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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김용민 PD "잃어버린 10년? 보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잡’놈 DNA를 가진 김용민 PD의 보수에 관한 이야기 『보수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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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CBS 프로듀서였고, 한때 교수였으나, 지금은 생계형 시사평론가로, '영광의 십쇄'(를 너끈히 돌파한) 베스트셀러 작가, '나꼼수' 프로듀서로 살고 있는 김용민 교수는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고, 해왔다.


향긋한 북살롱, 2012년 두 번째 주인공은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김용민 PD였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벌컥 흔들어놓았던 팟캐스트 ‘나꼼수’ 초기에는 에어컨보다 방송분량이 적다고, 잠만 잔다고 멤버들에게 구박을 받는 캐릭터였으나, 실제로는 팟캐스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편집까지 도맡고 있는 실질적 안주인이다. 정치인들의 개성을 살린 절묘한 성대모사로, ‘나꼼수’ 콘서트장에서는 누구보다 큰 웃음을 도맡고 있다.

김용민 PD는 이날도 ‘봉주 4회’를 편집하다 달려왔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직 CBS 프로듀서였고, 한때 교수였으나, 지금은 생계형 시사평론가로, ‘영광의 십쇄’(를 너끈히 돌파한) 베스트셀러 작가, ‘나꼼수’ 프로듀서로 살고 있는 김용민 교수는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고, 해왔다. 그의 인생역정, 인생 반전 스토리, 그의 책 『보수를 팝니다』에서 못다 한 보수에 관한 이야기를 이날의 북살롱에서 들을 수 있었다. 10분마다 한 번씩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잡’놈이 세상을 바꿔나갑니다


김용민은 트위터에 자기 자신을 ‘쥐뿔도 없는 잡놈’이라고 써두었다. 처음엔 그도 ‘잡놈’이 아니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이름있는 피디가 되고 싶었고, 대학강단에서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 와중에 정규 교원이 되고 싶어서 욕심내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논문 조금 쓰다 말았는데, 조금 쓴 논문을 보고 교수님이 격찬하셨습니다.(웃음) 그 이후로 ‘나꼼수’ 태풍이 휘몰아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칸드, 벤야민, 니체를 이야기하다가 여기서 성욕감퇴제를 얘기하고(웃음)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지식인 흉내를 참 내고 싶었어요. 교수님이 ‘인생의 70퍼센트는 후까시다.’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인생의 70퍼센트가 거품이라는 거 아닙니까. 30퍼센트는 본질이고. 그러면 원초적인 내 마음의 이야기, 근성을 남김 없이 보여주는 삶은 어떨까? 그래서 마이크 앞에서 막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언론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니고 잡놈입니다. 저에게 엄숙주의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어요. 잡놈이니까. 그런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꼼수’ 넷 다 잡놈입니다. 잡놈의 DNA를 가지고 있어요. 스티브 ‘잡’스를 보세요. 잡놈이 세상을 바꿔나갑니다.(웃음) 우리가 잡놈들이라는 걸 알아주시고, 뭐라고 까불건 간에 저희가 지닌 잡놈의 DNA를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왜 정치 책을 내서, 지식인인 척을 하느냐. 김용민 PD는 “보수에 관한 책이 많지만, 쉽고 간명하게 보수의 실존을 보여 드리고 싶어” 이 책 『보수를 팝니다』를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보수 청년들이 정보의 부족 때문에 보수의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본인 역시 한때 보수 청년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지만, 보수의 부도덕한 실체를 경험하고, 이를 비판하고 맞서는 과정에서 진보성향의 평론가로 거듭났다. 보수와 진보 모두를 겪어본 입장에서 우리나라 보수가 왜 득세해 왔는지, 하지만 왜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 명쾌하게 분석하고, 앞으로의 정치 흐름까지 예측하는 책이다.


