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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우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할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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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서울 마포구 에코브릿지카페에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발간 기념으로 세 남자의 대담이 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 남자가 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대담은 문학평론가 허희, 소설가 최민석,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하루키 읽기’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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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처음 만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허희 : 하루키가 1949년생이다. 그럼에도 청춘의 작가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런 감수성을 가졌을까 놀랍다. 두 사람에게 하루키는 어떤 작가인가?

최민석 : 하루키 독자로서 경악했던 순간이 있었다. 『상실의 시대』가 나왔을 때 머리를 짧게 자르고 허공을 응시하는 하루키의 프로필 사진이 이십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제임스 딘의 사진이 박제된 것처럼 하루키는 영원히 그 나이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년 전 프로필 사진이 (나이 든 모습으로) 바뀌었더라. 경악했다(웃음). 그동안 젊음의 상징이었는데 말이다. 하루키를 처음 읽은 것은 소설가가 된 이후였다.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이 됐다. 소설가가 안 됐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웃음), 모른 척 하자니 아깝고, 먹고살자니 막막해서 본 것이 하루키였다. 1995년 여자친구 집에 갔었는데, 마침 『상실의 시대』가 있었다. 이 양반처럼 쓰면 팔리는 구나, 하면서 읽었다. 첫 느낌이, 아 이게 뭐야. 이상했다. 거대한 이야기, 음모도 사랑도 없고, 그냥 스무 살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끝난다. 덮고 난 뒤 감정이 응축되고 어느 순간 발효돼서 석 달 뒤 다시 보게 되고 4~5번 더 읽었다. 부끄러워서 발표는 안 했지만, 『상실의 시대』와 매우 유사하게 써놓은 작품도 있다. 그걸 본 사람이 ‘상심의 시대’ ‘시대의 상심’ 등과 같은 제목으로 내라고 하더라(웃음). 그만큼 나에겐 영향을 많이 끼친 작가다.

허지웅 : 1990년대 하루키 열풍이 일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 하루키의 다른 단편 등을 읽었다. 『상실의 시대』만 보고 느꼈던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았다.

허희 : 내게도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가 처음이었다. 당시 ‘걸면 걸리는’ 걸리버폰 광고에서 기차를 탄 예쁜 여자가 읽고 있는 책이어서 읽었다(웃음). 미성년자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걸 늦게 접했다면 내 스무 살이 좀 더 모범적이지 않았을까(웃음). 맥주와 재즈, 성적인 부분이 내게 굉장한 충격을 줬다. 두 사람,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최민석 : 하루키 에세이 중에 좋아하는 것이 『무라카미 라디오』다. 나와 즐겨하는 것이 비슷한 거라. 맥주, 재즈, 60년대 록큰롤 등 공통점을 많이 느껴서 하루키에 대해 조사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월10일생이고, 나는 1월 2일생이다. 또 A형이 공통점이다.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서 관심을 더 관심을 갖게 됐다(웃음).

허지웅 : 나는 하루키와 라이프스타일에서 닮은 건 없고, 『상실의 시대』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경우는 많이 봤다. 주인공 와타나베를 따라하지만, 소설처럼 여자에게 그것이 통하진 않고, 어느 순간 사회적 부적응자가 되는(웃음).

허희 :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런 말을 하는데, 작가에겐 체력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최민석 :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해도 장편을 쓰려면, 최소 두 달 정도는 걸리거든. 초고 쓰는데 2~3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쓰기도 한다. 앉아 있는 시간과 영혼이 그 작품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몸과 영혼이 건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하루키는 굉장히 체력 관리를 잘 하는 작가다.

허지웅 : 잡지사 기자로도 일해 봤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한다는 것은 목표한 만큼 쓰지 못해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앉아 있으면 어찌됐든 써진다. 그래서 체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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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들

허희 : 하루키의 작품을 보면 연애할 때 써먹고 싶은 그런 문장이 있다. 하루키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기억에 나는 문장이 있나?

최민석 : 집에 있는 하루키 책을 갖고 왔다. 펼쳐보니 밑줄을 굉장히 많이 그었더라. 뭘 읽어야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꼽은 하루키의 문장은 이것이다. 『상실의 시대』 에서 와타나베가 행인을 만난 뒤 하는 말이다. ‘아이쿠 이거 죄송합니다’라고 했지만 죄송하지 않은 말투였다. 지나가는 문장인데, 우리는 이 책을 서정적인 책으로 많이 보지만, 하루키는 실은 굉장히 유머러스한 작가다. 에세이를 보면 입담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잘못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번역이 진지하게 됐는데, 원서는 어떨까 궁금하여 사서 읽어봤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느낌이 가볍고 속어도 많다. 돌격대가 나오는 부분이 이 작품 유머의 정점인데, 와타나베가 돌격대를 극진하게 간호한다. 돌격대가 다음 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맨손체조를 한다. 진지함 속에 그런 유머러스함이 있다. 이번 책도 그렇고, 한국 특유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번역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하루키 확산에는 싸이월드가 큰 역할을 했다. 요즘은 트위터다(웃음).

허지웅 : 내겐 이 문장이다. “재능이란 말이야, 육체와 의식의 강인한 집중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해. 뇌의 어느 부분에서 나사가 하나만 빠지거나, 아니면 육체의 어딘가 연결선 하나만 툭 끊어지면, 집중 같은 건 새벽안개처럼 사라져 버려. 예를 들어 어금니 하나가 욱신거리기만 해도, 어깨가 심하게 결리기만 해도, 피아노는 제대로 칠 수가 없어. 사실이야.”

