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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적 우리집은 아주 좁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책은 노끈에 묶인 채 구석에 쳐박혀 있었죠. 내 아버지도 다른 아버지들처럼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셨습니다. 저는 말을 잘 듣는 아들이었고 그래서 아버지의 책 중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죠.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은 사랑>은 정말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닭장 앞에서의 한 장면과 비오는 날의 한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장면들을 다시 읽기 위해 책을 접어놨다가 아버지에게 걸려서 혼난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늘 책을 읽으면 배울 게 많다고 하셨는데 전 아버지가 바랐던 것과는 좀 다른 걸 배우려고 했나 봅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독서에 재미를 붙인 것 같습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독서가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더 그렇고요. 재미있는 소설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던 거죠. 손에 재미있는 소설만 들고 있으면 간단하게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 다를 겁니다. 그리고 그걸 안다는 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쯤 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닐까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은 무엇인가요? 주된 독서 장르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SF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간한 책도 SF였고요. SF는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무한한 가능성이 저를 매료시키죠. SF는 마치 거대한 그릇 같아요. 그 속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는 그 그릇 속에 아주 커다란 것을 담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인생만큼 커다란 것은 없죠. 잘 될지는 모르지만 노력은 해 볼 생각이에요.

명사 소개

강태식 (197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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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문학가

최신작 : 굿바이 동물원 (개정판)

1972년생.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굿바이 동물원』으로 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2018년 『리의 별』로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중편소설 『두 얼굴의 사나이』,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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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구토

장 폴 사르트르 저/방곤 역

책장을 넘기면서 전율을 맛본 책이 딱 두 권 있는데 이 책이 그 두 권 중 한 권이다. 부조리에 반응하는 뫼르소에게서 난 무언가를 봤고 그 느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없는 동안 여동생이 이 책을 인형의 집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책갈피 사이에 종이인형이 꽂혀있었고 어떤 곳에는 풀칠한 종이가 주머니처럼 붙어있기도 했다. 지금 동생은 피아노를 친다.

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저/양억관 역

글을 쓰겠다고 아내와 함께 원주에 갔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여름방학이었고 머리가 어떻게 될 정도로 더웠고 학교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이 딸린 그 벤치는 매지동산에 있었는데 호수와 섬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 숲이 흔들렸고 나는 그곳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는 아내도,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도, 타르냄새와 함께 철도 목침목에서 올라오던 열기도, 다른 때 깉으면 계속 신경을 긁어댔을 모기떼도......... 이야기만 남아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구할 수 있다면 개정되기 이전 판인 <라라피포>를 권한다.

최후의 유혹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안정효 역

대학 여름방학 때 미장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에 40kg짜리 시멘트 포대를 오백 개쯤 날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하루에 20t쯤 들었다 놯다 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러고 난 뒤에 판자로 대충 지은 숙소로 돌아오면 녹초가 됐다. 옆방에서는 아저씨들이 사이다잔에 따른 소주를 미시며 화투를 치고 있었고 그때 나는 멀리에서 울어대는 산비들기 소리를 들으며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코피가 터졌고 책장에 코피가 떨어졌다. 그 시절 나에게 삶이란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할 무언가였다.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샤이닝 (상)

스티븐 킹 저/이나경 역

어떤 계기가 된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세 권의 책을 꼽을 텐데 이 책 역시 그 중 한 권이다. 스티븐 킹을 처음 알게 된 건 아니지만 스티븐 킹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이 책을 통해서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장르적인 재미와 화려한 논리의 문장,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 끌어가는 전개의 밀도를 보면서 나는 그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소설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로는 이 책과 함께 '그것'도 추천하고 싶다.

아웃사이더

콜린 윌슨 저

군병원에 있을 때 읽은 책이고 아마 그때 나는 스물 두 살이었을 것이다. 그 해 여름은 기록적으로 더웠고 나는 작고 낡은 환자복을 입은 채 불판처럼 뜨거운 병원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었다. 더운 줄 몰랐다. 그리고 몇 년 전 여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었다. 더웠고 느낌도 많이 달랐다. 신해철이 그랬던 것처럼 내 인생의 한때를 대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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