어버이들 아픔에 공감은 못 하더라도 이야기 들어줘야


“조만간 대학로에 ‘BBK 실소유주’ 카페를 오픈합니다. 많은 어버이가 오실 것 같아서, 어버이들을 위한 메뉴도 개발했어요. ‘십전대운하탕’ ‘주진우롱차’ (웃음) 어버이연합이 꼭 보수적 가치 때문에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분들은 충분히 설득하면, 세상이 진보적으로 되는 데에 스스로 바리케이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한국전쟁을 경험한 분들은 당시 ‘생과 사’밖에 없었잖아요. 평화로운 일상을 망쳐놓은 주체가 북한이라고 생각했고, 군부정권과 맞서는 사람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았던 이원론적 사회 속에서 성장한 분들이죠. 이런 분들의 아픔에 공감은 못 하더라도 이야기는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민 PD는 김두식 교수의 한 칼럼을 소개했다. “김두식 교수님이 한번은 아버지에게 ‘이런 보수 우파는 오래 못 갑니다. 낡은 시대의 구습을 여전히 지니고 있고, 도덕성이 전혀 없는 보수 정권들을 보세요. 사리사욕 챙기는 데 대부분 역량을 쏟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해도 듣지 않으시더래요. 늘 그렇게 얘기하다 한번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 드린 적이 있었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쭉 들어주고 나니까, 아버지의 마음이 풀리고 그때부터 마음을 조금 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잃어버린 10년? 보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보수 세력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거기에 김용민 PD는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을 잃어버렸습니까? 그들이 권력을 잃어버린 겁니다. 권력은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거지, 보수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집권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영삼 때까지는 권력을 갖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권력을 잃었을 때, 보수 세력은 ‘쇄신’한다.

“닥치는 대로 바꿉니다. 한나라당의 혁신은 대단합니다. 경제 민주화를 당 정책에다 넣는다고 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에 포함하겠다고 외칩니다.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어디 갔나요? 최고위원이 4대강 비판하고. 변화가 대단합니다. 보수가 이래서 대단합니다. 무상 복지도 과감하게 수용하고, 날 선 안보도 포기하잖아요. 집권을 위해서. 오직 집권뿐이죠. 조금 있으면 이명박이 한나라당이었나 싶을 정도의 정책을 내보일지도 모릅니다.”

한나라당은 최근 새누리당으로 간판까지 바꾸었다. “우리 국민은 똑똑합니다. 이제는 잊지 않아요. 믿지 않아요. 올해 총선, 대선 때 새누리당이 어려운 싸울 할 거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정치를 잘못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포장하더라도 어떤 응징을 받게 되는지 알려주는 것도 새누리당에 도움이 될 겁니다.”

김용민 PD는 보수 정치가들이 “무엇보다 정치가 입신양명의 장”으로 여기는 점을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판사, 검사하다가 늘 존경만 받다가 정치를 하니 입신양명의 장으로 여기는 거예요. 박근혜를 보세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먼저 죽이지 않습니까? 이 나라 보수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박근혜 같은 ‘모태 보수’는 진보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보수의 정체성을 누가 보더라도 부정하지 않으니까요. 진보에 있다가 온 ‘기회주의 보수’들은 의심받을 까봐 약자 위에 더 군림하고, ‘수구 드립’을 날립니다. 이명박, 김문수가 기회주의 보수의 대표주자죠. 모태 보수 박근혜는 내가 보기에 나약해요.”



시사돼지로 8년, 신문 읽는 노하우


평범한 프로듀서였던 김용민 교수는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를 비판했다가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는 사장의 회계부정비리를 알게 됐고,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어 노조활동을 하다 정리됐다. “두 번 ‘짤린’ 경험의 트라우마가 큽니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멀리하고, 등지는 경험은 상처거든요. 저는 서로 신뢰하고 믿고, 아픔을 감싸주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렇게 회사 밖으로 나온 이후 생계형 시사평론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라디오 PD의 꿈을 갖고 있었어요. 언젠가 내 나름대로 미디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김어준 총수를 만나면서 그 꿈이 구체적이 됐어요. 『달려라 정봉주』에는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의원 둘이 시작하다가 내가 합류했다고 하는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웃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시사돼지 8년, 이제는 활자만 봐도 매체를 구분하고, 소제목만 봐도 기사의 의도를 파악한다고. 2004년 6월 27일부터 매일 아침 ‘이수경의 파워FM’에서 시사 브리핑을 맡고 있다. ‘조선, 중앙, 동아, 한국, 세계, 국민,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 아홉 개 일간지를 매일 아침 빠른 속도로 읽고, 꼭 알아야 할 시사 뉴스를 정리한다. 이날 북살롱에 참석한 독자들에게 ‘시사돼지’의 신문 읽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언제나 기사 첫 단에 기사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요약된 소제목들은 사건의 중요한 사례를 꼽아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 감별법도 있습니다. 한번은 중앙일보에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기사가 엄청나게 크게 났어요. 그때 중앙일보에 부동산 광고가 몇 면이나 나왔나 확인해봤습니다. 열두 면 나온 적도 있어요.

