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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 우리는 이미 동물 농장을 알고있다

글쓴이: 작은자의 끄적임 |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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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돼지보다는 개가 지능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보다 돼지가 지능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개(犬)과(科)중 가장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진돗개의 IQ가 60 수준인 반면, 돼지의 IQ는 70~80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뿐만아니라, 돼지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환경을 보고 ‘돼지우리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 돼지는 아주 깨끗한 동물이다. 소나 닭과 같은 동물이 아무리 훈련시켜도 대소변을 일정한 장소에서 배설하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돼지는 배설 장소를 따로 만들어주면 배설물이 있는 곳의 냄새를 맡고 그 장소에서만 배설하며, 누울 곳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조지 오웰은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소설 <동물 농장>에서는 동물들의 지도자격으로 돼지가 등장한다. 소설의 시작과 함께, ‘농장에서 매우 존경받는 인사 메이저 영감’(돼지이다)은 동물들에게 연설한다.

 

자, 그렇다면 동무들, 우리 삶의 본질은 무엇이오? 우리 모두 이를 직시해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되며, 짧소. 우리는 세상에 나와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만큼의 먹이만 얻어먹고, 일할 수 있는 자는 누구라도 마지막 남은 힘이 다할 때까지 일하도록 강요받고 있소. 그러다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면 그 즉시 너무도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것이오. 영국에 사는 한 살이 넘은 동물치고 행복이나 여가의 말뜻을 아는 자는 하나도 없을 거요. 영국의 동물에게는 자유가없소. 동물의 삶에는 노예의 비참함이 전부란 말이오. 이건 아주 명백한 사실이오.

 

       메이저 영감(다시 말하지만 돼지이다)은 자신들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고 지금과 같이 비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인간’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작 생산하지 않고 누리기만 하는 인간의 횡포 때문에 모든 불행이 거기서 생겨난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돼지)는 부르짖는다.

 

인간을 제거하기만 하면 우리의 노동 산물은 모두 우리 것이 될 것이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풍요롭고 자유로워지는 거요.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소? 인류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오! ‘반란.’

 

       1917년 2월, 러시아에서는 <동물농장>속 돼지의 부르짖음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심각한 인명피해와 경제난에 빠진 러시아 국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면서 니콜라이 2세(당시 국왕)가 물러나고 임시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동물들’의 반란이 성공한 것이다.



 

       메이저 영감(혹시 몰라 마지막으로 말한다. 돼지이다.)의 뒤를 이어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두 마리의 수퇘지가 ‘영감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한 사상 체계로 주도면밀하게 정립’시킨다. 그리고 스노볼의 주도아래 농장주 존스(사람이다)를 몰아내고 반란은 성공한다.(농장의 이름도 ‘매너 농장’에서 ‘동물 농장’으로 변경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사상아래 ‘일곱 계명’을 만들어 선포하지만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대립으로 동물농장의 평화는 서서히 깨어져 간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왕권을 몰아내며 임시정부가 세워졌지만,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와는 반대로 전쟁계속정책을 취하게 된다. 이에 레닌을 중심으로 한 볼셰비키 집단이 1917년 11월, 무장봉기로 임시정부를 쓰러뜨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볼셰비키 혁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소련이 시작된다.(1922년 정식 출범) 동물 농장의 시작과 같이.



 

       레닌이 당시 내세웠던 구호는 ‘자본주의의 타도 없이 종전은 불가능하다’였다.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노동자, 농민 등 민중의 자치기구)에게!’를 외치며 사회주의 아래 새로운 체제의 기틀을 잡고자 했으나, 당 내부의 갈등으로 사회주의 혁명은 분열되게 되고 레닌의 신임을 얻고 등장한 스탈린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장으로 끌려가고, 농업 체제 개편의 과정에서는 천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가 이르게 된다.

 

<<레닌(왼쪽)과 스탈린(오른쪽)>>


       <동물 농장>에서도 스노볼을 몰아낸 나폴레옹에 의해 이전의 가치들은 모두 잊혀져 간다. ‘철통같은 규율’이 그들이 지향하는 중심가치가 되고, 점차 나폴레옹과 같은 돼지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 그리고 스노볼과 내통한다는 혐의로 수많은 동물들이 처형당한다. 말, 양, 닭, 소들은 이상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저항할만한 지식도 지혜도 없다. 그저 묵묵히 부당함에 따를 뿐.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나폴레옹이 인간들과 협약을 맺고 우호를 다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리곤 곧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싸움의 발단은 ‘카드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 ‘동물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의 현실도 이와 같지 않을까? 본능에 충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짐승같다’라고 칭하지만 과연 인간은 동물보다 얼마나 뛰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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