『상실의 시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상이 있다. 나는 나오코를 정말 싫어하거든. 나오코과의 여자는 골라내서 따로 섬에 살았으면 싶은데(웃음). 그런 사람들을 양산한 책임이 하루키에게 있다고 본다. 하루키의 사설은 좋아한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하루키가 칼럼(주. 하루키는 지난해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아시아 국가 간 영유권 갈등을 우려하면서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정치권을 겨냥한다.)을 쓴 것이 있는데, 참 좋더라. 저널리즘적인 건조한 문체, 단문 위주로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참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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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작품에 대하여

허희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하루키의 등단작이다. 이 작품을 보면, 주인공 대학생이 고향에 와서 하는 일이라곤 맥주 집에 가는 것뿐이다. 한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애용하는 바나 함께 술을 자주 마시는 친구가 있나?

최민석 : 단골 맥줏집이 있다. 그 집 사장이 혼자서 오는 손님 딱 2명만 받는데, 한 분은 아주 과묵한 분이고, 나머지 하나가 나다(웃음). 오전에 작업하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적적하면 ‘섬’이라는 이자카야 주점에 간다. 내 소설에서 주인공이 가는 가게는 모델이 있다. 학생 때 나는 맥주여행을 했다. 내가 마셔본 최고의 맥주는 크로아티아 생맥주였다. 그 다음이 독일 생맥주, 일본 생맥주다.

허지웅 : 연희동 기사식당 골목에 자주 가는 곳이 있다. 단골집이라기보다 술 마시는 걸 워낙 좋아해서 술이 있으면 어디든 간다. 홍대 부근의 줄 서서 먹는 가게는 싫어한다. 홍대에 아직 맛집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애처롭다(웃음).

허희 : 『1973년의 핀볼』, 하루키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핀볼처럼 애용하는 게임이나 즐기는 취미가 있나?

허지웅 : 게임은 어렸을 때는 부루마블을 좋아했는데, 그 당시에는 외국 것을 베낀 보드게임이 많았다. 지금은 게임에 집중을 못하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옛날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는 느낌이다.

최민석 : 하루키가 집요한 면이 있다. 하나의 주제를 타면 큰 사건 없이 집요하게 이끌어간다. 어느 정도냐면 30년 전 이야기한 것을 나중에 어떻게든 쓴다. 『무라카미 라디오』에 보면 <식당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챕터가 있다. 그 챕터 끝에 보면 체코 열차의 식당 칸에 앉아서 그 풍경을 묘사한다. 다 좋았는데, 음식이 맛이 없었다고 말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만큼 맛이 없었다면서, 포르말린 병에 손가락을 담아서 다닌 여자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다. 그게 서른다섯 살 쯤에 쓴 글인데, 지금 육십 다섯이 된 이번 책의 256페이지에 보면 포르말린에 손가락을 담고 있는 여자가 나온다(웃음).

허희 : 이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보면서 어땠나?

허지웅 : 하루키의 책을 보면 꾸준하게 미도리와 나오코의 콘셉트가 이어진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를 떠나서 나는 건강한 여자가 좋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문제는 그것을 빌미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녀를 죽인 것이 쓰쿠루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궁금해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최민석 : 하루키의 인물 가운데 나오코보다 미도리가 좋고, 쿠로가 좋다. 그들은 마치 꿈처럼 나오는데, 하루키 소설에 보면 그런 게 많다.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게 있다. 하루키가 영화학과를 나왔다. 그래서일까. 앞선 일본 영화감독들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본다. 한국 독자 입장에선 명확하지 않은 것이 낯서나, 일본에서는 1950년대부터 이런 인물과 분위기가 존재해왔다.

허희 : 만약 다자키 스쿠루처럼 순례를 떠난다면?

최민석 : 매년 나는 유서를 쓴다. 그렇게 유서를 쓸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전화를 한다. 글쓰기 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글을 못 쓴다. 순례를 떠난다면 그냥 계속 걷고 싶다. 언젠가는 한 번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

허지웅 : 다자키 스쿠루의 그런 여행이 안 좋은 점은, 나에겐 좋은데, 상대에겐 착각을 줄 수 있다. 화해하려는 줄 아는 거지.

허희 : 오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지웅 : 감당해내지 못할 사람과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생각을 갖고 산다면 이 세상도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최민석 : 하루키의 이번 책을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렸다. <설국열차>를 본 느낌과 비슷했다. 애증의 관계! <설국열차>도 오래 기다렸고, 개봉하는 날 네 번을 갔다. 계속 매진돼서(웃음). 이 책도 굉장히 오래 기다렸다. 일본에 가면 아직 번역돼서 나오지 않은 하루키 책을 한 권씩 사온다. 이 책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갈릴 수밖에 없다. 한 작가, 한 예술가를 응원한다면 훌륭한 작품, 범작, 아쉬운 작품까지도 수용을 해야 한다. 그렇게 응원하고 믿어줄 때 다시 좋은 작품이 나올 거거든. 계속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루키 작품을 읽고 있다. 곧 양억관 씨의 번역으로 『노르웨이의 숲』이 나올 텐데, 날것 그대로 번역하니까, 그것도 사랑해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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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 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일본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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