모든 매체는 사주의 필요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매체가 비판할 수 없는 뚜렷한 대상이 있는지 없는지가 그 매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중앙일보가 삼성을 비판하거나, 세계일보가 통일교를 비판하거나 조선, 동아가 사주인 방씨, 김씨 비판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모든 매체는 기본적으로 자본과 권력으로 독립되기 어려워요. 하지만 명시적으로 특정한 대상을 비판할 수 없다면 언론의 자격을 잃었다고 봅니다.”



2012년, 반드시 이기는 한 해가 됩시다


김용민 PD는 홍성 교도소에 있는 정봉주 의원에 대한 일화도 하나 소개해주었다. “정봉주는 아시다시피 4차원이라, 어떤 세대하고도 말이 잘 통해요. 그런 사람이 70년대 살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웃음)

그는 그 엄숙한 시대에도 늘 어떻게 하면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간지남’이 될 수 있을까 궁리했답니다. ROTC에 가면 여자들이 우러러볼 줄 알고 갔는데. 별로 호응이 없었대요. 친구한테 물어보니 요즘 대세는 운동권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데모하다 붙잡혔어요.”


당시 정봉주 의원은 차도 갖고 다닐 만큼 부유한 청년이었다고. 남들이 선전문을 손으로 쓰고 등사할 때, 혼자 초호화 컬러 프린트로 선전문을 인쇄해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처음에 그걸 선전문인 줄 모르고 광고지로 봤다는 거예요. 심지어 차도 몰고 다녔어요.(웃음) 그런 이유로 문익환 목사의 수행비서를 했습니다. 출소하는 운동가들을 자기 차로 모시고 다녔어요.

홍성 교도소에서 나오던 김근태 선생님도 직접 모셨죠. 그래서 감회가 남다를 겁니다. 민주화되고 나서 영어학원을 차렸는데, 오픈 행사 때 당시 노무현 낙선의원이 참석했어요. ‘여러분, 돈 많이 버셔서 정치 후원금 많이 내주십시오.’ 이랬다는 거예요. 그러다 2004년에 출마하겠다고 정치권에 뛰어든 거죠.”

통합민주당에서 정봉주 법을 꾸준히 운운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고 김용민 교수는 말했다. 선거가 치러지고 6월 초에나 개원이 될 텐데, 새로 국회가 차려지면, 그 자체로 많은 사안이 쏟아지기 때문에 처리가 속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카’가 특별히 풀어줄 수도 있지만,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니까요.”

“진보진영은 엄숙주의로 가득해서. 모든 문제에 대해 진지해야 하고, 가볍게 여기면 안 되고 무겁게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어요. 정봉주 전 의원이 그런 진보의 시대를 마감하고 유쾌한 진보정치의 새 장을 마련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교도소에서 하루 네 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어요.(웃음)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립다. 정봉주(웃음) 이 양반 정권 끝나서 나오면 할 게 없어. 대선 전에 나와야 하는데. 그래서 하루빨리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앞으로도 엄숙하지 않고 즐겁게 싸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용민 PD는 당부했다. “2012년 모두 꼭 투표하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듭시다! 김근태 의원이 이런 말씀을 남기셨죠. 세팅을 잘못하면 민주당도 망하고, 나라도 망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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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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