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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을 꿈꾸는 사람들...

글쓴이: 처음처럼님의 블로그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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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골프에 관한 이야기로구나 싶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사창가의 퍼팅 그린’에서 시작해서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 미국 애리조나 스콧데일, 포르투갈 에스투릴, 싱가포르, 모로코 탕헤르, 영국 런던, 일본 이토,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사르데나 등등 세계 유수의 골프코스가 소설 속 작은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386야드 파4 제2타>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재수시절이었던지 아주 오래 전 읽은 글이 떠올랐습니다. 월간 <샘터>에서 읽은 것입니다. 월남전에서 베트공의 공세가 치열할 무렵 임무수행 중에 정글에 추락한 미군 헬기조종사를 생환시키는 작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선교신이 가능하지만 교신이 감청당하는 상황에서 구출이 가능한 접선장소로 안내하기 위하여 골프코스를 활용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골프광인 조종사가 잘 아는 골프코스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어서 안전한 길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소설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미국 플로리다 프리벤투라 호텔 골프코스 16번홀의 티샷방향과 거리 368야드의 기억을 떠올려 그만큼 전진하라는 암호문을 만든 것입니다. 적진인 만큼 이동이 쉽지는 않지만 이 암호가 훌륭하게 작동해서 조종사는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는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386야드 파4 제2타>는 골프와 골프코스가 화제가 되고 있고 마지막 장면 역시 위기상황의 골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별다른 굴곡없이 밋밋하게 흘러가고는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도전적인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규슈 서쪽 기지촌에서 카바레로 돈을 벌어 영화관을 인수한 아버지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한 주인공 카기야는 콘서트, 합작영화, 영화판권 거래 등 엔터테인먼트 계약을 중개하는 역을 거쳐서 스포츠이벤트 중개역으로 성공하였는데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독립프로덕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업 특성상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다보니 아내 말고도 애인과 동행하는 해외출장도 잦은 것 같습니다.


 


사업이 타성에 젖을 무렵 뉴욕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연출가 헨리 루코너의 신작 뮤지컬을 일본에서 제작하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자금동원문제로 위기를 맞게 되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진 투자자를 만나 해결하게 된다는 줄거리 아래에 대학시절 동네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가르칠 때 만났던 겐타로라는 이름의 소년이 성장해서 축구로 성공하기 위하여 유럽을 거쳐 브라질까지 갔지만, 축구에서 골프로 전향해서 정상을 도전한다는 이야기가 배경에 흐르면서 주인공의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다소 생뚱맞은 반전(?)을 두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에 익수해진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롭고 무모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보통사람들의 생리일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정상급 연출가라고는 하지만 실현가능성을 제대로 검토나 해보았는지, 계약서도 받지 않고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50만 달러를 선뜻 송금하고 다행히 당사자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본계약이 진행되지만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사업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설정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품방울로 표현한 야망 혹은 꿈으로 설명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 거품방울이 사람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 그건 능력의 한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를 내걸고, 자신의 능력을 최고 한도까지 힘껏 끌어올리고서야 비로소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싫고 좋고 하는 문제를 넘어 흥분과 쾌락을 선사한다. 그런 거품방울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다수 노예들은 거의 죽은 시체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규격 속에서 늙어 간다. 거품방울을 알고 있긴 해도 그것은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며 포기한 자들한테는 도박과 술, 마약과 여자, 거기다 어떤 종류의 종교가 남겨진다.” 거품방울은 결국은 터지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안내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골프코스를 이야기 제목으로 삼은 이유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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