없다. 콘셉트 메이킹이 비록 이 밴드의 시작점이라고 하기는 해도 음악을 건드리는 큰 장해는 될 수는 없다. 밴드의 생명력을 고려하면서부터는 다소 문제가 될 만하지만 일단 싱글만으로는 분명 훌륭하기 그지없다.

글/ 이수호(howard19@naver.com)




   아이유-Modern times

‘나는 알아요 슬픈 그댈 온 세상 사람들 그대를 보면서 웃어도 / 못 살게 구는 사람들 없는 먼 길을 떠났다고 난 믿을래요 / 이젠 웃어요 다 괜찮아요 또 봐요 미스터 채플린’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이유는 분명 성숙해졌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이 곡은 그에 대한 좋은 증거다. 마냥 어린아이 같지도, 지나치게 어른스럽지도 않은 음색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노련하게 소화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듬과 목소리는 여전히 밝다. ‘섹시’와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끌어온 노랫말은 유쾌함 가운데 고민과 슬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부정하지 않고 기로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글/ 위수지(sujiism@naver.com)


   엑소-으르렁

올해 초까지만 해도 2013년은 돌아온 기성세대들의 활약으로만 장식될 줄 알았다. ‘가왕의 귀환’ 조용필과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의 기세는 그만큼 높고 강했다. 매너리즘과 안일한 의식에 빠져 산산이 부서진 듯했던 젊은 음악의 손을 일으킨 것은 의외로 아이돌 그룹 엑소였다.

바로 직전에 발표된 싱글 「늑대와 미녀」 가 퍼포먼스의 일조에도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반면 「으르렁」 은 완벽한 퍼포먼스의 승리였다. 긴장감을 높이는 구성과 단순함을 통한 중독성에 치중한 곡은 12명의 멤버가 펼치는 군무와 그를 잡아내는 현란한 카메라 워크를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아이돌이 그들만의 매력을 주조하고 이슈의 대상으로 올라서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으르렁」 은 그 답이다.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고 즐기면 느끼게 되는 올해의 아이돌.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이스턴 사이드 킥-이빨과 땀

견고한 짜임을 갖춘 전체 악곡의 구조, 듣는 이로 하여금 흥을 돋우는 리듬 전개가 호탕한 로큰롤 사운드를 만났다. 고한결과 류인혁이 함께 뽑아내는 멜로디컬한 기타 라인은 흡사 초기 스트록스(The Strokes)를 떠오르게 하며(정작 본인들은 부정하지만), 남성미 넘치는 오주환의 걸걸한 보컬은 펄 잼(Pearl Jam)의 에디 베더(Eddie Vedder)가 연상된다. 이에 가미된 배상환의 선명한 베이스 라인과 고명철의 탄탄한 드럼 연주의 ‘탁월한 어울림’은 이스턴 사이드 킥(Eastern Side Kick) 최고의 트랙을 창조해냈다. 이들의 음악은 변함없이 여전하다. 그렇기에 밴드를 향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개러지 록과 그런지의 호기로운 장점만을 취사선택하며 환상에 가까운 밴드 앙상블을 자아냈다.

글/ 신현태(rockershin@gmail.com)



   이승철-My love

발라드인데 좀 더 속도감을 당기고 비트를 가른다는 것은 리듬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로 여기서 이승철이 원하는 ‘작은 변화’를 찾았고 지체 없이 이것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승철 아닌 것’으로 가지만 그렇다고 그의 신념이라고 할 ‘대중주의’에서 결코 이탈하지 않는다. 결과는 단숨에 우리의 귀를 사로잡을 만큼 대중적이되 꽤 에지하고 입체적이다.

발라드지만 인트로부터 리드미컬하게 구성함으로써 시대적 감수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승철의 필승카드가 된 작곡자 전해성 곡의 승리. 하지만 ‘보컬의 신’인 이승철이 불렀기에 수작 팝 발라드로 수직상승이 가능했다. 이승철은 2013년에도 강했다.

글/ 임진모(jjinmoo@hanmail.net)



   조용필-Bounce

가왕의 반전은 2013년을 지배했다. 그 또한 늙었으려니, 추억과 함께 서서히 퇴장하는 가수이겠거니하며 수군대는 사람들의 편견을 겨누었고, 그 과녁을 향해 발사된 화살은 전 세대를 꿰뚫으며 예상외의 엄청난 호성적을 기록했다. 음원이 잘 나가는 노래, 음반이 잘 나가는 노래는 있어도 범세대적인 ‘히트곡’은 찾아보기 힘든 요즘, 60이 넘은 나이에 이뤄낸 성공은 분명 쏠림현상이 심한 가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건중의 사건이었다.

리드 싱글로 간택된 「Bounce」 는 가수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그대로 투영된 이번 변신의 핵심이다. 경쾌한 피아노 터치와 싱그럽게 어우러지는 디스토션, 무엇보다 여전히 귀에 ‘꽂히는’ 보컬은 충분히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그야말로 그간의 관록과 철저한 자기관리 및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탄생된 자기혁신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이렇게 그는 이 한 곡으로 과거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던 ‘레전드’라는 단어가 지금을 있는 힘껏 달리는 자에게 더욱 어울리는 것임을 증명했다. 고로 ‘살아있는 전설’이란 말은 틀렸다. 조용필은 보면 알 수 있듯, 전설은 살아있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에.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선정인(가나다 순, 20명) : 김도헌, 김반야, 배순탁, 소승근, 신현태, 여인협, 위수지, 윤은지, 이기선, 이대화, 이수호, 이종민, 임진모, 전민석, 정우식, 조아름, 한동윤, 허보영, 홍혁의,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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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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