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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 - 한비야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경새재 도보 여행’ 한비야와 아이들, 세계시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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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동맥입니다. ‘한비야 루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하네요. 자, 함께 출발해 볼까요? 문경새재에서 한비야 선생과 아이들이 어떻게 거닐었는지, 알아볼까요? 아이들은 문경새재와 어떻게 친해졌을까요?

시끌벅적합니다. 한비야 선생이 등장했기 때문이네요. 특유의 하이톤이 공기 중에 퍼집니다. 에너지 또한 금세 전이되네요.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이에요. 참 신기합니다. 한비야 선생은 주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능을 지닌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엄마 혹은 아빠가 함께 한 선생 주변을 에워싸고 연신 사진을 찍어댑니다. 웃음이 터지고, 환한 기운이 완연합니다.




이날 6월6일 현충일 아침, 서울 충정로. ‘한비야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경새재 도보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풍경입니다. 아이들과 그들을 배웅하기 위한 엄마ㆍ아빠들이 가득하네요. 역시 ‘한비야’입니다. 그날따라 살짝 불어온 바람이 한비야 선생을 데려온 것일까요. 바로 전날 스위스 제네바의 UN회의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이렇게 아이들과 배낭을 둘러매고 여행을 떠납니다. 무척 피곤할 것도 같은데, 그런 기색이라곤 없습니다. 역시, 바람의 딸!

지금 그는 UN 중앙긴급 대응기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는 굶은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기회를 한 번씩 갖는 세상을 꿈꿉니다. UN이라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일을 하는 것도 그런 꿈을 위한 것이기도 할 텐데요. 여전히 그는 세계를 고민하는 세계시민임을 확인할 수 있네요.

그를 지칭하는 타이틀은 또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그는 100만부도 넘게 판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에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비롯,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세트(전4권),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그건 사랑이었네』 등. ‘한비야’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는 이 책 모두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도 잇따라 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 이어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전2권)까지. 이날의 걸음은 바로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출판기념으로 마련된 행사였죠. 출판사에서 초등학교 4~6학년 30명을 초대했고, 문경새재 나들이는 그렇게 마련된 거죠.

이날 택한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동맥입니다. ‘한비야 루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하네요. 자, 함께 출발해 볼까요? 문경새재에서 한비야 선생과 아이들이 어떻게 거닐었는지, 알아볼까요? 아이들은 문경새재와 어떻게 친해졌을까요?


“아이들, 무조건 놀아야 한다”




문경새재에 발을 디딥니다. 맑은 6월의 하늘이 반기네요. 옛길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이동상인이 한비야 선생을 알아보고 인사와 함께 음료를 건넵니다. 서울이 아닌, 부모가 없는 어딘가에 와서 신이 난 아이들 뒤로 걸으며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놀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놀아야 해요. 그게 한비야 스타일이에요. (웃음) 여행을 갈까, 말까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공부나 여행은 돈을 빌려서라도 꼭 지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노는 것도 습관이고 훈련이며, 기술이에요.”

격하게 동의합니다. 대한민국, 놀 줄 모릅니다. 노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억압합니다. 그러니 놀 줄도 모릅니다. 노는 방법을 알 턱이 없죠. 놀 줄 모르니, 이를 분출하지 못해 엉뚱한 사고를 칩니다. 곪아 터지는 거죠. 놀 줄 모르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합니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죠.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고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도 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인 32위를 기록했을 정도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은 OECD 1위의 불명예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요.

과연,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은 심정에서도, 아이들을 보면 더욱 미안해집니다.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해서. 어른들 욕심과 욕망에 아이들까지 휘말리게 해서. 아이들이 옛길 박물관에 관람하러 간 사이, 한 선생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의 인생을 살지 말 것!


