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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후지코의 충동-마리 유키코

글쓴이: scarymovie님의 블로그 |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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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류의 소설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었습니다. 아무리 작품내에서 피와 살점이 난무하더라도 마무리는 활기찬 내일을 향해서
나가는 식의 결말을 좋아했는데 본격적으로 미스터리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우울해지는 작품을 꽤 여럿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누마타 마호카루 같은 이야미스의 귀재(?)들의 작품은 차마 겁이 나서 눈길도 주지 않던 차에
이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덥고 장맛비까지 내리는 밤이라 읽기 딱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페이지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이
서평을 쓰면서 후회를 할줄은 생각도 못한 채.

11살의 모리사와 후지코는 가정에서는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코를 제외한 가족 전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후지코는 이모를 따라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의 일을 교훈삼아 후지코는 어른들과 동급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면의 작은 빗금은 후지코를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녀는 첫번째 살인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범행은 밝혀지지 않고, 그녀는 우등생과 어울리고 사랑하는 애인까지 생기며 과거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든 일들을 지우는듯 했다. 그녀를 학대하고, 그녀가 가장 싫어했던 모친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는 것을 모른 채, 살인은
계속되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나쁜일이 아니니까.'

소설 '자체'는 그래도 제가 처음에 언급했던 활기찬(?) 내일은 아니었지만 긍정적인 미래를 암시하며 끝을 맺었습니다만 이 소설을 소개한 XX는 후기에서 의문을 품습니다. 실제와 달랐던 결말, 그리고 작품 속 '어떤 이'들의 행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의문은 마지막 신문기사에서 반전을 선사합니다. 살인귀 후지코를 깨어나게 한 장본인은 누구였을까?


마타 마호카루가 50세가 넘은 나이로 데뷔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작품의 작가 마리 유키코도 우리나라 나이로 42살의 나이에
메피스토상을 받으며 데뷔했습니다. 저정도 연륜이 있어야 이런 작품들을 쓸 수 있는걸까. 남성작가에게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하고도
농밀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살인귀 후지코' 라는 제목에서 풍겨지는 사이코패스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도 사랑할 줄
알고 질투할 줄 아는 한명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증오하고 원망했던 어머니의 일생을 따라가던 흐름은 그녀가 어릴때 받은
학대의 결과라고 생각되어 동정이 가기도 했습니다.(위험한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됐든 이런 '나
이야미스요.'라고 대놓고 선전하는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책장을 덮고 난 후의 찝찝함과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피하고
읽지 않았더라면 더 후회를 했을 수작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여성 독자들에게 더 깊은 감상을 줄 수 있을
작품이라는 점에 이 작품을 읽으실 예정인 여성독자들이 부럽기도 하구요. 앞으로 이 작가를 주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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