질문

어린이를 위한 책,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답변

어린이를 위한 책이 나오니 매우 좋아요. 처음에는 낼 생각이 없었어요. 농담처럼 100만부가 팔리면 (어린이책을) 내겠다고 그랬어요. 100만부, 꿈도 꾸지 못했던 부수니까, 안 내겠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100만부가 팔린 거예요. 그래서 내게 됐는데, 아주 기뻐요. 내 책 중에 가장 좋아요. 나오고 나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웃음) 책도 무척 예쁘게 나왔고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 하늘, 흙, 별, 보름달을 보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일부러 의미를 찾으려고 읽는 건 아닐까 염려도 돼요. 우선 재미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책 자체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뭐가 좋고 의미가 있으며, 아포리즘에 대한 훈련을 받고 읽는 건 아닐까? 뿌듯함 반, 걱정 반, 그래요. 독후감과 같은 목적을 갖고 읽는 게 아니면 좋겠어요.

질문

아이들이 어른의 영향을 너무 받는 것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답변

아이들이 총체적으로 즐겼으면 좋겠어요. TV나 게임 외에 자연에 가장 풍성하고 큰 재미가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았으면 해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면 되는데, 요즘 어른들이 그걸 잘 못해요. 하늘, 별, 구름, 꽃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거든요. 자연이라는 샘, 자연이라는 또 다른 세상 말이죠. 이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조그만 것에도 감탄하는 버릇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질문

세계 시민을 강조하고 계시잖아요.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하고.

답변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보고, 세계를 무대로 사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세계를 무대로 사는 게 대단히 큰일도 아니에요.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은 사실 좀 별난 아이들이에요. 요즘 초등학생들이 제게 편지를 보내긴 하는데, 아이들이 되고 싶은 게 한정돼 있더라고요. 연예인이나 의사, 판사, 변호사 등과 같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든지. 책은 저자와 내가 만나는 것이고, 내가 가보지 않고도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가령, 나만 해도, 방송(<무릎팍 도사>)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과 책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책 본 사람이 훨씬 더 반가워하고, 살가워요. 반가워하는 정도나 악수의 힘이 다른 거죠.

질문

아이들이 어른들 때문에 너무 무기력해졌어요. 어른들이 참 못할 짓 하는 것 같고요.

답변

사람에게 생각의 뿌리가 어떻게 내려지겠어요! 책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이번 학기부터 대학생을 가르치는데, 대학생이 되면 더 이상 꿈이 없대요. 여태껏 엄마, 선생, 사회의 꿈이었을 뿐이었다는 거죠.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저는 일기를 쓰라고 해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거든요.

질문

걷기라면 이제 달인일 듯한데, 걷기의 매력이라면 무엇을 꼽고 싶나?

답변

도보여행은 여행 중 최고이자, 종합적인 여행이에요. 걸으면서 생각을 하고 냄새도 맡으면서 오감으로 느끼죠. 걸어보면 알아요. 걷는 것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요. 걸으면서 생각이 차면 또 쓰게 돼요. 물론 아이들에게 그걸 강요하거나 요구하면 안 되죠. 흥에 넘치면 쓰고, 아니면 말고. 기록을 위한 기록은 그것 또한 기술에 지나지 않게 되거든요.

질문

책은 주로 어떨 때 읽으세요?

답변

제겐 그냥 습관이에요. 비행기에 타서 책을 많이 읽어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도. 비행기에서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요. 전화도 안 오고,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질문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또 요즘 특별히 하고 계신 거라면?

답변

『고독의 위로』라는 책이 있고, 장자 책도 읽기 시작했어요. 혜민 스님 책과 같이 약간 짧고 가벼운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거라면,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나중에 중국어로 강의도 하고 싶고요. 저는 아직 꽃 피지 않았어요. 열매도 맺지 않았고요. 에너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저는 에너지를 한곳에만 쓸 뿐이에요.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거죠.

남이 정해준 목표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인생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꽃마다 피는 때가 다르듯 개인마다도 개화시기가 달라요. 나도 젊을 땐, 야, 너 라고 불렸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어요. 저는 가을에 피는 꽃이에요. (웃음)

질문

한국엔 일정한 때가 되면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시간표가 있는 것 같아요.

답변

자기의 속도는 자기가 잘 알아요. 대신 세상은 노력하는 사람의 편이죠. 내가 노력하는 한 세상은 나의 편이에요. 그게 원한 것이 아니더라도, 하드웨어가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받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노력하는 제가 마음에 들어요. 나이 50에 성장을 멈추는 건 슬픈 일이에요. 전 아직 풀어보지 못한 선물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커서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우리사회는 조로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50대면 뭔가 할 나이인데, 절반 밖에 안 살아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래서 저는 새로운 것을 늘 배우고, 배우는 것이 재밌어요.

질문

어릴 때, 롤모델이 있으셨어요?

답변

저는 롤모델이 없었어요. 그래서 20대 한비야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우리는 사회적 고아 같아요. 언제까지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야 할까요? 어른 노릇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해주지도 않고. 멘토 없는 시대는 우리 세대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질문

지치고 힘들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어떻게 하세요?

답변

일기를 매일 쓰고 일기에 다 털어놓아요. 그리고 수녀였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있고,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 그러면 마음에 찌꺼기가 남질 않아요. 무겁지 않고요. 셋 중에 하나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상처도 안 남고, 깊은 상처가 되기 전에 치료가 돼요. 저는 일기를 쓰지 않았으면 건달이 됐을 거예요. (웃음)

절 멘토라고 해주면 참 부러워요. 전 멘토 없이 살아서. 멘토 노릇 잘 하고 싶은데, 저는 지금 비정규직인데, 지금 뭔가를 열심히 해하니까 멘토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도 하더라고요. (웃음) 좋은 기운은 남에게 준다고 내 에너지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내 안의 불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내 불이 좋은 에너지였으면 좋겠고. 한비야 선생은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표상의 한 분이죠. 자존감도 그만큼 강하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그를 멘토로 삼고, 롤모델로 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많은 우리는 어이없게도 남의 인생을 삽니다. 남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도 살고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이 투사됩니다. 어미 혹은 아비의 욕망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아이들을 억압하죠.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억지 위안하면서. 정작 아이들의 마음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러니 멘붕의 시대, 그냥 온 것이 아니에요.



“휘황한 거리에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넘치건만 왜 갈수록 나를 잃어버리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의 실종에 불안하면서도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닫힌 회로. 출구 없는 일상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나’를 찾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김선우 지음|청림출판 펴냄) 중에서)

문경새재에 핀 꽃들




그리고 본격적으로 문경새재를 두 발로 밟는 시간. 한비야 선생이 “지도 밖으로”를 외치고, 아이들이 뒤를 이어 “행군하라”는 함성을 지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의 향연도 보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흠뻑 취해도 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그래서 아이인 것이고, 그래야 아이인 법이죠. 한비야 선생을 둘러싸고 온 신경을 기울이는 아이들의 모습, 어쩌면 이 아이들은 행운아인 듯싶네요. 문경새재를 그와 함께 거닐다니.

재잘재잘 묻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아이들이네요. 그에게 찰싹 들러붙어 재잘재잘 댑니다. 그리고 한비야 선생은 그 하이톤으로 친절하게 받아주고 이야길 나눕니다. 그리스 경제위기를 말하고, 아랍의 봄을 이야기합니다. 요즘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시리아도 빠지지 않습니다.

“시리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어? 아이들을 죽였어! 나쁜 놈들이지.”

훌라 대학살 등 계속된 참극이 빚어지고 있는 시리아. 아이들에겐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참 슬픈가 봅니다. 어린이와 여성까지 포함된 학살. 정부군은 치안을 명분으로 하마시 인근의 알쿠바이르와 마르자프 두 마을에 들어가 두 살도 안 된 아기를 비롯, 아이와 여자들도 무참하게 살해했습니다. 세계화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고, 이 지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어디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아닐까요. 한 선생은 아이들에게 계속 강조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계시민이야. 나를 비롯한 우리를 생각하고,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도 전 세계에 굉장히 많아.”

아이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무엇을 말하는지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 이 말들이 그들의 마음에서 타오를 날이 있을 거라는 것, 저는 확신을 할 수 있습니다. 삶은 늘 작은 것이 모여 강을 이루고, 때론 위대함을 만드는 법이니까요. 옆에서 거닐던 11세 소년, 몸이 옛날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쉽니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녀석이 싱긋 웃습니다. 저도 따라 웃습니다. 그리곤 녀석이 냅다 뜁니다. 그리고선 말합니다. 그래도 뛸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은 있어요.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그래 내가 너에게 졌다. 유, 윈.




아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이 납니다. 특히 도시 아이들이라 그런 것일까요. 땅에 있는 애벌레가 신기한지 몇 명이 모여 있네요. “예쁘다”고 거듭 감탄을 하는 소녀. 애벌레를 들고 한비야 선생에게 달려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 참 사랑스럽습니다. 이토록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세상에 감탄할 줄 아는 아이들인데, 우리는 이들을 너무 가둬둔 것은 아닐까요.

한비야 선생에게 결혼했느냐고 묻더니, 하지 않았다는 답을 듣자, 방송프로그램 <짝>에 나가라고 부추기는 아이들. 여자 O호하면 된다며, 출연을 거듭 촉구합니다. 한 선생, 폭소를 터트립니다. 그리곤 그는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짝>이 재밌어? 예. 왜? 그냥요. 해설이 재밌어요. 이윽고 그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 “너무 예뻐, 너네들.” 역시 격하게 동의.

질문도, 궁금한 것도 많은 아이들. 돌아가면서 한비야 선생의 곁에서 끊임없이 조잘댑니다. 한 소녀는 엄마와 자신이 손수 쓴 편지를 수줍게 건네기도 하고, UN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소녀도 있습니다. 그렇게 거닐다 계곡에 발을 담급니다. 아이들, 여기서도 가만있질 않네요. 역시 그래야 아이들인 법. 빠지고 또 빠지는 아이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습니다. 무릎이 까지고 옷이 다 젖어도, 이들의 6월6일은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올챙이도 잡고, 한비야 샘도 만나고.

그렇게 훌쩍 문경새재를 다 휩쓸고 다니고 저녁식사까지 든든하게 했어요. 각자 들고 온 책에 한비야 선생의 사인도 받고요.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각자 피곤했던 문경새재 도보여행, 곯아떨어진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떠올렸습니다.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www.7promise.com)’. 결혼도 않고, 아이도 없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닌, 야만과 폭력의 세상을 물려줘서.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저는 이 말을 철저히 믿어요. 아이를 상품으로 키우는 시대의 교육, 아이들은 죽어갑니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학원이라는 감옥을 돌며 시들어 가죠. 그런 아이들을 위한 내가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에 서명을 했고, 그렇게 조카들 혹은 아이들에게 7가지 계명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2.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4.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5.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아이들에게 연민을 쏟을 것은 아닙니다.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세상이 쉽게 변할 수 있다고 허풍을 떨 순 없습니다. 좋은 어른이 될 자신은 없지만,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 이날 함께 문경새재를 거닌 아이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어요.

한비야 선생은 좋은 어른인 듯 싶습니다. 그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한비야’를 입에 단 이유가 충분하더군요. 콘셉트이자 개념이라는 ‘세계시민학교’의 교장으로서, 그녀가 이날 이끈 행군은 아이들을 세계 시민으로 이끄는 단초가 될 겁니다. 이날 하루, 세계시민학교의 학생이 된 아이들, 당장 세계를 고민하거나 사유하진 않겠지만, 어느 훗날, 이날과 한비야를 떠올리면서 세상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하고자 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참 좋은, 6월 6일의 도보여행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러니까, 나의 일기인 셈이네요.



※ 국내에 출간된 한비야의 저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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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1 한비야 글/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1권에서는 전라남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문경 새재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한비야의 국토 여행에서 주된 관심사는 ‘자연’과 ‘사람’이다. 자동차를 타고 쉽게, 빨리 오갈 수 있는 편한 길을 두고 ‘걸어서’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 역시 자연과 직접 호흡하고 사람들과 몸으로 부대끼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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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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